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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시,수필] 83

가재미 / 시인 문태준

​​가재미 / 시인 문태준​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 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 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 쪽 눈이 다른 한 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 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 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

육바라밀(六바羅蜜)

​육바라밀(六바羅蜜)애인(愛人)- 춘원:이광수 임에게 아까운 것이 없이무엇이나 바치고 싶은마음거기서 나는 보시(布施)를 배웠노라. 임께 보이고자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거기서 나는 지계(持戒)를 배웠노라​임이 주시는 것이면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거기서 나는 인욕(忍辱)을 배웠노라​자나깨나 쉴 사이 없이 임을 그리워하고임만을 기다리는 이 마음거기서 나는 정진(精進)을 배웠노라​천하에 많고 많은 사람중에오직 임만을 사모하는 이 마음거기서 나는 선정(禪定)을 배웠노라.​내가 임의 품에 안길때기쁨도 슬픔도 임과 나의 존재도잊을 때도 살반야 지혜(智慧)를 배웠노라​이제 알았노라임은 이 몸께 반야바라밀(般若바羅蜜)을 가르치려고짐짓 애인의 몸을 나툰 부처시라고.

천국은 바로 내 곁에 있다

https://youtu.be/2pltz7p_tyA?si=vMq7btb0vzA3apoI https://youtu.be/yXwcD7pD93s?si=Xhh89JGrW6t0RlZN ​ 천국은 바로 내 곁에 있다/김동우 살면서 설레임이 없었더라면 오늘이 기다려지지 않았을 것 이다 살면서 기다림이 없었더라면 내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 이다 기쁨과 환희 그러한 것 들을 느끼지 못 하였더라면 삶은 무미 건조하고 슬픈 시간의 연속이라 생각 한다 행복이란 거창하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소한 것에서도 느낄 수 있고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 할 수 있기에 생각하기에 따라 어느 곳이라도 천국이 될 수 있는 것 이다.​

커피도 사랑도 뜨거워야 제 맛입니다.

커피도 사랑도 뜨거워야 제 맛입니다. 첫번째. 커피도 사랑도 뜨거워야 제 맛입니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셔 본적이 있나요? 그 비릿한 내음.. 역겨운 맛. 식어버린 사랑을 느껴 본적이 있나요? 그 차가운 눈빛.. 역겨운 정. 커피도.. 사랑도..당신이 원하는 온도로만.. 유지된다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시간은 커피와 사랑의 온도를 유지 시켜주지 않습니다. 뭐.. 때론 데울 수도 있겠지만..처음 같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커피가 너무 뜨거우면 입을 델 수조차 있고.. 사랑도 너무 뜨거우면....마음을 데일 수가 있습니다. 두번째. 커피도 사랑도 순수해야 한다. 커피에 무엇을 넣어 마시나요? 사랑 이외에.. 무엇을 바라나요? 세상엔.. 온갖 종류의 커피가 있듯.. 세상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습니다..

산경 / 도종환

산경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다 지나간다 / 지셴린 늘 궁금한 단어 / 인생... 나에겐 인생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미 아흔해가 넘도록 하루하루, 한순간 한순간, 인생과 대면하며 살았으니 말이다 나처럼 나이든 노인이 인생에 대한 한담을 나누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 하지만 조금만..

평범한 진실

​ 1. 평범한 진실 건강(健康)하게 산다는 것은 위대(偉大)한 일이고,생존(生存)한다는 것은 지뢰밭처럼 예측(豫測)할 수도 없으며,위험성(危險性)도 매우 큽니다. 정말 인생 80까지 살면 90점이고,85면100점이라고 평소에 공언(公言)해 온 것이, 타당(妥當)함을 새삼 느낍니다. 오늘도“평범(平凡)한 진실(眞實)”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1.기적(奇蹟)은 특별한 게 아닙니다.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내면 그것이 기적(奇蹟)입니다. ​ 2.행운(幸運)도 특별한 게 아닙니다. 아픈데 없이 잘 살고 있다면 그것이 행운(幸運)입니다. ​ 3.행복(幸福)도 특별한 게 아닙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고 지내면 그것이 행복(幸福)입니다. 1. 오늘은 선물입니다. 하늘이 나에게 특별히 주신 최고의 선물입니다. 2..

