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환자에게도 동네의사가 필요하다
[청년의사 신문 김선영]
환자분들이 “선생님이 제 주치의시니까..”라고 말씀하 실 때가 종종 있다. 아, 이 분은 나를 주치의로 여기고 있구나. 감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다.암 전문병원의 종양내과의사인 나는 이 방면에 특화된 전문의이지, 환자의 건강문제를 통합적으로 돌보는 주 치의로서 적합한 의사는 아니다.
4년간의 내과의사로서의 수련과정을 거쳤고, 환자를 개별질환의 집합체가 아닌 한 인간으로 보라는 가르침 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그 이후의 10년은 항암화학치 료를 받는 암환자만 보아왔기 때문에 주치의로서의 종 합적인 관리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즘은 혈압약을 어떻게 쓰는지, 당뇨관리는 어떻게 해 야 하는지 최신지견에 대한 감각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암성통증이라면 내가 조절해드려야겠지만 골관절염이 나 추간판탈출증같은 근골격계 증상, 류마티스질환, 천 식환자의 스테로이드흡입제 사용, 이런 것들까지는 도 저히 일일이 챙겨드릴 수가 없다.
이 환자가 항암치료를 잘 견디고 있는지, 용량은 어떻 게 해야 할지, 혹시 재발이나 진행이 의심되는데 놓치 고 있는건 아닌지, 이런 것을 확인하는 것만 해도 벅차 기 때문이다.암환자면 다른 건강문제 보다는 암 치료가 우선이지 않느냐고? 대개는 그렇긴 하다. 하지만 진행암 환자도 고혈당 위기로 입원하기도 하고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급성악화로 입원하기도 한다.
암환자들이 고령화되면서 다른 만만치 않은 동반질환 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암 치료가 종료된 암생존자들은 더욱 암 이외의 동반질 환 관리가 중요해진다. 그래서 종종 나 말고 누가 주치 의를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누가 내 환자의 혈압, 혈당도 조절해주고, 항암치료 받 으면서 술 드시고 담배피우는 (놀랍지만 정말 그러는 분들이 적지 않다!) 병주고 약주는 생활습관 좀 고치도 록, 계속 물어보면서 챙기고 잔소리 좀 해주고, 뭐 먹는 게 좋은지 운동은 얼마나 하는게 좋은지 나 대신 상담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주치의가 없으니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저기 다른 과에 컨설트를 내게 된다.
혈압은 심장내과, 당뇨는 내분비내과, 만성폐쇄성폐질 환은 호흡기내과, 치질이라도 있으면 대장항문외과 가 능하면 한 날에 외래진료를 맞춰드리려고 노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다반사다.
환자는 항암치료 때문에 2~3주에 한 번은 병원에 오는 것 이외에 다른 질환에 대해서도 진료를 받으러 여러 번 발걸음을 해야 한다.실은 암과 항암치료로 인한 문제만 해도 종양내과 의사 혼자서는 다 챙길 수가 없다.항암치료와 관련한 부작 용을 설명할 때 받는 가장 흔 한 질문은 “집에 가서 이런 부작용이 생기면 어떻게 하 죠?”인데, 심한 경우에는 응급실로 오라고 교육을 하긴 하지만,
평소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동네의사가 심하지 않은 부작용은 증상조절을 해주고 중증이라고 판단되면 적 절한 시기에 응급실로 보내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일본의 개원의이자 내과의사인 나가오 가즈히로가 쓴 ‘항암제를 끊을 10번의 기회’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마치 항암치료를 받지 말라는 흔한 의료부정 서적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항암치료를 현명하게 잘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한 위암환자가 진단을 받고 수술, 항암치료를 받고 이후 진행하여 임종에 이르기까지 일차진료의사 로서 돌보는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는데, 이 중 내가 인상깊게 보았던 부분은 환자에게 “양다리를 걸 치시라”고 주문하는 장면이다.
저자는 항암치료 후의 오심, 구토와 피로증상으로 힘들 어하는 환자에게 “동네의원과 양다리를 걸치라”고 하 며 수액과 스테로이드 등 보존적 치료를 하는 한편, 열 이 날 경우에는 항암치료를 받는 병원에 연락하여 전원 을 시키기도 한다.
결국 말기로 진행한 그에게 호스피스 돌봄을 제공하고 임종까지 지키게 된다. 환자가 책 속에서 하는 말을 들 어보자.
“암센터에서 전 그냥 번호로 불리는 존재입니다. 환자 의 인생 따위에는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는 주치의는 매번 엑스레이 사진과 혈액수치를 보면서 두세 마디 건네고 끝입니다….
제가 마치 수리공장에 들어간 고물 자동차처럼 느껴져 서 견딜수가 없어요. 그런데 여기 오면 제 가족관계까 지 알고 아내 흉을 봐도 웃으면서 들어주는 나가오 선 생님이 계시니까 ‘스즈키 노부오’라는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남매가 찾아 헤메던 파랑새가 결국 집안의 새장 안에 있었음을 확인하는 동화 ‘파랑새’에서처럼, 나의 상태 를 잘 이해해 주고 챙겨주는 주치의는 큰 병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에 있다.
종합병원 의사도 환자가 집에 있는 동안은 자주 찾을 수 있는, 안심하고 보낼 동네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2016년 새해에는 종합병원과 동네의원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환자를 위해 협력하는 날이 시작되 기를 빌어본다.
김선영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NOTE:
암 환자의 가장 큰 고민꺼리는 암에 관한 정확한 정보 나 투병 과정에서 올바른 조언을 해주고 자신의 상황을 수시로 상담해주고 도와주는 조력자가 필요한 것을 절 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담당 의료진에게 일일이 질문하고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대부 분 대학병원의 대기실에서 1시간 내외 정도를 기다리 다가 담당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고작 10분도 채 안 된다.
때로는 고압적인 의사를 만날 경우에는 말 한마디 못 하고 일방통행식의 진료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오기도 한다,
무조건 의사가 시키는대로 따라하고 환자가 머뭇거리 면 다그치듯이 항암 치료를 할껍니까 안 할껍니까 결 정을 하라고 하는데 환자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갈등이 생길때도 있다,
조금만 더 환자의 입장을 헤어려 가족이 진료를 받는다 고 생각하고 말 한마디라도 포근하게 해주고 환자가 희 망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을 건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 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전체 의사가 퉁명스럽고 기계적으로 진료를 하지 는 않지만 그래도 환자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고가는 느낌이 들 때가 많기에 의료진들은 이 러한 부분을 잘 헤아려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암환자는 대학병원의 주치의 선생님외 자주 이 용하는 동네의원과 잘 연계를 하여 현재의 암 치료외 기타 질병에 관하여 적절하게 잘 치료 관리하고 응급 상황일 경우에만 대학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금전적 부 담도 줄이고 시간도 벌수 있다고 생각 한다,
아무래도 동네의원은 어느 정도 원장님과 대화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지금부터라도 동네의원 중 한 곳을 정하여 자신의 병력과 치료 상황을 공유할 수 있 는 기회로 활용하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괜히 엉터리 인터넷 암 정보와 검증도 안 된 좋다고 카 더라하는 통신에 휘둘리지 말고 올바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동네의원을 잘 활용하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더불어 주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조력자나 암을 극복한 환자의 정보도 참고하고 모든 정보를 취합하여 항상 객 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고 투병 관리를 하면 시 행착오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한다,암환우 여러분 이제부터 대학병원과 동네의원에 양다리 걸치시기 바랍니다.
현대의학 자연의학 그리고 의용공학의 세계
더라이프 메디칼 ㅣ김동우
http://blog.daum.net/inbio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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