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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투병기

갑상선암 수술한 내분비내과 의사 송월화 전문의“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지만…​

라이프케어 김동우 2024. 9. 5. 14:07

[2024년 희망가] 갑상선암 수술한 내분비내과 의사 송월화 전문의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지만…

【건강다이제스트 | 송월화(인천보훈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

저는 내분비내과 의사입니다. 내분비내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여러 기관에 생기는 병에 대해서 진단하고 치료합니다. 이러한 기관에는 뇌하수체, 시상하부, 갑상선, 부갑상선, 부신, 췌장 등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 기관 중에 한두 가지를 세부 전공으로 선택하는데, 저는 갑상선을 세부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런 제가 갑상선암에 걸렸습니다. 갑상선을 고치는 의사가 갑상선암이라니…. 물론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은 암에 속합니다.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참으로 복잡한 심정이었습니다. 아는 지인 중 한 분은 “너는 도대체 얼마나 좋은 의사가 되려고 그러니?”라는 말도 했지만 갑상선암 환자가 되기 전과 후의 삶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갑상선을 전공한 내분비내과 의사인 제가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2년이 지난 지금 체험기를 소개하는 것은 암 진단을 받고 치료받을 때의 느낌, 감정 등을 평생 잊지 않고 환자들을 대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1453대 1인 갑상선암에 걸리다니…

2019년 봄의 일입니다. 건강검진을 위해 받은 갑상선 초음파에서 나쁜 모양의 혹이 있다며 내분비내과 진료를 권유받았습니다. 그 당시 저는 내과 전공의였고, 시간이 없어서 진료를 미루다가 여름이 끝나갈 즈음 수련병원 교수님께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모양이 나쁘다기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교수님은 대수롭지 않은 듯 지켜볼지 찔러볼지(조직검사를 할지) 직접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지켜보는 것은 혹의 크기가 커지지 않았는지 초음파를 다시 해보는 것이고, 찔러보는 것은 세포학적으로 악성인지 양성인지 바늘 조직검사를 해서 알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 당황스럽고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결정을 했습니다. “찔러보겠습니다.”

바늘 조직검사는 2020년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예약 당일, 유난히 더 바빠 조직검사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가 제 목을 끌어안고 나면 한동안 목이 불편했습니다. 계속해서 무언가가 누르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기침이 연속해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루던 조직검사를 2022년에 받았던 이유입니다. 그리고 암 진단도 함께 받았습니다. 갑상선암이었습니다.

갑상선암의 국내 발병률은 OECD 평균 10만 명당 68.8명으로 0.0688%이고, 국제 발병률은 이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국내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저렴한 초음파 수가로 인해 검사 빈도가 높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남녀 성비는 0.3:1 정도로 여성이 훨씬 많습니다. 40대, 50대 환자가 50.2%로 다수를 차지합니다.‘아니, 경쟁률 100대 1이다, 200대 1이다 하던 주택청약은 죽어라 안 되더니, 1453대 1인 갑상선암에 걸리다니, 복권이라도 사야 하나.’ 한동안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왜 내가 갑상선암?

암에 걸리면 누구나 하는 생각 중의 하나는 ‘내가 왜 암에 걸렸나?’ 하는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술, 담배도 안 하는데… 가족력도 없는데 왜? 납득이 잘 안 되었습니다.

물론 의학교과서에 제시돼 있는 갑상선암의 원인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유전적 요인, 방사선 노출, 갑상선 질환의 병력, 요오드 결핍 또는 과잉, 여성호르몬 투약 및 출산력 등 많은 요인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이유가 없다는 것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습니다. ‘차라리 이유가 있다면 억울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암 환자가 되었는지….’ 복잡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내가 의료기관 종사자이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이 많아서 암에 걸렸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5세 이상에서 방사선 노출은 유의미한 원인이 되지 못한다는 보고들을 보면서 한결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의료인으로 살아온 직업마저 부정당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한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웠던 과거들을 떠올렸습니다. 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다음을 계획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갑상선내분비외과 외래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가 갑상선암 진단이 나와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언제가 가능할까요?”

간호사와 통화를 하고 수술 날짜를 정하자 기분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수술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저는 고전적인 절개 방식을 선택했습니다.저는 내과의사이기 때문에 수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인턴 때 수술방에서 보았던 경험에 의하면 절개 방식이 목에 흉터가 남는다는 것 외에는 여러모로 깔끔하고 부작용도 적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절개를 하면 한 시간에 가능한 수술을 로봇으로 세 시간째 하고 있으면 이게 이 정도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수술 준비실에서 수술모를 쓰고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하고 수술방에 들어갔습니다. 수술방에서 환자로 누워있는 기분은 정말 별로였습니다.

안도감, 그리고 무력감

눈을 떠보니 회복실이었습니다. 회복실에서 눈을 뜨면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안도감이었습니다. 인생의 챕터가 있다면 전환이 된 느낌이랄까요? ‘역시 나에게도 다음 이야기가 있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회복실에서 눈을 뜬 지 오래지 않아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도 했지만 다행히 수술 후에도 목소리가 나와서 안도는 했습니다. 수술 위치가 목소리를 지배하는 신경과 인접해 있어 발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또 목 주변 근육에 힘을 조금만 주어도 목이 화끈거리고 주변 근육들이 아팠습니다. 손과 발도 저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술 후 부갑상선의 혈액순환장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었습니다.