아픔은 어쩔수 없는 나의 것이 되고

아픔은 어쩔수 없는 나의 것이 되고 새벽 4시면 잠이 깬다. 물을 덜 먹고 자란다. 화장실 가다가 넘어 질 수 있다고 이 사람 매일 같이 간섭이다. 그 나이에도 참견하는 것이 귀엽다. 물론 갓 시집왔을 때의 상큼 와락 껴안고 싶은 귀욤은 아니지만 한 여름 대청마루에서 부채질하며 느슨하니 하는 간섭이 한가한 귀염이다. 뭔가 다 털어놓아도 다 받아 줄 것만 같은 믿음이다. 다 알면서도 나를 택한, 나와 함께 한 고생! 그리 귀하고 곱게 자라서 나에게 눈에 콩깍지가 씌어 그 좋은 자리 다 마다하고 나에게 온 이 사람! 나에겐 늦은 결혼이지만 아들 딸 낳고 시어머니 시할머니 쭉 모셨고 큰 수술까지 했으니, 그때 내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난 당신을 절대 속이지 않는다 였다. 사이버에서도 금전 관계도 있고 현실로 ..

열애-배경모.윤시내

열애-배경모.윤시내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영롱한 사랑 1970년대 부산문화방송 음악 프로듀서이자 심야 음악방송 의 인기 진행자였던 배경모. 광복동 무아음악감상실의 DJ로도 활동했던 그는 다정다감한 목소리와 빼어난 문학적 감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 무슨 날벼락인가, 1978년 그는 36세의 한창 나이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어린아이와 사랑하는 아내를 남겨둔 채 직장암으로 이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는 암투병을 하던 병상에서 애절한 사랑의 시 한편을 지어 아내에게 바쳤다. 처음엔 마음을 스치며 지나가는 타인처럼 흩어지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앉으나 서나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대 향한 그리움. 그대의 그림자에 싸여 이 한세월 그대와 함께 하나니 그대의 가슴에 나는 꽃처럼 영롱한 ..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https://youtu.be/KCAVFfkFJlw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도종환 저녁 햇살 등에 지고 반짝이는 억새풀은 가을 들판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차가워지는 바람에 꽃 손을 비비며 옹기종기 모여 떠는 들국화나 구절초는 고갯길 언덕 아래에 있을 때 더욱 청초합니다. 골목길의 가로등, 갈림길의 이정표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보기에 얼마나 좋습니까? 젊은 날의 어둡고 긴 방황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기 위한 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기나긴 그리움의 나날도 있어야 할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겁니다. 머물 수 없는 마음, 끝없이 다시 시작하고픈 갈증도 내가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한용운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

쇼팽의 "즉흥환상곡" 이야기

쇼팽의 "즉흥환상곡" 이야기 https://youtu.be/dHwhfpN--Bk 1810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쇼팽은 피아노를 무척 잘 쳤다. 그는 7세에 작곡을 하였으며, 8세에는 공연까지 할 정도여서 천재 작곡가로 불렸다. 그는 자연을 좋아했고, 독서와 글쓰기를 즐겼으며, 관찰력과 표현력이 뛰어나 친구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흉내 내어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고 했다. 그는 음악가가 되지 않았으면 아마 시인이 되었을 거라고 한다. 그의 음악은 나이를 더할수록 더 큰 재능을 보였다. 그의 가족은 쇼팽이 더 많은 음악활동과 음악인으로서의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유학을 권유했다. 그는 고국을 떠나 20세에 프랑스로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불행하게도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그래도 많은 시간을 음악에 몰..

따뜻한 안부

따뜻한 안부 / 박복화 지금 그대 춥거든 내 마음을 입으시라 내복 같은 내 마음을 입으시라 우리의 추운 기억들은 따뜻한 입김으로 부디 용서하시라 당신과 나의 거리가 차라리 유리창 하나로 막혀 빤히 바라볼 수 있다면 좋으리 차가운 경계를 사이에 두고 언 손 마주대고 있어도 좋으리 성에를 닦아내듯 쉽게 들여다보이는 안팎이면 좋으리 시린 발바닥에 다시 살얼음이 박히는 계절 한 뼘의 고드름을 키우는 바람소리 깊어지면 눈빛 하나로 따스했던 그대만 나는 기억하리 나조차 낯설어지는 시간 스스로 기다림의 박제가 되는 저녁 입술이 기억하지 못하는 절실한 그대의 안부 지금 내 마음처럼 그대 춥거든 이 그리움을 입으시라 https://youtu.be/c1wpEweuo6U 오래된 기억/김동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맺은 수 많은..

