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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의 신경독성: 항암제 유발 말초신경병증

라이프케어 김동우 2024. 8. 10. 10:14

항암제의 신경독성: 항암제 유발 말초신경병증

1. 신경독성(말초신경병증)이란?

항암제 치료를 받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경험하지만 의외로 겪기 전에는 잘 모르고 계시는 부작용이 항암제에 의한 말초 신경병증입니다. 말초신경이란 중추신경과 대비되는 신경계로, 중추신경을 구성하는 뇌와 척수에서 뻗어나와 말단부위 장기의 감각과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을 말합니다. 말초신경병증은 항암제가 말초신경을 손상시키면서 발생하는 증상으로, 특정 항암제를 시작 후 서서히 발생하고, 항암제를 중단하거나 감량하면 서서히 좋아지나 수개월~수년까지도 증상이 남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http://study.zum.com/book/14317)

2. 말초 신경병증의 영향

말초신경병증은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조기에 인지하고 조절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감소할 수 있으며, 직업에 따라서는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기도하고 집안일을 할 때나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가령 감각이 무뎌지거나 미세동작이 어려워지므로 직업적으로 미세한 조절을 해야 하는 분들이나 일상생활에서 해야 하는 일들 (단추잠그기, 글씨쓰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암치료의 측면에서는 신경독성으로 인하여 항암제의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흔하며, 다음 항암제의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항암제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3. 말초신경병증의 빈도

말초신경병증은 항암제의 종류에 따라서도 다르고, 항암제의 용량, 투여기간, 함께 투여하는 항암제, 이전 치료에 의해서도 발생빈도가 다릅니다. 말초신경병증으로 유명한 항암제는 백금제제(cisplatin, oxaliplatin), 탁산제제(paclitaxel, docetaxel), 빈카 알칼로이드 계열(vincristine, vinblastin), 벨케이드(bortezomib), 탈리도마이드 등이 있습니다. 대장암에서 많이 사용하는 약제인 oxaliplatin의 경우 급성 신경병증은 많게는 90%까지 빈도가 보고되며, 만성 신경병증은 13-70%에서 보고됩니다.

또한 약제 뿐 아니라 환자의 기저 질환이나 생활습관에 따라서 잘 발생하는 기여인자가 있는데, 가령 당뇨병, 고령, 신경병증이 생길 수 있는 다른 요인들 (술, 신부전, 갑상선기능저하, 비타민부족, HIV감염, 자가면역질환)등이 있으면 그렇지 않는 경우에 비해 잘 발생하고 심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4. 말초신경병증의 양상

말초 신경계를 크게 나누면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항암제에 의한 말초신경병증은 주로는 감각신경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나 운동신경이나 자율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고, 빈카 알칼로이드 계열은 특히 그렇습니다.

(1) 급성 신경병증

급성 신경병증은 말 그대로 급성으로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항암제를 첫 투여할 때부터 발생할 수 있으며, 항암제 투여 당일부터 발생할 수 있고 3일 정도에 증상이 가장 심하다가 이후로 서서히 좋아집니다. 항암 차수가 진행하며 점차 심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oxaliplatin이라는 약제를 투여할 때에는 매우 특징적으로 온도에 따른 증상이 발생하는데, 찬 물이나 찬 공기에 접촉하게 되면 입주위나 목구멍에 이상감각을 느끼기도 하며, 숨찬 증상이나 삼키기 어려운 증상, 입주위 근육의 경련, 입을 벌리기 어려운 증상, 차가운 것을 만지면 매우 시리고 저린 증상이 발생합니다. oxaliplatin에 의한 이런 증상은 다음 투약 주기까지 서서히 좋아지나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paclitaxel에 의한 신경병증은 이전에는 근육이나 관절 증상이라고 생각했으나 현재는 신경병증으로 생각합니다. paclitaxel-associated acute pain syndrome이라고 불리우며, 주로 하지 쪽에 발생하는 쑤시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둔한 양상의 통증이 특징으로 주로 심한 감기몸살 같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증상도 투약 3-4일정도에 가장 심하다가 점차 호전되며, 다음 주기 즈음 되면 거의 증상이 없어집니다.

(2) 만성 신경병증

만성 신경병증은 항암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서서히 발생하며, 보통은 3개월 가량 투여한 이후부터 발생하게 됩니다. 항암제를 중단한다고 바로 좋아지지 않고 수 개월에 걸쳐 서서히 좋아지기 때문에 심해지기 전 인지하고 감량이나 중지를 해야 하며, oxaliplatin같은 약제의 경우 항암을 중단하여도 약간 심해지다가 호전되는 현상(coasting phenomenon)이 있으므로 특히나 이상증상에 대해 담당의사와 상의하여야 합니다.

