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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보 및 치료법

감기’처럼 ‘암’을 치료한다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1. 2. 8. 23:07

 

 

 

감기’처럼 ‘암’을 치료한다

최근 뉴질랜드의 한 연구진이 비타민C가 암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비타민C가 암에 효과가 있는지는 예전부터 논란이 많았는데, 있다는 쪽에 표를 던진 셈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자궁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비타민C가 40% 적으며, 비타민C를 주입하자 종양 성장이 억제됐다. 커피도 논란의 대상인데, 커피를 많이 마셔도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유타 대학교의 미아 해시브 박사는 커피를 하루 넉 잔 마시는 사람이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구강암과 인두암 위험이 39% 낮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의 한 연구진은 커피를 하루 두 잔 마시면 유방암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고 했다. 미국의 매슈 듀어링 박사는 암에 걸린 쥐들을 쥐가 우글거리는 곳에서 지내게 했더니 암이 줄어들거나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복작거리는 환경이라 스트레스를 좀 받겠지만, 편안히 있을 때보다 사회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받는 편이 암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운동’보다는 ‘적극적인 사회 활동’이 암 억제에 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말기 환자도 살려내는 ALN-VSP

올해 4월 미국에서는 어떤 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말기 간암 환자 19명이 임상시험을 통해 한 실험용 신약을 처방받았다. ‘ALN-VSP’로 명명된 이 약은 간암 세포의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의 생성을 차단,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데 투약 결과는 놀라웠다. 약 복용 후 몇 주도 지나지 않아 종양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62%나 감소한 것. 이는 암세포의 생식능력이 그만큼 저하됐다는 의미로 기존 치료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무적 치료 속도다. ALN-VSP의 개발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생명공학기업 앨라일램이다. 이 회사는 RNA 간섭(RNAi) 요법으로 암세포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의 생성을 원천봉쇄해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 기존 약들은 대개 암이라는 질병에 의해 유발되는 단백질의 생성을 막아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최소화하는 반면 ALN-VSP는 암세포 자체의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구체적인 작용기전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RNAi 요법은 작용기전을 조금만 재설계함으로써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암 유전자의 75%를 공격할 수 있다.


RNAi 요법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원천적 치료

ALN-VSP를 복용하면 그 속에 함유된 합성 이중가닥 RNA(dsRNA)가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VEGF) 단백질’ 과 ‘키네신 스핀들 단백질(KSP)’ 의 생산명령을 내리는 전령RNA(mRNA)를 제거하는 것. 여기서 주목할 것은 VEGF다. 이 단백질은 원래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암세포들은 커다란 암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 VEGF를 과다 생산한다. 그래야만 조직 깊숙한 곳까지 혈관이 생겨 원활한 산소공급이 가능해지고 증식과 전이도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VEGF는 암세포라는 군대의 보급로를 구축하는 일종의 공병대라고 할 수 있다. 즉 ALN-VSP가 mRNA를 제거, VEGF의 생성을 억제하면 자연스럽게 암세포의 양분공급이 중단돼 생식력 저하와 사멸이 초래되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임상시험에서 앨라일램 연구팀이 ALN-VSP의 합성 dsRNA를 환자들의 간에 투입하자 인체의 RNAi 시스템이 종양의 VEGF 단백질 생산에 관여하는 mRNA를 모두 파괴해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이자 생물화학자인 존 마라가노어 박사는 이를 싱크대에 물이 넘치고 있는 상황에 비유한다. 지금까지의 암치료제가 바가지로 싱크대의 물을 퍼내는 것이라면 RNAi 요법은 아예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암 정복 넘어 모든 질병을 치료

RNAi 요법의 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작용기전을 조금만 재설계함으로서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암 유전자의 75%를 공격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암이 아닌 수백 가지의 다른 질병들도 치료 가능 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은 RNAi로 mRNA를 제어하며 RNAi에 dsRNA 조각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RNAi가 특정 단백질의 생산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게 그 근거다. 미국 듀크 대학의 분자생물학자 브루스 설렌거 박사도 RNAi 요법으로 약 2만 여종의 유전자 발현을 멈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향후 인류는 암 정복은 물론 줄기세포나 유전자 요법으로도 고칠 수 없었던 난치병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일단 RNAi 약물이 표적세포만 정확히 공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치료제의 dsRNA가 정상세포의 정상적 단백질 생산까지 방해하거나 약품이 표적에 도달하기 전에 인체 면역체계에 의해 파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의 해법으로 앨라일램은 지방성분에 약물을 감싸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다른 질병에 대한 효용성 검증을 위해 희귀 유전 질환인 헌팅턴병의 RNAi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으며 시력감퇴, 근육성이영양증, 에이즈 등에도 RNAi 요법의 접목을 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RNAi 요법이 비교적 복잡하지 않고 대형 제약사들도 속속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2년 내에는 관련 치료법이 일선현장에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놀라운 발견,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  

암과 관련된 연구 중 획기적 발견은 ‘텔로미어가 암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에 붙어 있는 DNA 조각으로, 흔히 신발 끈의 끝에 끈이 풀어지지 않도록 붙이는 플라스틱에 비유된다. 텔로미어는 그리스어로 ‘끝 부분’이라는 뜻이다. 사람의 염색체는 46개인데 염색체마다 텔로미어가 붙어 있다. 그렇다고 텔로미어가 염색체의 다른 부위와는 다른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염색체의 다른 부위나 텔로미어나 똑같이 염기가 쭉 늘어선 형태다. 다만 텔로미어는 짧은 염기 서열(TTAGGG 같은)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사람의 염색체에서 텔로미어는 짧은 염기 서열이 약 2500번 반복된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25~200개씩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세포가 분열하려면 염색체가 복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양쪽 세포에 한 벌씩 들어갈 수 있으니까. 문제는 염색체를 복제하는 효소는 맨 끝에 있는 염기를 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제될 때마다 염색체는 끝이 줄어든다. 세포가 분열을 계속하면 염색체는 결국 짧아져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그러면 세포는 더 이상 제 기능을 못하지 않을까?


