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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사랑한나무

미슬토주사후 무기력증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4. 12. 6. 10:54

 

하기 내용은 자향님이 투병 과정에서 작성한 글 이며 현재 암과 투병중인 환우님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개 합니다. 자향님은 8년간의 긴 투병 생활을 하다가 2014년 12월5일 47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부디 아픔 없는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기원 드립니다/김동우

 

 

11월의 어느 월요일, 내려놓기

 

며칠째 컨디션이 별로입니다

어제는 날씨까지 굽굽하니 먹은게 체해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습니다.

7년째 암환자로 살고 있고

최근 2년 6개월은 전이까지 되어 4기암환자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몸 어딘가의 통증은 견디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몸이 좋지 않으면 마음까지 같이 다운됩니다.

마음을 돌리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마음은 몸이 가는곳으로 달려가네요.

 

빛나는 인생의  한 시점을 이렇게 병마와 싸우고만 있다는게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도리없어 그저 마음을 추스리고 또 추스릴 뿐입니다.

어제 전화온  어느 유방암환우는 우울증약을 복용한다고 하시네요.

내게는 그것도 사치입니다.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기운이 없어 다른곳에 갈 기력조차 없으니...

아무에게 원망도 못하고 그저 혼자 견딜 뿐입니다.

내가 어리석어 병을 불러왔고 더 악화시켰으니 누구에게 원망을 하겠습니까

 

내게는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도...

경제력으로  도와줄 남편도 없습니다.

그저 내게는 숙제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살아가는 목표이기도 한  어린 두 남매가  있습니다.

그들 때문에 살아야 하고  그 아이들 때문에 나는 오늘도 출근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그리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삶의 굴곡이 남보다 좀더 깊을 뿐이고 여기까지 견딜 힘을 주셨으니 앞으로 또 어떻게든 이겨나가겠지

 

그리고 매일 매일 기도합니다.

제발 나의 아이들이 성인이 될때까지 시간을 좀더 연장해주시라고...

같이 하고 싶은것도 많고, 해주고 싶은것도 많고, 해줄 이야기도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내가 겪은 인생의 시행착오를 내 아이들은 미리 알아 피해가라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

나는 지금 전쟁터 한 복판에 서있습니다.

조금만 움직이면 어디에선가 날아오는 총알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애착도 미움도 두려움도 공포도 욕심도 사랑도....

내 안에 있는 감정의 잔해를 다 내려놓고 덤덤한 마음으로  이 사지에 서 있으려 합니다.

혹시 압니까?

운이 좋으면 총알이 비켜갈 수도 있으니... 

 

 

 

 

참으로 행복하지 아니한가

 

 

어제 오후 원자력병원에 예약이 되어 있어 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왔다.

5월 23일 이후로 항암을 받지 않고 있으니 혹시나 하는 불안은 항상 있지만

그래도 그동안 줄기세포와 면역치료를 같이 받았으니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윤희혈액종양내과과장님은  무척 상냥하셔서 환자의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나도 같은 여자이지만 과장님이 너무 예뻐 만나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일단 암세포가 움직이는것 같지 않으니 항암하자는 말씀을 이번에도 하지 않으신다

그런데 피검사상 간수치가 좀 올랐다 하신다.

AST가 65정도라는데  그래서 그동안 피곤했나...싶다.

면역치료를 하면 그럴수도 있다한다.

이유가 뭔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일단 두고 봐야지

11월 14일 CT와  Bone Scan 예약을 하고 돌아왔다.

 

과장님과의 10분의 면담을 위해

조퇴를 하고

1시간을 자동차 몰아서 가고...

피검사를 하고 40분을 기다리고....

10분을 위해 4시간을 썼지만....

참 힘들다면 힘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날씨에 드라이브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

 

며칠전부터 마음이 좀 착찹했었다.

이제 맞을 수있는 줄기세포가 없다고 한다.

17번의 줄기세포를 맞고 세차례 면역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으려고 정말이지 기를 쓰고 중국과 일본을 다녔다.

돈도 엄청 썼다.

그런데  줄기세포를 다 사용했다 하니 가슴 한구석이 철렁했다.

아직 완치가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하지....

아직 군데군데 암세포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 어떻하지...

마음이 묘하게 불안하면서 착찹하다.

 

통증이 없는 이 상태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항상 움직이고 움직이다 보니

다 낫지도 않았는데 어쩌라고... 속상한 마음이  올라온다.

그래서 기분이 착찹해지고

이제 주사맞을 경제적인 여력도 없고.... 그래서  기운이 빠진다.

