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가슴마다/맨날먹는밥
어느 사이 달랑이는 마지막 잎새처럼
12월은 부모하고 가장 적게 살아야하는
막둥이처럼 오는 듯이 가 버리는 날입니다.
지나온 발자국은 이미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가슴속에는 그리운 사람이
심장의 호흡소리를 듣고 있는 듯합니다.
마치 아이가 넓은 세상에 두려움을 느낄 때
능숙한 어머니들은 아이를 엄마배위에 올려놓지요.
아이는 양수에서 웅크리고 듣던 엄마의 심장소리에
안정을 되찾고 쌔근 쌔근 잠들어 버리곤 합니다.
언제나 가슴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심장모양을 본 뜬 하트 모양을 사랑으로
이미지화한 것 또한 가슴속에 사랑이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랑이 연분홍빛이라면
그리움은 짙은 흑장미빛일 겁니다.
한 사람을 그리고 그리다가 연분홍은
달여지고 달여져서 잼이 되어 버린 흑장미빛입니다.
사랑이 쓸쓸하고 허망한 것은
그리움만 가득한 체 돌아오지 않는 님 때문입니다.
세상을 떠난 이는 돌아 올 수 없음에
사립문을 닫아버리면 그만이지만
사랑이 더 쓸쓸하고 더 허망한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이별입니다.
어여쁘고 고운 님일지라도
세상은 넓기에 떨어져 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이라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위에 가수표를 한 장 떼어줍니다.
내일은 함께 살 수 있으리라.
가수표란 항상 미완성입니다.
확정이 아닙니다.
그리움이 낙엽처럼 쌓이고 싸여
동짓달 기나긴 밤을 헤아려 보아도
돌아올 수 없는 님은 아니 돌아옵니다.
이 얼마나 야속한 운명이란 말입니까?
그저 사랑하고 사랑받고
그렇게 살면 더 무엇을 바라리까?
그 나머지것들은 모두가 사치에 불과한
군덕더기일 뿐 인 것을 ...
이미자의 <그리움은 가슴마다>
노래 한 소절을 듣다가 혼자 꾸시렁거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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