세포가 분열할수록 텔로미어는 줄어들어

연구 결과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드러났다. 세포가 분열할수록 텔로미어는 줄어든다. 그러다가 텔로미어가 다 사라지고 염색체 자체도 줄어들어 유전자가 사라지는 등의 문제가 일어나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한다. 그러니 텔로미어는 어떤 세포가 몇 번이나 분열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계측기인 셈이다. 텔로미어의 역할이 밝혀지기 전까지 인간은 세포가 무한정 분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피부에 상처가 날 때마다 새 살이 돋는 걸 봐왔으니까. 피부 세포의 분열 횟수가 정해져 있는 가운데 어떤 부위에 반복해서 상처가 난다면 어느 시점 이후로는 새 살이 돋지 않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특정 조직이나 기관에 있는 세포들이 분열 능력을 다 소진하고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해 질병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줄기세포처럼 다양한 유형의 세포를 계속 만들어내야 하는 세포나, 정자를 만드는 생식세포는 무한정 분열을 계속한다. 연구자들은 그런 세포는 분열해도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염기를 다시 붙여 텔로미어의 길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치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미국의 블랙번 연구진은 그런 효소를 찾아냈다. 그들은 그 효소에 텔로머라아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블랙번은 그 연구로 다른 두 과학자와 함께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암세포가 불멸인 이유

텔로미어의 발견은 또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바로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가 수명이나 암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었다. 단세포 생물은 영구 불멸이다. 즉 그들은 끊임없이 분열해 증식하지, 늙어 죽지 않는다. 사고로 죽거나 잡아먹히지 않았다면 말이다. 30억년 전의 세균도 지금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것이다. 이런 생물의 세포에서는 텔로머라아제가 계속 만들어져서 활동해야 한다. 분열할 때마다 줄어드는 텔로미어를 다시 늘려야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인간처럼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은 상황이 다르다. 젊은 사람의 체세포와 늙은 사람의 체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한 연구자들은 두 세포의 분열 횟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신생아의 체세포는 약 80~90회 분열하는 반면, 70대의 체세포는 20~30번밖에 분열하지 않는다. 그런 세포들은 텔로머라아제가 없다는 의미다. 조사해보니 사람의 몸에는 텔로머라아제가 없는 세포가 많았다. 피부세포나 간세포 등으로 분화된 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텔로머라아제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꺼진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유전자를 다시 켜라

그 유전자를 필요할 때마다 다시 켜서 세포의 분열 능력을 회복시킨다면 우리는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 아기 때처럼 상처가 나도 금방 아물고 늙어서 처진 피부도 팽팽해지고 말이다. 이럴 경 우 노화 문제도 없어지고 수명도 늘어나지 않을까? 이 가능성을 살펴본 연구도 있지만 확실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텔로머라아제 유전자를 아예 없앤 생쥐는 본래 지닌 텔로미어의 길이에 따라 수명이 정해졌다. 연구자들은 텔로미어가 암과 관련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조사해보니 정상 세포에는 대개 텔로머라아제가 없는 반면, 암세포에는 거의 다 텔로머라아제가 있었다. 그것은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꺼져 있던 텔로머라아제 유전자가 켜짐으로써 암세포가 분열을 계속하도록 돕는다는 의미였다. 또 연구자들은 대개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다는 점도 알아냈다. 그것은 텔로머라아제가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가 통제력을 벗어나 계속 분열해 텔로미어가 어느 정도 짧아졌을 때 텔로머라아제를 만드는 유전자가 켜졌다는 의미다. 암세포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텔로머라아제 유전자를 깨운 셈이다. 그럼으로써 암세포는 정해진 분열 횟수를 다 채우고도 죽지 않은 채 계속 분열하면서 불어날 수 있다. 암세포가 불멸인 이유는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 때문이다.


수명의 획기적 연장과 암 극복의 열쇠

대부분의 암세포에 텔로머라아제가 있다는 점은 암을 부작용이 없이 근본적으로 치료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즉 암세포의 텔로머라아제 유전자를 다시 끄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암세포는 어느 정도 분열한 뒤 죽고 말 것이다. 문제는 몸의 각 세포가 텔로머라아제를 만드는지 안 만드는지 정확히 모르며 자칫 텔로머라아제를 정상적으로 만드는 세포까지 죽일 수 있다는 점이다. 분열할 때마다 길이가 짧아지는 단순함이 인간의 수명과 암을 하나로 엮고 있다. 해결책까지 제시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투여하는 치료 방식보다 훨씬 덜 복잡하다. 운이 좋다면 수명의 획기적 연장과 암의 극복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걸리면 곧 죽음을 의미했던 암의 위력은 줄어들고 있다. 암이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라 치료하면 낫는 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암을 감기처럼 약을 먹거나 휴식을 통해 치료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