 

그래도.... 그래도 감사하자, 감사해야 한다.

줄기세포에도 면역세포에도 그리고 지금껏 잘 견뎌준 나자신에게도 감사해야 한다.

 

그 무지막지한 통증이 없는 것 만으로도

예쁜 우리 아이들 얼굴을 아직 볼수있다는 것 만으로도

전신에 다 퍼져 고개를 젔던 의사선생님의 얼굴이 이제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것 만으로도

아직 병든 몸이지만 내치지 않고  출근을 할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 입에 맛난 고기를 사줄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항암을 쉬어도 될 만큼 암세포 기세가 줄어든 것 만으로도

파아란 가을 하늘을 마음껏 올려다 볼수 있는것 만으로도

이또한 행복하지 아니한가....

 

 

 

 

 

시간은 흐른다

 

 

참 고마운 것이 있습니다.

시간입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처도

즐겁고 행복했던 모든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어 희미해집니다.

 

인생을 살면서 분명 행복했고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괴롭고 힘든  시간도 많았습니다.

 

특히 2011년 암의 전이로 인한 통증은 말로 표현할수없을만큼

고통스럽웠지만....

이또한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치료법을 잘못 선택한 내 책임입니다.

모든게 내가 원인이었습니다

 

끊임없는 자기반성이 없이 어찌 내면의 성장이 있겠습니까?
암을 통해 기쁨도 슬픔도 고통도 나자신이 원인임을 알았으며
이또한 지나가리라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실을 깨닫고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미슬토주사후 무기력증

 

7월 23일부터 미슬토주사를 시작하여 현재 2mg에 들어갔다.

용량이 높아져서 그런지 발적도 심하고 가려움도 심하지만

자꾸 눕고 싶고  무기력증이 와서 근무하기가 힘이 든다.

하반기 약품품의를 해야 하는데  자꾸 미룬다.

미슬토주사주의사항을 보면 발적과 무기력은 긍정적인 반응이라 되어있어 안심을 한다.

 

재발된지 2년 2개월이 되었다.

전이가 온 몸으로 상승곡선을 타다가 작년 6월 방사선, 항암을 시작으로 줄기세포를 같이

병행한 결과 CA15-3수치가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고 군데 군데 남아있는 암세포들도 힘을 못쓰는게 느껴진다.

얼마전부터 줄기세포에 면역세포주사까지 미슬토까지 아마 암세포들이 정신을 못차리지 싶다.

 

9월 6일 동남권원자력병원에 예약이 되어있다.

항암 탁솔을 17차까지 하고  더이상 견딜수없어하자 호르몬 치료를 하자고 한다.

면역치료만 계속하고 싶지만 작년에 워낙 고생을 해서 의사샘말도 착실히 듣고 싶다.

 

배주위가 근질거리고 체온도 상승된것 같다.

완치는 어렵고 수명연장만 할뿐이라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나는 미슬토주사를 직접 놓고 

줄기세포와 면역세포를 맞으러 비행기를 탄다.

 

 

 

 

여고생 어느 한때 

전혜린을 미친듯 좋아한적이 있었다.

그이의 문학적, 철학적 깊이에 빠진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사춘기 한때.... 감성의 멋에 겨워 나도 서른을 넘기고 싶지 않았었다.

그때 내게 서른은 너무 늙은 나이였다

 

그런데 내나이 마흔 하고도 여섯

이제는 죽음이 참 두렵다.

 

아니 가만히 생각해보면  

죽음 자체가 두려운게 아니라 죽음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것 같다.

왜냐면 척추에 전이된 암성통증을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복이 많아 명이 다해 자다가 조용히 죽는것을 제외한다면

.인간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당연히 동반되는 병으로 인한 여러가지 고통들이 두렵다.

 

항상 명상을 좀 해야겠다 생각은 하지만

일상의 게으름에 기도도, 명상도 놓치고 하루하루를 허둥지둥 살아가고 있지만

잘 죽고 싶어

편안히 죽음을 맞을수 있도록

순간순간 죽음에 관한 기도는 한다.

 

암은 내게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해주었다.

 

내게 가장 큰 숙제였던 아이들

아이들이 성인이 될때까지만 살고싶다는 욕심도 버렸다.

 

내목숨만큼이나 소중하고 내 모든것이라  생각했는데

암통증이 너무 심해지자 아이들조차 버겁고 무거웠다.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고통에 겨워 현실을 도망가고 싶은 나약한 인간이었고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싫고 원망스러워하는 그냥 그런 인간이었다.

