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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사랑한나무

고통의 시간도 또한 흘러간다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4. 12. 6. 10:41

 

하기 내용은 자향님이 투병 과정에서 작성한 글 이며 현재 암과 투병중인 환우님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개 합니다. 자향님은 8년간의 긴 투병 생활을 하다가 2014년 12월5일 47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부디 아픔 없는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기원 드립니다/김동우

 

 

 

고통의 시간도 또한 흘러간다.

 

소리도 없이 세월은 흐른다.

조용한 내 시간의 흐름속에 슬픔과 기쁨과 고통과 처절함, 절망감 등이 고스란히 녹아내려

내 영혼을 상처내기도 했고  또 반면에 내 영혼을 성장시키기도 했다.

 

이 세상은 모든것이 동전의 양면처럼 명과 암이 있지만 결코 어느것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가 없다.

나는 암수술후 8년 몇개월을 암과 정면으로 싸우며, 늘상 죽음과 마주보며 살아왔다.

 

그러나 암을 이기지는 못했으나

아직 살아 숨쉬고 밥먹고 일하고 아이들을 기른다.

 

여전히 내 몸안에는 많은 암세포들이 아주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암은 요즘 나를 많이 괴롭히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얼마까지 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최소한 지금 나는 평온하고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암세포들이  고맙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들은 내게 작고 사소한 것들에 만족하는 방법을 알게 했고

많은 알게 모르게 행했던 크고 작은 실수와 오류에 대해 반성하게 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했고

 

무엇보다도 

숱한 모래알처럼 많은 인간들속에서 나라는 인간의 가치를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래서 오늘도 암세포들에게 참 고맙다 인사하며 하루를 마감하려 한다

.


 

어느 지독하게 무섭고 두려운 날에

 

많은 것들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내려놓지 않았다.

오늘 시티검사를 해야 하는데 너무너무 무섭고 두려워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요즘은 자꾸 마지막을 생각하고 있다.

정리를 해야되는데 정리가 되질 않는다.

아이들에게도 너무 많은 상처를 주고있다.

이제 그만 끝내고 싶다.

투병 3년째 .....

 

이게 원하시는 것입니까?

당신이 원하시는게 두려움의 한계에 도달한  절망적이고 지친 내 모습입니까?

삶과 희망을  말하기에 나는 너무 지쳤습니다.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희망의 사과나무를 심으려 했는데 내 마음밭엔 사과나무도 흙도  아무것도 없답니다.

님이시여, 내아이들과의 작별이 아직은 너무도 싫습니다.

제발 저에게 저들을 위한 시간을 좀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나를  괴롭히는게 나자신이라는걸 잘 알고 있지만 멈춰지지가 않습니다

 

 


무엇이 두려운가?

 

과연 무엇이 두려운것인가?

오늘은 몸의 떨림이 느껴질 정도로 두렵다.

그런데 과연 이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암의 전이? 아님 통증? 그것도 아님 죽음?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가 반문해본다.

종양수치가 다시 401로 솟구쳐 오르자 마음이 괴로운건 어쩔수없지만

떨리고 두렵고.... 이러고 싶지 않다.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매일매일 매순간순간 마음이 달라지고 변화한다.

어느 순간은 그래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싶어 차라리 투지가 생기다가도

또 어느순간은  정말 덜덜 소리가  들릴만큼 너무나도 두렵고 무섭다.

내 마음을 내가 괴롭히고 있다는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은 여전히 지옥이다.

 

상황에 옭매여있는 내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지금 이순간 무엇이 가장 괴로운가 반문해보자 지금은 딱히 괴로운게 없다.

암으로 인한 통증도 지금  이순간은 심하지 않고,

치료비로 쓴 대출금을 지금 당장 아니 내일이라도 갚으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가올 미래때문에 마음이 괴로울뿐이다.

 

차라리 이 마음을 누군가가 가져가 버렸으면 좋겠다

 

 

독백

 

캄캄하고 춥고 낯선 밤길을 홀로 걸어가는 듯 하다.

두려워서 울음조차 새어나오질 않는다

 

그러나 이 춥고 캄캄한 길이 끝나지 않자 

이젠 어둠과 두려움조차도 익숙해져 버렸다.

 

내가 지금 괴로운건 암의 공포때문일까?

아니면 죽음에 대한 공포일까?

그것도 아니면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일까?

 

오늘 아이들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내가 불안하면 아이들도 불안해하는데 쉽사리 감정조절이 되질 않는다.

 

말기암환자로서의  2년 7개월은 정신건강과 함께 경제까지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

원래 나는 천성이 명랑해 우울을 모르고 살았는데

자꾸 암이 나를 좀먹어간다....