우리가 사는 온도

“길 잃은 사람아, 길은 있다” 매일 쏟아지는 날선 질문들 속에 사는 우리들에게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혹하고 진실도 때로는 아프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날선 질문들 속에 살다 보면 넘어지기는 일쑤고 어둠 속에 갇혀 길을 잃게 마련이다. ‘마음이 마음에게’에 이어 두 번째 책으로 돌아온 김준 작가의 ‘견뎌야 하는 단어들에 대하여’는 이처럼 날선 단어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들에게 7개의 단어로 말을 건다. 작가는 먼저 담담하게 고백한다. “눈만 뜨면 머리 위로 단어들이 추락하는 듯 했습니다. 운명, 상실, 회환, 고독, 거짓, 영혼, 절망과 같은 단어들이 말입니다.” 마음에 빗장을 단단히 채우면 괜찮지 않을까, 귀를 틀어막으면 들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날선 단어들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우리 모두 무게와..

공존의 이유

공존의 이유 / 조 병 화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 웃음을 나눌 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얘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합시다 우리 앞에 서글픈 그날이 오면 가벼운 눈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생각하는 세상보다 느끼는 세계에(시낭송 - 유문규) '82년 LP

생각하는 세상보다 느끼는 세계에(시낭송 - 유문규) '82년 LP SIDE A. ​ 1.뒤늦게 내리는 눈(김재원 글) ​ 소유하지 말자. 손을 벌려 잡아 보아도 형체없이 스러져 버리던 욕심 나는 언제고 빈 손이자 미소같이 엷은 얼룩만 남기고 스러져 버리던 눈발처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나는 언제고 빈 손이다 명함만 남기고 무너진 경력처럼 유서만 남기고 중지된 인생처럼 보이진 않으나 실수 없는 죽음처럼 ​ 나는 약속이고 싶었다. 2월이건 3월이건 기다리다가 첫눈이 오거든 그때야 만나자는 나는 유치한 약속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자유이고 싶었다 한데 묶은 약속을 둘로 나눠 가지고 웃으며 돌아서는 적당한 자유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또 눈물이고 싶었다 당신의 눈시울에 눈물이 되어 글썽이는 세속적인 눈물이고..

‘마음속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마음속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여름의 끝자락에서 바람도 밀어내지 못하는 구름이 있다. 그 구름은 높은 산을 넘기 힘들어 파란 가을하늘 끝에서 숨을 쉬며 바람이 전하는 가을을 듣는다. 저 산 너머 가을은 이미 나뭇잎 끝에 매달려 있다고 바람은 속삭인다. 내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집에는 유난히 가을을 좋아하고 가을을 많이 닮은 엄마가 계신다. 가을만 되면 산과들을 다니느라 바쁘시고 가을을 보낼 때가 되면 ‘짚신나물도 보내야 되나보다’ 하시며 아쉬워 하셨다. 그러시던 엄마가 2년 전 가을, 잦은 기침으로 병원을 찾아다가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보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 가족들은 정말 별일 아닐거라는 생각에 오랜만에 서울구경이나 해보자며 서울길에 올랐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우리를..

정말

수요힐링['詩'&評] - 재미난 시 한편 소개 합니다. [충남고교교사 이정록 시인이 쓴 "정말"이란 시인데] 남편이 일찍 죽음의 슬픔을 역설적이고, 풍자적이고, 유모러스 하게 표현 했지만 읽다보면 마음이 쨘~해지는, 전혀 외설스럽지 않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시입니다ㆍ "정말" 이 정 록 "참 빨랐지! 그 양반!"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이규리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은 여러 날인데 ​ 어느 날의 꽃이 가장 꽃다운지 헤아리다가 어영부영 놓치고 말았어요 산수유 피면 산수유 놓치고 나비꽃 피면 나비꽃 놓치고 꼭 그날을 마련하려다 풍선을 놓치고 햇볕을 놓치고 아,전화를 하기도 전에 덜컥 당신이 세상을 뜨셨지요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어요 죄송해요 꼭 그날이란게 어디 있겠어요 그냥 전화를 하면 그날인 것을요 꽃은 순간 절정도 순간 우리 목숨 그런 것인데 차일피일, 내 생이 이 모양으로 흘러온 것 아니겠어요 그날이란 사실 있지도 않은 날이라는 듯 부음은 당신이 먼저 하신 전화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당신이 이미 꽃이라 당신 떠나시던 날이 꽃피는 날이란 걸 나만 몰랐어요 산다는 것/김동..

