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의 항암 치료
[쿠키 건강칼럼]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암에도 매우 잘 적용된다.특히 다양한 성질을 가진 유방암에는 다른 어떤 암보다도 잘 들어맞는 말이다. 열길 유방암의 크기나 모양 등 겉모습은 알아도 한 길 유방암의 속 성격은 모른다.
실제로 작은 크기의 암도 수술 후 항암 치료까지 다했는데도 금방 재발하는 경우도 있고 피부까지 침범하고 주변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전이가 된 큰 크기의 암도 치료를 마친 후에 더 이상 재발 없이 완치되기도 한다. 이렇듯 겉모습만 보고서는 유방암이 어떤 경과를 밟게 될지 알기 어렵게 된다.
물론 크기가 크고 림프절 전이가 있고 간이나 뼈 등 다른 장기에 전이까지 된 암은 초기의 작은 크기의 암보다 나쁜 경과를 밟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겉 정보만으로 예후를 다 파악할 수는 없다. 똑 같은 크기의 암이라도 속 성격에 따라 다양한 경과를 보이고 치료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 의학에서는 최대한 암의 속 성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 치료를 하려고 노력한다.
암의 속 성격이란 암의 생물학적 특징, 유전자적 특징을 말한다.
그래도 유방암은 이런 암의 생물학적 특징이 비교적 많이 알려진 편이고 그에 따른 맞춤 치료를 하고 있다. 유방암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 특징은 호르몬 수용체, 즉 에스트로젠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발현 여부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 수용체 양성인 암은 비교적 천천히 진행하고 같은 크기라도 완치될 확률이 높다.
유방암에서 반드시 파악해야 할 또 한가지 유전자적 성격은 헐투 수용체(Her2/neu)의 발현 여부다.
헐투 수용체는 상피 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의 한 종류로 유방암 환자의 25 퍼센트에서.
과발현 되어 있다. 헐투 수용체 양성인 경우에 성장 속도가 빠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헐투 수용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어 오히려 좋은 예후 인자가 되기도 한다.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와 헐투 수용체 발현 여부에 따라 네 가지 타입으로 나눈다.
즉, 호르몬 수용체 양성, 헐투 수용체 음성인 유방암은 루미날 타입 A(luminal type A)로 가장 예후가 좋은 그룹에 속한다. 그 외 호르몬 수용체 양성, 헐투 수용체 양성인 루미날 타입 B(luminal type B)와 호르몬 수용체 음성, 헐투 수용체 양성인. 헐투 증폭형(Her2 amplified type), 호르몬 수용체와 헐투 수용체가 모두 음성인 삼중 음성 유방암이 있다. 이 중 호르몬 치료도 할 수 없고 헐투 수용체 차단제를 쓰기도 어려운 삼중 음성 유방암이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타입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현재까지 밝혀진 일반적인 예후 인자일 뿐 실재로 삼중 음성 유방암도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고 항암치료 받은 이후 완치되는 경우도 있고 루미날 타입 A인 경우도 수술, 항암하고 호르몬 치료하던 도중 뜻밖에 조기에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까지도 현대 의학은 유방암의 속 성격에 대해서 완벽하게는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유방암만큼 항암치료, 호르몬 치료, 유전자 표적 치료에 대해 많이 알려져 있고. 그 만큼 치료 반응도 좋은 암은 드물다는 것이다. 간이나 담낭 등 몸 속 안 보이는 기관이 아니라 겉으로 만져지는 기관이고 자가 촉진이나 맘모그램(mammogram)과 같은 영상 검사로 조기 검진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유방암의 항암 치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수술 후 재발을 막고 완치를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보조 항암치료, 수술 전에 암의
크기를 줄여서 유방을 모두 절제해내는 유방 전절제술이 아닌 유방 보존술을 가능케 하는 수술 전 선행 항암치료와 이미 간이나 폐,
뼈 등 타 장기에 전이된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 시키는 효과를 가지는 고식적 항암 치료가 있다.
