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시한부설이 나돌던 잡스가 건강하게 보인 이유는 그가 앓고 있는 췌장암의 특성 때문이다.
췌장암 중에서도 선암은 생존율이 7.6%(2008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잡스가 걸린 췌장암은 신경내분비암으로 분류되는데 5년 생존율이 50%가 넘는다. 그래서 의학계는 잡스가 ‘착한 암’에 걸렸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용태 교수는 “신경내분비암은 원래 통증이 거의 없다. 말기에 가서야 통증이 온다”며 “잡스가 먹는 것으로 추정되는 항암제는 구토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는데 이 때문에 겉으로 멀쩡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암은 통증은 없지만 체중은 줄어든다”며 잡스가 수척해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몸 속에서는 암세포가 서서히 퍼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허대석(종양내과) 교수는 “잡스의 암은 천천히 진행되고, 호전-악화를 반복한다”며 “맞는 항암제가 없기 때문에 임상시험 중인 약을 쓰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잡스의 완치 확률을 0%로 본다.
서울대 허 교수는 “잡스는 암이 전이되고 재발한 4기의 진행기(advanced stage)이며 말기로 가는 과정에 있다. 말기가 되면 3~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명환 교수는 “2~3년 후가 최대 고비가 될 텐데, 이때 암세포가 뼈나 혈액으로 퍼져 합병증이 생기면서 말기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배지영 기자 (조인스 암센터 펌)
◆췌장암=소화효소를 만드는 샘에 문제가 생기면 췌장선암이라고 한다. 췌장암의 80~90%가 이것이며 대개 1년을 넘기지 못한다. 2008년 국내에서는 인구 100만 명당 65명꼴로 발병했다. 신경내분비암은 호르몬·인슐린 분비세포에 생긴다. 인구 100만 명당 2.2명이 걸리는 희귀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