사과 좀 깎아 주세요

사과 좀 깎아 주세요 암(癌) 병동 간호사로 야간 근무할때였다. 새벽 다섯 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다. "무엇을 도와 드릴 까요?"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다.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환자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놀란 마음에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를 내밀며 말했다.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 맥이 풀렸다. 옆에선 그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 좀 깎아 줘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어 나는 사과를 깎았다. 그는 내가 사과 깎는 모습을 가만히..

바 다

바 다 / 장수경 너의 속정 그리워 가슴 싸아한 날엔 괜스레 어물전 앞을 서성대다가 물미역이라도 한 다발 사와 코를 발름거리면 청때깔 눈부시게 가물대는 너 뻑뻑한 목울대에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못 하고 기어이 네 가슴팍에 닿는 막차를 탄 것이 그래,환장할 너의 갯내 가슴속 묵정밭 서너 마지기 수천의 울음 쏟아 갈아엎어 뒤채는 너의 등짝에 실려두고 겨드랑이 오목한 너럭바위에 엎드려 별빛 닦는 네 노래에 혼곤히 젖다가,젖다가 이 밤 정분 도타이 엉킨들 또 어쩌겠느냐 차라리 두 눈썹 하얗게 바래도 좋아라 갈매기 참방대며 제 길 트는 해오름녘 눈부신 살결 위로 요요히 햇살을 깔고 어제처럼 는실난실 감겨오는 너 난 몰라라, 요 너럭바위에서 덜컥 일을 내고야 말더라니.

아내는 안해다

아내는 안해다 / 오탁번 토박이말사전에서 어원을 찾아보면 '아내'는 집안에 있는 해라서 '안해' 란다 과연 그럴까? 화장실에서 큰거하고 나서 화장지 다 떨어졌을 때 화장지 달라면서 소리쳐 부를 수 있는 사람 틀니 빼놓은 물컵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생일 선물 사줘도 눈꼽만큼도 좋아하지 않는 그냥 그런 사람 있어도 되고 없으면 더 좋을 그런 사람인데 집안에 있는 해라고? 천만의 말씀! 어쩌다 젊은 시절 떠올라 이불 속에서 슬쩍 건드리면 안 해! 하품 섞어 내뱉는 내 아내!

마음에 두지 마라

마음에 두지 마라 ​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흐르는것은 흘러가게 놔둬라. 바람도 담아두면 나를 흔들때가 있고, 햇살도 담아두면 마음을 새까맣게 태울때가 있다 ​ 아무리 영롱한 이슬도 마음에 담으면 눈물이 되고, 아무리 이쁜 사랑도 지나가고 나면 상처가 되니 그냥 흘러가게 놔둬라... ​ 마음에 가두지마라 출렁이는 것은 반짝이면서 흐르게 놔둬라. 물도 가두면 넘칠때가 있고, 빗물도 가두면 소리내어 넘칠때가 있다. ​ 아무리 즐거운 노래도 혼자서 부르면 눈물이 되고, 아무리 향기로운 꽃밭도 시들고나면 아픔이 되니 출렁이면서 피게 놔둬라. ​ -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 中 - [출처] ★ 마음에 두지 마라 ★|작성자 자연인

직장상사와 마누라

“마누라가 제일 고맙네요…” ​ 암환자에게 가정생활은 무척 중요하다. 사실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가정생활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늘 소중한 것을 놓치며 살아가기에, 소중한 것이 없어져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어있다. 건강도 잃어봐야 소중함을 알게 되지 않았던가. 가정생활도 마찬가지이다. 가정생활이 중요하다고 모두들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어렸을 때 부모, 가족들과 맺어오는 관계 속에서 어렴풋이 짐작하며 터득해 나갈 뿐이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면 그 방법과 역할이 바뀌게 된다. 각자의 가정생활을 어떻게 해 나갈 지는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가족에서도 어떻게 가정생활을 해야 잘 하는..

파비우스 막시무스

파비우스 막시무스 “순리대로 갑시다.” “순리대로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암세포 때려 잡자고 독한 항암치료는 하지 않을 겁니다.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출 겁니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생기던 그것도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입시다. 순리대로 갑시다.”​ 파비우스 막시무스는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장군이다. 파비우스가 살던 당시 로마는 큰 위기였다.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다투던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코끼리 부대를 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와 이탈리아 본토로 진격을 해왔다. 로마는 트레비아 전투에서 대패를 하며 수도 로마가 함락될 위기에 처했다. 잇따른 큰 전투에서 많은 군대와 장군을 잃은 로마 원로원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파비우스를 독재관으로 임명하여 전쟁터로 내보냈다. ​ 하지만, 파비우스는 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