1) 감각신경계의 증상은 감각이 예민해지는 +증상과 감각이 둔감해지는 -증상으로 나눌 수 있으며, +증상으로는 찌르거나 쑤시는 양상의 통증이나 따끔거리는 듯한 느낌, 그리고 무해자극통증(acral pain&tingling, allodynia (thermal, mechanical), hyperalgesia)이 있습니다. 무해자극통증(allodynia)이란 원래는 통증을 느끼지 않는 자극을 통증처럼 인지하는 증상으로, 가령 냉장고에 들어있는 냄비 정도의 차가운 물건만 만지더라도 매우 시려하거나 통증처럼 느낍니다.

-증상으로는 저림(numbness -light touch, vibration, hypoalgesia, proprioception)을 주로 호소합니다.

이러한 감각신경의 증상은, 신경축삭의 길이에 비례하여 발생하므로 (length-dependent pattern) 주로는 손발끝부터 발생하게 되며, 점차 심해지면서 위로 올라오는 양상으로 양말이나 장갑을 끼는 부위에 주로 발생하는 stocking-glove pattern을 보입니다.

Stocking-Glove type sensory change (그림출처:https://prohealthinsight.com/diseases-and-conditions/nervous-system-disease/what-is-peripheral-neuropathy-clues-to-recognition/)

2) 운동신경계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발생하는 경우 해당 신경이 지배하는 근육의 근력저하나 근육경련이 증상입니다.

3) 또한 자율신경계 증상도 발생할 수 있는데, 제 경험상은 우리나라사람에게는 서양쪽에서 보고되는 빈도보다 흔한 것 같습니다. 가령 기립성 저혈압(누워있거나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핑- 도는 증상: postural hypotension)은 정말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으로 다들 빈혈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기립성 저혈압인 경우가 많습니다. (빈혈의 증상은 일반적으로는 무증상이거나 심하면 숨차는 증상이 주로 나타납니다) 다른 자율신경계 증상으로는 변비, 배뇨장애, 위장관 운동 저하, 심박동 이상 등이 있습니다.

5. 말초신경병증의 예방과 치료, 일상 생활에서의 관리법

(1) 예방

현재 말초신경병증에 대한 진료지침이 ASCO, ESMO등 국제 암학회에서 발간되어 있는데, 안타깝게도 항암제에 의한 말초신경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권고되는 약제는 없습니다. 특히 L-acetyl carnitine은 주지 말아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gabapentin, pregabalin, glutathione등도 권할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너무 심해지기 전 항암제를 감량하고, 심해지면 중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악화의 예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 치료

현재 가장 근거가 높은 치료약제는 duloxetine(심발타)입니다. 이 약제는 우울증 약제로 사용되지만, 만성 통증치료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30 mg을 1주 가량 복용하고 부작용이 없으면 60 mg으로 증량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약제의 효과는 주로 통증의 완화라는 것입니다. 즉 +증상에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증상인 둔한 감각의 완화는 현저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둔한 감각이 지속된다 하여 약제의 용량을 늘리거나 추가하는 것은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마찬가지로 항우울제 계열인 venlafaxine이나 항경련제 계열인 gabapentin, pregabalin등도 사용해 볼 수 있으나 근거수준이 높지는 않습니다.

위의 치료에도 잘 조절되지 않는 통증은 진통제를 추가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3) 일상생활에서 불편감을 덜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

1) oxaliplatin을 투여받는 경우 급성 신경병증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

차가운 것에 의해 유발되는 증상이 많으므로, 찬음료와 찬음식을 피하여 미지근한 물이나 따듯한 음식을 주로 먹고,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 목도리나 귀마개를 하고, 장갑이나 양말을 잘 챙기고, 찬 것을 만져야 할 경우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내거나 금속으로 된 난간을 만지는 것 같은 상황) 장갑과 같은 보호장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만성 신경병증의 경우, 역시 차가운 온도에 의한 불편감이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손발을 따듯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감각이 둔한 것 때문에 날카로운 물건에 다칠 수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하며, 또한 발 같은 경우 물집이 잡히거나 궤양이 생기면서 감염이 되는 경우에도 둔한 감각 때문에 못 느끼는 경우가 있어 발관리를 잘 하고 유심히 관찰해야 하며,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담당의사와 상의하시기를 권합니다.

또한 미세동작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치솔이나 면도기도 전기제품으로 바꾸고, 단추나 신발끈을 다루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벨크로(찍찍이)가 달린 옷이나 신발끈이 없는 신발을 신는것과 같이 소소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써서 변화를 주시면 조금 더 편하게 지내실 수 있겠습니다.

참고문헌

1. Prevention and management of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in survivors of adult cancers: ASCO guideline update.

2. Systemic anticancer therapy-induced peripheral and central neurotoxicity: ESMO-EONS-EANO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diagnosis, prevention, treatment and follow-up.

3. Clinical course of oxaliplatin-induced neuropathy: results from the randomized phase III trial N08CB (Alliance). J Clin Oncol 2012;33:3416-3422

4. Natural history of paclitaxel-associated acute pain syndrome: prospective cohort study NCCTG N08C1. J Clin Oncol 2011;29:1472-1478

5.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where are we now? Pain 2019;160:S1-S10

[출처] 항암제의 신경독성: 항암제 유발 말초신경병증|작성자 Oncolog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