물도 목이 아파서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증상을 겪으면서도 한 가지 위로가 됐던 것은 그나마 수술 후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고 설명도 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하지만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무리 의료인이어도 직접 아픈 당사자가 되니 무력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중증 환자로 등록이 되면서…

수술 후 처음으로 간 외래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수술 조직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진짜 암이 맞다면 확진이 됩니다. 확진이 되면 중증 등록도 이날 이루어져서 중증 환자로 분류되고 보험 혜택도 받게 됩니다.

갑상선 호르몬제, 진해거담제 등등이 포함된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갔더니 약값이 19만 원 정도 나왔는데 9천5백 원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중증 환자라 본인부담금이 5%로 낮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나라에서 ‘내가 5년 동안 팍팍 지원해 줄 테니까 완치하렴.’이라고 응원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암 환자가 되면서 바뀐 것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의사결정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암 이전에는 모든 일을 최소 투자, 최대 효율을 우선으로 했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암 이후는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건강할까?’를 먼저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우울감이나 부정적인 사고도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우울하다고 비관하기에는 남은 삶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예후가 좋다지만…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반응은 참 다양합니다. 보통 젊은 환자의 경우 예후가 좋은 암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비교적 담담하게 진료실을 나갑니다. 하지만 그 뒷모습이 많은 걱정과 두려움을 끌어안고 나가는 것임을, 제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펑펑 우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내심 ‘겨우 갑상선암인데 왜 저렇게나 슬퍼하실까?’ 하고 교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암이란 그것으로 인해 가까운 시일에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진단 후 5년 동안 사망하지 않으면 생존했다는 훈장도 달아줍니다. 이러나저러나 기분은 께름칙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료를 하면서 환자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미역을 먹어도 됩니까?”였습니다.

이 같은 질문이 나온 배경에는 요오드가 갑상선 호르몬의 재료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오드는 김,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와 소금, 우유, 달걀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고, 약제나 조영제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없으면 결핍이, 많으면 과잉이 일어나므로 1일 권장 섭취량이 정해져 있습니다(성인 기준 150ug).

그런데 한국 성인의 1일 평균 요오드 섭취량은 479ug로, 권장 섭취량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남들 먹는 대로 먹으면 과하다는 뜻입니다. 요오드의 결핍이나 과잉은 갑상선 기능 이상, 갑상선종 등을 일으키므로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남들보다 적게 먹는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일절 먹지 않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다음으로 많이 받는 질문은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어야 합니까?”입니다.

갑상선 전체를 절제한 전절제 환자는 장기 복용하지만, 반절만 절제한 반절제 환자는 추적검사 결과에 따라 감량하거나 중단하기도 합니다.

제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을 때도 별 말이 없으셨던 어머니께서 카톡을 통해 물어본 것도 “갑상선암 수술을 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데 약 안 먹어도 돼? 걱정이 되어서.”였습니다.

저는 “안 먹는 사람도 있고, 먹다 마는 사람도 있고, 평생 먹는 사람도 있는데 한쪽만 떼면 보통 안 먹어. 걱정 마!”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갑상선암 수술을 했다고 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많이 걱정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만약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한다면 주의할 것도 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제는 다른 약이나 음식과 상호작용이 많은 약이어서 아침 식전에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합니다. 또 유제품은 흡수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므로 한 시간 정도 시간차를 두고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 갑상선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송월화 전문의는 지난 2022년 갑상선암 수술을 했다. 최근 자신의 갑상선암 투병기를 담은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면서요>를 펴냈다.

암 이후 달라진 것들

어느덧 갑상선암 수술을 한 지도 2년이 됐습니다. 2024년 여름, “무탈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삶은 제게 버겁게만 느껴집니다. 어린 두 아이를 기르며 학교와 병원을 오가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고, 그 사이 어머니가 폐암 확진을 받아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참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도 당했습니다. 보험회사는 확진 전 가입한 어머니의 암보험에 대해 딸이 의사라는 이유로 진단금을 주지 않고 보험을 일방적으로 해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소송을 진행했지만, 법원마저 딸이 의사라는 이유로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보험회사 욕을 하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환자를 100프로 이해하는 의사가 되고 말았습니다.진정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바른 길인지 잘 모르겠고, 가끔은 우울할 때도 있지만 지금의 저는 그런대로 만족스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는 하루에 몇 번씩 갑상선암 환자와 마주하기도 합니다. 갑상선암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다가 “선생님이 제 심정을 아세요?”라는 불평의 말을 들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그럴 때면 “그럼요. 저도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았어요.”라면서 셔츠를 목 밑으로 쓰윽 내려 수술 자국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저의 질병을 진료에 활용할 만큼 많이 유들유들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잘 압니다. 앞으로 잘 살아가다 한 번씩 무너질 날도 있으리라는 걸. 그런 날들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올 것입니다.그래도 그냥 쇼를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삶은 계속될 것이고, 그 삶을 사랑하며 즐기며 살아갈 것입니다.어느 날 갑자기 갑상선 전문의에게 찾아온 갑상선암은 공부할 게 많아서, 먹고 살기 바빠서 잊고 살았던 것에 대한 재발견이었으며,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길잡이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암! 말만 들어도 무섭지만 때로는 암이 새로운 삶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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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화 의사이자 작가는 내과 전문의로 현재 인천보훈병원 내분비내과에 근무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주요 저서는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면서요>, <오늘도 아픈 그대에게> 등이 있다.

송월화(인천보훈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 kunkang1983@naver.com

http://www.ikunk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0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