 

그래도

그런 나를 사랑하려한다.

상황에 타협도 할수있고...

상황에 도망도 갈수있는

그런 나를 사랑하려 한다.

 

암도 죽음도 두렵진 않지만 통증은 여전히 두렵다

 

 

암이 내게 준 것은

 

시작은 2006년 2월

그렇게 암은 조용히 찾아왔다.

처음은 멋도 모르고 수술에 항암에 방사선에....

끝이 아니였는데 끝인줄 알았다.

 

2010년 6월 폐, 뼈전이를 시작으로 간 ,임파절 등으로 퍼져 죽음보다 더한 통증을 경험하고 나서야

육체가 병들면 영혼조차 병든다는 걸 알았다.

육체의 고통을 들어주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조차 팔고 싶었다.

매일매일 죽음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준 내안의 나를 안아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도와준 나의 언니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한다.

아마 그 고통의 순간들에 언니가 없었다면 포기를 선택하였을지도 모른다. 

 

죽는게 나을 만큼 참 많이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러나 언제 상황이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2차대전시 유대인수용소에서도 딱딱한 빵조각을 먹고 따뜻한 햇빛을 즐기는 행복이 있었다고 한다.

암은 내게 많은 고통을 주었지만 그속에서도 나름 잠깐 잠깐의 평화와 행복이 분명 있었다.

오늘은 오늘 하루 열심히 살고

내일은 내일 하루 또 열심히 살고 

그러다 부르시면 언제든 가야지...

알고 가는 길은 좀 쉽겠지.

 

아!~~~그러나 통증은 정말이지 싫다.

 

 

 

나는 내가 너무 고맙다

 

전이가 되었다는건 더이상 물러설곳이 없는...

낯선 지구별에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외롭고 고독한 싸움이다.

 

2006년 유방암진단과 수술, 항암6회, 방사선33회의 전투를 끝내고  쉽게 생각했다

이젠 더 이상 전쟁은 없을거라고....

하지만 2010년 6월  전이가 되면서 정말 치열하고 엄청난 전쟁을 여지껏 치루고 있다.

 

처음엔 자금도 넉넉하고...

주위 우방군도 있었지만

긴 병에 효자 없듯이

외롭고 고독한 암과의 전쟁을 나는 홀로 싸우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외롭지만은 않다.

긴 병마는 내게 마음을 정리하고 내면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줬고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는.... 나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자주 연락을 주고 받던  주위사람들이  더이상 전화를 하지 않고 연락을 끊는것도 이젠 섭섭하지 않다.

어차피 나도 그들과 같았을테니....

 

8월 한달을 어떻게 보냈는가 싶다.

 

면역주사를 한다고  그동안 16차나 해온 항암을 중단하고 면역주사를 기다렸으나

배양에 실패하고 계속 늦어지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면서 거잡을수없이 공포가 밀려들었다.

겨우 관해상태를 보이던것이 다시 움직이나, 어쩌지, 어떡할까....

 

다시 시작된 척추의 통증이 공포로 다가와

마음은 이리저리 자꾸 달려나가고

다시 혈액종양내과선생님과 면담 신청하여

시티를 찍고

그 와중에 엄마가  골절을 당해 입원시키고 

그나마 시티상 5월에 찍은 사진과 별반 차치없다는 말에 안심하고,

개학하고 일본가서 줄기세포와 면역주사맞고......

 

정말  잘하고 있어요 - 칭찬스티커를 주고 싶다.  

어느 길이 맞는 길인지 아무도 모른다.

 

항암이 아닌것 같아 대체요법을 열심히 해 보았지만

오히려 더 전이가 확산되어 죽음보다 더한 통증의 고통과

함께 죽음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항암을 하면서 줄기세포주사를 맞고 면역세포주사, 미슬토주사도 하고 온갖 항암보조제를 먹으면서

몸안에는 간,  폐  뼈 등 군데군데 암세포들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지구별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실패도 실수도 많은 내 인생이지만 정말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열심히 살아준 나 자신에게 포기란 단어를 선물하고 싶지가 않다.

사람들이 다 떠나가도 내안의 나는 열심히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너무 고맙다.

 

어제는 살짝 치매증상이 보이시는 엄마의 요양병원을 알아보려고 3군데 병원을 왔다갔다하고

오늘도 7시에 일어나  간단하지만 된장에 밥...아이들 식사를 주고 출근을 했다.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떠올랐다.

다시 오늘을 열심히 살 뿐이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