 


다시 시작된 통증

 

날씨가 흐린 1월의 어느 일요일

골반뼈로 다시 전이가 되었지만 아직 방사선치료를 할 정도는 아니라 해서

호르몬치료와 자연치료제를 먹으며 다시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골반뼈 아래쪽부분으로 통증이

계속 우리하게 나타나자 다시 마음이 자꾸 나락으로 떨어지려 한다.

 

아무리 마음을 잘 다스린다 해도 통증은  마음을  다시 원자리로 돌려놓았다.

 

통증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한심하기도 하고 내려놓았다고 말만 하지

암에 대한 공포를 여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내가 싫다.

 

내일은 서울 강동경희대병원에 간다.

줄기세포 라정찬박사님이 주선해 주셔서 한방쪽으로 컨설트 받기로 했다.

암관련 한방치료는 치료비가 엄청나서 엄두도 못냈는데 치료비를 회사에서 도와주신다고 한다.

살다가 이런 감사한 일도 있구나 싶어 그저 감사할뿐이다.

 

다시 희망에 차있어야 하는게 정상인데 통증이 희망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삶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지 참 궁금하다.

물론 종착지는 알고 있다.

누구나 삶의 종착지를 알지만 이리저리 돌아가지 않고 울툴불퉁하지 않는 길로 편안히 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걸 왜 진작 알지 못했는지....

 

누구나 그러하듯 나도 한때는 인생이 빛나게 느껴지고 매사에 자신있던 시절이  있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 고난을 겪을때도 나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생계를 걱정하며 암과 싸우는 초라한 모습으로 여기 서 있다.

이 엄청난 상황들을 담담히 받아들이기엔 나는 너무나 작고 모자람이 너무 많은사람인데

신은 왜 이런 나를 선택하셨는지

도무지 그 뜻을 알길이 없다.

 

 

우울한 날에

 

새해가 되었다.

전이판정을 받은지도 이제 만 3년이 되어간다.

열심히 버티고 노력하고 하루에 몇번을 지옥을 오가면서도 나는 살아있고 또한 살아갈 것이다.

며칠전 죽음을 선택하신 전직야구선수의 죽음을 보면서 내 마음도 나락으로 떨어진다.

현실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 난들 왜 죽음을 생각지 않았겠는가.... 

 

인간으로써 가장 참기 힘들다는  뼈전이로 오는 통증을 마약성진통제조차 먹지않고 버티다가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빌던 시간도 있었다.

자살을 선택했다고 아무도 그를 비난할수는 없다.

개인의 삶의 무게는 당사자가 아니면 결코 알수 없다.

 

오늘은 왜 이리 마음이 슬플까?

통증이 심하지 않은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오늘은 마음이 참 슬프다....

무엇을 더 내려놓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실패와 고통의 시간이 지나야 행복을 찾을수있다고 하셨다.

내게는 언제나 봄이 오려나...

 

 

 

다시금  공격 그리고 후퇴

 

날씨가 매우 차갑다.

실내에서도 손이 시려 호호 불기도 하고...

그래도 날씨가 청명하니 몸 컨디션도, 기분도 나쁘질 않으니 좋다.

연말이 되니 보고사항도 많고 일거리가 많으니 나름 바쁘다가 하늘을 보니 참 좋으네.

올해도  이제 20일 남았는데 올해를  무사히 넘기는것 같아 참 다행이다.

 

5월 23일 항암 16차를 끝으로 몸속에 항암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나니 얼마나 몸이 편한지......

발저림도 없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수월하고 근무를 해도 수업을 해도 한결 나았다.

 

하지만 아무리 줄기세포랑 면역세포를 넣어주어도 몸에선 암세포가 움직이려고 기를 쓰는듯

11월 14일 시티와 뼈스캔에서  다시 골반뼈쪽과 폐에서 움직임이 포착된다한다.

CA15-3수치도 다시 88로 올라가고.....

 

한 일주일이 처참하고 우울했다.

어쩌라고.....

암세포를 잠재우기 위해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과 비용들....

 

하지만 이렇게 지낼순 없다.

힘들고 괴로워도 아무도 대신해줄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잖아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스리고 다스리며

더이상 통증이 심하지 않음을 감사하고

혹시.... 아이들을 두고 가더라도

고통없이 통증없이 잘 갈수있게 해주십사...

기도하고 바라자 마음이 한결 안정이 되었다.

 

나는 정말이지 암과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지만

이제 이싸움의 결정권은 내 영역이 아닌것 같다

 

하지만 결코 포기는.....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