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미 / 김남조
지순한 정에 넘치고
에오라지 잘 되기를 비는
연한 새순같은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주겠는가
반생을 지운
삶의 산마루에서
불현듯 느껴오는 보라빛 광망의
달밤같은 그리움이 있다면
누구에게 주겠는가
순은 벌어 잎새 무성하고
머잖아 눈부신 꽃숭어리를 펴 바칠
기찬 동경과 바라움으로
검은 살눈썹이 젖어든다면
여인이여
우리 생애에서 가장 쓸쓸한 시간이
언제 올지는 모른다
생명의 잔을 비우고 돌아가는 길은
우모인 양 내려 쌓이는
하얀 눈벌일지도 모르는데
숙연하여 몸서리칠 그때
마지막 누구의 이름을
부르겠는가
여인이여
도금한 금붙이의 값싼 자랑이나
지난날의 사치스런 욕망들을 흘려버리고
씻은 구슬같은 마음밭에
하나의 사랑만이 있는 대로의 깊이로 깃들인다면
그 사랑을 누구에게 주겠는가
한 송이의 뜨거운 장미,
마지막인 장미를 가진다며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하였다
가끔 지난온 시절을 뒤돌아 보면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어제 이십대였다가 후다닥 서른을 넘기고
불혹의 나이를 지나 지천명까지 될 때 까지는
세월의 빠름을 크게 느끼지 않았지만
환갑을 지나고나니 문득 삶이 그리 길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더욱 더 안타까운 것은
환갑도 넘기기 전에 병마와 싸우다
하늘나라로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삶이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항상 모든 것을 다 잃어도
건강만 잘 유지한다면 그 사람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남들보다 부자가 아니라고 서운해 하지말고
남들보다 잘 나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말고
내가 현재 존재하고 있음에 고마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