먼저 수술 후 보조항암치료는 타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2cm 이상이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수술 후 보조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대부분은 크기가 1cm 이상이기 때문에 환자의 대다수가 수술 받고 난 후에도 항암 치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암 치료는 타입과 병기에 따라 4회에서 8회의 치료를 받는다.
그 이후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환자는 호르몬 수용체 차단제인 타목시펜이나 아로마타아제 수용체 억제제인 아나스트로졸(anastrozole, 상품명 아리미덱스)나 레트로졸(letrozole, 상품명 페마라)를 5년간 투여 받는다. 또한 헐투 수용체 양성인 경우에는 헐투 수용체 차단제인 트라추맵(Trastuzumab, 상품명 허셉틴) 치료를 1년간 받게 된다.
수술 후 이런 종합적인 보조 항암치료, 호르몬 치료 등으로 재발을 반 이상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후에 시행하는 항암 치료, 호르몬 치료, 표적 치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유방암은 진단과 치료부터 유방 외과, 종양내과, 방사선 종양학과, 영상 의학과, 병리과 전문의들의 협조 체계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건국대병원은 이러한 협조 체계가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방암 컨퍼런스를 통해 모든 유방암 환자의 영상과 조직 결과를 각 과 전문의들이 함께 보고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유방은 단순한 신체 기관 이전에 여성성을 상징하는 소중한 기관이다.
따라서 유방 전절제술을 하는 경우와 유방암을 부분 절제하고 유방 조직을 살리는 유방 보존술을 하는 경우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차이는 크다. 유방 한 쪽을 잃고 자신감까지 떨어지고 우울해지는 환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능하면 유방 전절제
술 보다는 부분 절제술을 해 유방 보존을 시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방 보존술을 시행하고 방사선 치료를 해도 유방 전절제술을
하는 것보다 재발은 높지 않으면서도 삶의 질은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너무 크기가 큰 경우에는 유방 보존술을 시행하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 수술 전 선행 항암치료로 유방암을 최대한
줄이고 난 이후에 수술을 해 유방 보존술을 시도한다. 수술 전 선행 항암치료를 하거나 수술 후 보조항암치료를 하거나 예후는 크게
차이가 없어 국제적으로도 2기 이상에서는 수술전 선행화학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안타깝게도 이미 수술 하기에는 늦어버린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는 수술의 역할 보다는 항암치료와 호르몬 치료의 역할이 크다.
이 때도 호르몬 수용체, 헐투 수용체 발현 여부를 고려해서 호르몬 치료와 표적 치료를 적절하게 이용한다. 때로는 호르몬 치료만으로도 상당 기간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기도 한다.
유방암의 표적 치료제도 기존에 잘 알려진 허셉틴 외에도 펄투추맵(Pertuzumab), 라파티닙 (lapatinib, 상품명 타이커브) 등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또한 호르몬 수용체 차단제의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엠토르 억제제(mTOR inhibitor)인 에버로리무스
(everolimus, 상품명 아피니토) 등이 상용화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방암은 수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환자에서 항암 치료가 필요하고 그 외 호르몬 치료, 표적 치료 등을 함께 시행해서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어쩌면 수술 자체는 하루에 끝나지만 그 이후에 이어지는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호르몬 치료 등 갈 길이
멀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지루하고 더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노력한 만큼 그 효과는 분명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환자 모두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치료해볼 만한 암이다.
(PS) 삼중음성 유방암 환우들 카페에는 수술과 치료를 마친 뒤 3년,4년,5년,7년.9년,10년이 넘도록 재발과 전이가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회원들이 많음을 보면 삼중음성 유방암이라고 해서 위축이 되거나 불안해 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글- 윤소영 건국대학교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암 정보 및 치료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트루다(Keytruda) 유방암 치료에도 사용 가능할까? (0) | 2016.04.15 |
---|---|
골육종.평활근육종 그리고 육종 종류별 치료에 관하여 (0) | 2016.04.10 |
난소암환자 73% "재발이 죽음보다 두렵다" (0) | 2016.04.04 |
항암치료의 중단하여야 하는 경우에 관하여 (0) | 2016.04.03 |
[논문]간경변성 복수의 치료[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소화기내과,김 병 호] (0) | 2016.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