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부원장 박종훈 교수님의 암에 대한 생각
암 치료를 하다보면 암은 인간의 몸 안에 들어있는 에일리언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암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아주 영악하다.
세간에는 ‘암은 건드리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노인들 사이에서는 알려져 있는 말이다. 그럴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암 환자를 치료하다 보니 이런 말이 생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일리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이 말이 과학적인 연구에서 비롯된 말은 아닐 테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경우가 있다. 아마도 오랜 경험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다시 말해보면 ‘암은 건드리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왜 암 수술을 할까? 그냥 놔두지. 그래서 과학적이지는 않은 말이라는 것이다. 그저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암 치료를 하다보면 암은 인간의 몸 안에 들어있는 에일리언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암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아주 영악하다. 나는 종종 그렇게 느낀다. 대개는 별 생각 없는 듯 보이지만 드물게 머리를 쓰는 놈들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말 하면 무슨 웃기는 소리냐고 할지 몰라도 간혹 치료하고 있는 환자의 몸에 있는 암이 마치 내게 “나하고 한번 해 보자는 거야?”라고 묻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경우 수술을 하면 난리가 난다
전이 암세포는 상당 기간 주력 암세포의 위세에 눌려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성장을 하는데
이러한 단계에 들어가면 다시 일시적인 정체기를 걷는다.
자기 세력을 유지하려는 암
이런 것이다. 암은 인간의 몸 안에서 자기 세력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아주 성질이 고약한 놈들은 예외적으로 정신 못 차리고 마구 날뛰다가 일찌감치 주인인 인간과 함께 몰락하지만 보통의 암들은 자기가 어느 정도 힘을 갖추기 전까지는 주인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세력을 확장하다가 어느 정도 힘이 강해졌다고 생각되면 갑자기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다.
이 때 주가 되는 암 덩어리가 커지면서 전이라는 방식으로 파견 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전이 세포의 탄생은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재미난 것은 파견세력인 전이 암세포는 상당 기간 주력 암세포의 위세에 눌려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성장을 하는데 이러한 단계에 들어가면 다시 일시적인 정체기를 걷는다.
왜냐하면 더 세게 나가면 삶의 터전인 인간이 못 견디고 사망하기 때문이다. 아주 약은 놈들이다. 이런 패턴을 그리는 와중에 하나의 원칙이 생기는데 암은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어느 정도의 세력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속성을 보인다. 만일 한 나라의 군대가 100만이면 주력이 70만이고 나머지 30만은 요소요소에 배치하고 예비군을 두듯 운영한다. 그러다가 작전 실패로 주력 70만이 일순간에 궤멸되는 경우 예비 전력인 흩어져있던 30만이 급속도로 팽창해서 다시 100만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암이 그런 궤적을 그린다.
수술을 한 후 나머지 암세포들이 준동을 하는 그 시기가 항암치료의 적기라는 것이
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암세포들의 준동 시기가 바로 항암치료의 적기
뼈에 생긴 암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확인된 뼈의 암을 완전하게 제거하고 나면 전이되어서 조용히 숨죽이고 살던 세포들이 마구 난리를 치면서 전이된 장소에서 주력군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고 결국 인간은 최악의 상태로 모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겠지만 암을 수술하고 나면 전이 세력들의 급성장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악화되는 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모든 암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니까 절대로 일반화해서는 안 되지만 그런 경우가 있다. 개별 암에서 수술 후 이런 상황이 올지 안 올지는 모르지만 수술을 한 후 나머지 암세포들이 준동을 하는 그 시기가 항암치료의 적기라는 것이 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암 치료자의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만한 조건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이미 폐로 전이가 된 암 환자를 수술하면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 수술로 인해 상태가 더욱 악화되고 암세포가 온 몸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런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종종 있다. 암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온순한 녀석도 있고 아주 과격한 녀석도 있고. 도무지 어디로 튈지를 모르겠다. 그래서 암 치료가 어려운 것이다.
다양한 모습의 암
내 환자는 아니었는데 1년간 대퇴골이라는 허벅지 뼈에 생긴 아주 커다란 골육종 환자가 있었다. 하도 크기도 하고 폐에도 작은 전이가 몇 개 보여서 1년 내내 항암치료만 하고 수술은 하지 않고 두고 보고 있었는데 환자가 도저히 불편하다고 수술을 해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동료 의사가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기에 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할 정도로 크고 1년간 조용히 정체하고 있었으니 한번 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한 후 함께 수술했었다. 그리고 보름 후부터 폐에 있던 작은 전이 암세포들이 난리를 치는데 이건 뭐 순식간에 눈보라 치듯이 폐를 점령해 버리는 것이다. 그 때 나는 암의 무서운 독기를 느꼈다. 자신의 세력을 건드렸다고 분노하는 암의 모습. 암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온순한 녀석도 있고 아주 과격한 녀석도 있고. 도무지 어디로 튈지를 모르겠다. 그래서 암 치료가 어려운 것이다. 그 수술 이후 동료 의사나 나는 비슷한 상황이 오면 미신과도 같은 ‘암은 건드리면 죽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부원장님의 인사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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