스티브 잡스 살린 방사선색전술
2002년부터 간암을 앓으며 세 번에 걸쳐 간을 도려내야 했던 주부 최계순(59)씨는 이렇게 새 삶을 찾았다. 최씨는 "요즘은 매일 4km씩 걷고 집안 살림을 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의사조차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희망이 없던 간암 환자를 살려 놓은 건 방사선 색전술. 아직은 생소한 수술법이다.
지금까지 나온 간암 치료법 중 의사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는 건 종양(암 덩어리)을 칼로 직접 도려내는 절제 수술이다. 최씨 역시 2005년부터 3년간 매년 이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잘라내는 데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 현대의학에선 75%까지 잘라내도 간이 스스로 재생 능력을 발휘해 원래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이상으로 잘라내면 종양이 곳곳에 퍼져도 더 이상 수술이 불가능하다.
방사선 치료법도 있긴 하다. 몸 밖에서 암이 생긴 부위로 방사선을 쪼여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방사선이 간암세포까지 들어가려면 여러 조직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 그동안 정상세포가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방사선 색전술은 기존 방사선 치료와 다르다. 환자의 허벅지에 인공혈관을 넣어 간 동맥까지 연결시킨 다음 그 안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4분의 1 만한 공을 넣는다. 방사성물질로 이뤄진 이 공은 인공혈관을 통해 간암세포 근처로 가 방사선을 내 암세포를 죽인다. 몸 밖에서 방사선을 쪼이는 게 아니라 몸 안으로 방사성 물질을 직접 집어 넣는 것이다. 정상 세포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40배 정도 센 방사선으로 암 부위를 직접 공격하는 효과를 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도 췌장에서 간으로 전이된 암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치료했다고 알려졌다.
의사 주관에 의존
방사선 색전술은 1991년 홍콩에서 처음 시작됐다. 올해로 꼭 20년이 됐다. 3일부터 이틀간 홍콩에서 열린 국제간암협회(ILCA) 국제학술대회에선 이를 기념해 각국의 방사선 색전술 사례가 발표됐다. 학회에 참가한 스페인 나바라의대 브루노 산그로 교수는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방사선 색전술을 받은 환자 325명의 생존 기간이 최대 2년까지 늘었다"며 "절제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들도 이 수술 후 평균 10개월을 더 살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방사선 색전술이 기존 화학요법(간 동맥 화학 색전술)보다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간 혈관에 직접 항암제를 넣는 간 동맥 화학 색전술은 한두 달에 한 번씩 치료를 받아야해 번거롭다. 수술 후 복통과 구역질이 심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많다. 한국 대표로 학회에 참석한 김윤환 고려대 안암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대한간암연구학회장)는 "방사선 색전술은 수술 시간도 1시간으로 짧고 한 번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너무 비싸다. 1,800만원에 달한다. 환자의 나이나 상태에 따라 방사성 공을 최대 3,000만개까지 넣는데, 이 가격만 1,300만원이다. 간 동맥 화학 색전술은 100만~150만원, 기존 방사선 치료는 10만~15만원 선이다. 김 교수는 "방사성 공을 얼마나 넣을지 정할 때 아직은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것도 단점"이라며 "공을 너무 많이 넣으면 (기존 방사선 치료처럼) 정상세포까지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 색전술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30개국에서 간암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시기는 2008년. 지금까지 고려대 안암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등 전국 7개 병원에서 40명이 이 수술을 받았다./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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