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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생존자 관리 패러다임 바꾸는 ‘혁신가’ 배재만 한양대병원 교수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8. 6. 4. 22:48

암 생존자 관리 패러다임 바꾸는 ‘혁신가’ 배재만 한양대병원 교수


“암 치료를 넘어 암 환자를 종합 관리해주는 게 암 전문의 소명”




배재만 한양대 교수는 “환자가 어떤 문제로 힘들어하는지, 정서적인 문제는 없는지,

또다른 합병증은 없는지 암환자의 전반적인 부분을 관리해주는 게 암 전문의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암 판정은 곧 사형선고와 같았다. 다행히 각종 항암치료 및 수술법이 발전하고 의료진의 술기가 향상되면서 암도 극복 가능한 질환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연장되자 ‘암 생존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암 발생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암을 진단받고 현재 치료 중이거나 완치 후 생존하고 있는 암 유병자는 146만명에 달한다. 국민 35명 중 1명 이상이 암유병자인 셈이다. 

하지만 암을 한 번이라도 겪은 사람은 평생 재발·2차암의 위협에 시달려야 하고 치료 과정에서 실업, 경제적인 부담, 가족과 주변인에 대한 미안함 등이 겹쳐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국내에선 정부가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수가 문제, 의료진의 무관심, 환자 대상 홍보 부족 등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에 그치는 실정이다. 진료 현장에서 부인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암 생존자가 겪을 수 있는 고통은 무엇인지, 생존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국내에선 생소한 암생존자,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노출 

미국암학회(ACS)에 따르면 암 생존자(cancer survivor)는 과거에 암이 발생했지만 완치돼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현재 암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환자, 완치 목적이 아니더라도 현재 암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넓게는 환자의 가족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암 생존자는 치료 후에도 큰 육체적·심리적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현재 내 상태는 어떤지, 검사나 치료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건강보조식품은 먹어도 되는지, 운동은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궁금한 게 산더미이지만 의사에게 물어보기엔 진료 시간이 턱없이 짧다.

부인암, 여성성 상실로 인한 좌절감에 극단적 선택까지 

특히 난소암, 자궁암 등 여성의 부인과 암은 진단 후 성생활과 임신이 어려워져 여성성을 잃었다는 좌절감과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 대소변장애, 림프부종, 말초신경병증으로 인한 손발저림 같은 부작용까지 동반돼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다행이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한 번 잃어버린 여성성은 되돌리기 쉽지 않아 암 생존자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며 자살까지 생각하는 환자도 종종 있다. 

암 생존자 삶의 질 저하 주범은 ‘2차암’ 

특히 문제가 되는 게 2차암이다. 암을 한 번 겪은 사람은 암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2차암 발생 위험이 높다. 2차암은 원발암 발생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나타난 다른 종류의 암을 의미한다. 여러 암을 부르는 안 좋은 생활습관을 여전히 가지고 있거나, 처음 생긴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방사선·항암제에 의해 정상세포의 유전자가 변형돼 2차암이 발생하게 된다.

예컨대 위암을 겪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위험이 1.4배 높고, 폐암을 겪은 환자는 두경부암 위험이 4배 높다. 대장암을 앓았던 사람은 위암에 걸릴 가능성이 1.5배, 유방암·부인과암 등 여성암 위험이 1.5~3배 높다. 부인과 암 중 자궁내막암, 자궁암은 비교적 재발이나 2차암 위험이 낮고 예후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난소암은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높고 재발·2차암 위험도 비교적 높다. 

2차 암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저조한 실정이다. 국내 13개 의료기관 암 전문의 486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에게 2차 암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모른다’고 답한 경우가 45.1%, 의사가 환자에게 2차 암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30.9%나 됐다. 

환자·의료진 2차암 무관심 여전, 수가 문제 해결돼야 

의료진의 무관심도 암 생존자 관리가 제대로 이루지지 않는 원인이다. 미국에선 주치의제도가 정립돼 대형병원에서 치료받은 암 환자의 관리는 지역 주치의의 소관으로 넘어간다. 이럴 경우 암 환자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가 한결 수월해진다. 하지만 한국에선 1차, 2차 3차의료기관간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한번 큰 병원에서 진단받으면 계속 같은 병원의 같은 의사만 찾게 된다. 

환자는 담당의사가 재발암, 2차암, 치료 후 삶의 질 등을 관리해줄 것으로 믿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배 교수는 “환자가 어떤 문제로 힘들어하는지, 정서적인 문제는 없는지, 또다른 합병증은 없는지 암환자의 전반적인 부분을 관리해주는 게 암 전문의의 소명”이라며 “하지만 30분 대기, 3분 진료가 고착화된 국내 의료 현실에선 현재 문제가 되는 암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2차암 예방을 위한 암환자 상담에 따로 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병원 입장에선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암 환자 집중상담을 위해 따로 의사를 배정하고, 외래시간을 할당하기가 쉽지 않다. 

암 진단 직후부터 1대1 맞춤상담, 상실감 최소화 

배 교수는 암 생존자 관리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유명 암 전문병원인 시티 오브 호프병원(City of Hope)에서 연수하며 국내 현실에 맞는 암생존자클리닉을 구상했다. 이 클리닉의 핵심은 부인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가정의학과 전문의간 다학제 협진이다. 완치 후 관리에만 집중됐던 기존 프로그램과 달리 환자가 암을 진단받는 그 시점부터 바로 상담에 들어간다.

특히 부인과 암은 사회적으로 한창 활동할 시기에 발병하기 쉽고 여성성 상실로 인한 정신적·심리적 충격이 커 가급적 빨리 부인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협진이 필요하다. 부인과 전문의는 상담을 통해 난자동결 등 생식력 보존을 위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환자가 정서적인 안정을 찾도록 돕는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의료진 외 병원 사회사업실 관계자도 한 자리에 배석한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암통합지지센터나 기존 병원의 암생존자 관리프로그램은 환자가 먼저 찾아가야 하는 수동적인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막상 암을 진단받으면 자포자기하는 심정에 치료를 포기해버리는 암환자가 상당수여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단 초기부터 의료진이 먼저 환자 상태를 파악해 생존자클리닉으로 보내는 적극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배 교수의 주장이다. 

배 교수는 “병원 내에서 시범적으로 외래진료 시간을 따로 배정받아 부인암 환자와 1인당 30~60분에 걸쳐 상담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환자 애로사항, 걱정, 고민, 통증 정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을 파악했다”며 “상담결과를 토대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과 맞춤상담을 실시한 결과 환자와 의사 사이 벽이 낮아지고 환자가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부는 시범사업 등을 운영하며 암생존자 관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학회나 동료 의사들의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진정한 의사라면 암 덩어리가 아닌 암 환자, 한 명의 인간 전체를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보완대체요법은 금물, 기본 생활수칙만 지켜도 ok 

현재 146만명의 암 생존자는 인구고령화, 서구화된 식습관, 사회적 스트레스 증가 등 요인으로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신적인 고통을 줄이고 2차암을 예방하려면 무조건 의사만 바라보지 말고 스스로 건강검진 등을 꾸준히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 근거 없는 보완대체요법이나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는 것은 금물이다.


배 교수는 “병원 치료비보다 몇 배 비싼 돈을 들여가며 잘못된 보완대체요법을 받았다가 체내에 독성이 생겨 정작 필요한 항암치료를 못 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다른 암 예방 수칙처럼 전문의 진단 후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하고, 항암치료 중엔 단백질을 비롯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출처 :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