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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암환자의 죽음 때문에 힘들 경우

라이프케어 김동우 2022. 7. 20. 11:38

 

아는 암환자의 죽음 때문에 힘들 경우

 

“별일 없이 잘 지내셨나요?

항암약 복용하면서 힘들진 않으셨나요?”

“네 항암약은 괜찮았어요.

근데 얼마전에 아는 암환자분이 돌아가셔서 그것 때문에 힘들었어요.”

 

“아는 분이 돌아가셨나 보군요.”

“네. 그분도 같은 폐암이었거든요.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 몰랐어요.”

“많이 가까운 사이었나 보네요.”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는데, 돌아가셨다고 하니 좀 힘드네요.”

“돌아가신 것은 그분인데, 왜 환자분이 힘든 건가요?

어떤 점 때문에 힘든가요?”

“글쎄요..

그냥 막 힘드네요.”

 

암으로 인한 고통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암으로 인한 몸의 고통.

둘째, 암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

이중 암으로 인한 몸의 고통은 “증상”이라고 말한다. 의사들은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쓴다.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쓰고, 암이 기도를 눌러 숨이 차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해서 숨찬 것을 완화시킨다. 뼈전이로 인해 골절이 되어 아프면 수술을 해서 골절 부위를 회복시켜 놓는다. 의사들은 학생때부터 이런 트레이닝을 전문적으로 받으며 전문적인 치료 기술을 쌓아 나간다. 정신과 의사를 제외한 대부분 의사들의 관심사는 몸의 고통이다.

보통 의사들은 마음으로 인한 고통에 무관심 하다. 암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진료실에서 ‘아는 암환자분이 돌아가셔 마음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그러냐고 그러고 말 것이다. 사실 바쁜 외래에서 심각한 표정의 의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쉽지 않다. 의사에게 그런 이야기해봐야 별 유용한 해결책을 얻지도 못한다. 하지만 한번쯤은 마음의 고통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깊이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음의 고통이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 전현수 박사님의 ‘생각사용 설명서’ 라는 책에 의하면, 마음에는 두가지 속성이 있다.

첫째, 마음은 한 번에 한 곳을 간다.

둘째, 마음이 자꾸 가면 그쪽으로 길이 난다.

오랜 시간 동안 암환자들을 관찰해 보니, 보통 암환자들은 암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암에 대한 자신의 인식”과 싸운다. 사람들은 오랜 동안 살아오면서 아래와 같은 인식 체계를 구축한다.

암= 중한 병= 무서운 병= 생각하기도 싫은 병 = 죽을 수 있는 병 = 걸리면 죽는 병

 

인식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는 타인의 이야기, 가족의 암투병 경험, 타인의 관념, 사회적 관계, 감정의 전염, 자신의 경험, 영화, 드라마, 언론, 소설책 등이 영향을 준다. 암에 대한 간접 경험이 암에 대한 공포를 구축한다.

이런 인식 체계가 구축되면 마음은 자꾸 그쪽으로 가게되고 “암= 공포” 이라는 사고 방식에 길이 난다. 길이 나면 그 뒤로는 마음은 더 그쪽으로만 가면서 그 길이 탄탄해 진다. 객관적 사실, 진실 따위는 보지 못하고, 그냥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살게 된다. 여기에 잡생각 번뇌 망상이 그릇된 마음의 길을 더욱 강화시킨다. 사실이 아닌 것이 마음 속으로는 사실로 굳어진다. 주변에서 뭐라 해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게 된다.

내 마음이 괴로우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야 해결할 수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도 모르니 그냥 막 힘들다. 본질을 정확히 봐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정확히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한다. 마음의 문이 닫혀있고 엉뚱한 방향으로 길이 나있기 때문에,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다. 이것이 고통의 시작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다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생각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미쳐 날뛰는 원숭이처럼 1초에도 수십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이것을 망상 잡념이라고 말한다. 생각이 많은 사람치고 행복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생각이 많아서 자살한 환자도 있었다. 그분은 정말 안타까웠다. 면역항암제 쓰면서 암은 아무 문제 없었고 몇 년간 잘 유지될 환자였다. 암으로 인한 증상은 전혀 없었는데, 본인은 자꾸 암 때문에 큰일 이라며 하루 종일 그 생각만 붙잡고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도 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도 하고 여러 전문적인 치료를 했지만 끝까지 본인은 암 때문에 큰일이라고 하더니 그 생각을 못견디고 자살을 했다.

아는 암환자의 죽음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만일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나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매일 500명이 죽는데 우리는 그 500명의 죽음을 다 알지도 못하고 관여하지도 않는다. 그의 죽음은 그저 그의 죽음일 뿐이다. 그는 그고 나는 나이지, 그가 나는 아니다. 하지만 아는 분이 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내 마음에서는 아래와 같은 반응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분도 폐암이고 나도 폐암인데…

얼마전까지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그렇게 멀쩡하다가 갑자기 죽는 거구나.

지금은 나도 멀쩡한데, 나도 곧 죽겠구나.

이제 다음 차례는 나구나.

나는 이제 죽는구나.

애들이 아직 어린데 그럼 우리 애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생각들이 마음에 난 길을 따라서 순식간에 연속적으로 떠오른다. 엄밀하게는 ‘그분의 죽음’ 그 자체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나에게 떠오르는 생각들’이 나를 괴롭힌다. 객관적인 사실만 놓고 보면 그분은 돌아가신 것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타인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과 애도의 마음을 갖고 끝나면 그뿐이다. 여기에서 생각을 멈추어야 하는데, 마음에 이미 길이 나있기에 그 길로 잡념과 망상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그리고 고통이 생겨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봐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정확히 봐야 한다.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아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봐야 한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될 것이다.

둘째, 생각을 바라보고 멈출줄 알아야 한다. 생각이 멈추어지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과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를 마음챙김 mindfulness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 또한 잘 안될 것이다.

일단은 암이 문제가 아니라 암으로 인해서 ‘나에게 떠오르는 생각들’이 나를 괴롭힌다는 사실만 알아도 성공이다. 생각이 많아서 좋을 것이 없다는 사실만 알아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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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외래 오셨던 분께 이런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었는데, 진료실에서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이야기를 못했다. 이 글로 대신하며 그분이 마음의 평온을 찾기를 바란다.

 

자료출처: 진료실에서 못다한 항암치료 이야기 

https://blog.naver.com/bhum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