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운동하면 좋은 이유/김민석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학박사
살 안찌게 만드는 '이리신' 호르몬, 운동하면 할수록 분비되는 양 많아져
새해 들어 첫 번째 회의시간. 직원들에게 올해의 목표를 물어보았다. 다양한 목표들이 크게 두 가지 -건강과 공부-로 대별되었다. 건강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물어보니, 제일 많은 것이 규칙적인 운동이었다.
"왜 운동하세요?"라고 물으면 "살 빼려고요"라는 대답을 흔히 듣는다. 그렇다면 운동을 어느 정도해야 살이 빠질까? 운동별 칼로리(Cal) 소모량을 알아보자. 체중과 운동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체중 60㎏인 분이 적당한 강도로 1시간 운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겠다.
가장 흔히 하는 걷기. 천천히 걸으면 150Cal, 빨리 걸어도 250Cal밖에 소모되지 않는다. 요가는 125Cal, 자전거 타기는 300Cal 정도이다. 운동량이 많은 달리기나 등산을 1시간 했을 때 겨우 500Cal가 쓰인다. 밥 한 그릇이 300Cal인 점을 생각하면, 1시간 열심히 자전거를 타야 밥 한 그릇 먹은 칼로리를 쓴다는 계산이다. '운동해서 살 뺀다'는 것은 참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체중에 대한 아주 오래된 진리가 있다. '네가 먹은 것에서 쓴 것을 빼면 그것이 바로 너의 살일지어다'. 먹는 것은 음식이고 쓰는 것은 운동일진대, 1시간 운동으로 쓰는 양이 고작 밥 한 그릇이라니. 그래서인지 운동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먹는 양을 줄이려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 단순명쾌한 진리에 대한 도전이 최근 만만치 않다. 우선 2006년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소개된 제프리 고든 박사의 연구. '똑같이 밥을 먹고 똑같이 운동을 하더라도 장속에 사는 세균의 종류에 따라 체중이 달라진다'는 내용이다. 세균이 비만의 원인이냐 결과냐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니 곧 진위가 밝혀질 것이다.
2012년 신년벽두에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뉴스가 있었다. 역시 네이처에 소개된 하버드대 스피겔만 교수의 '운동을 하면 흰색 지방이 갈색 지방으로 바뀐다'는 연구였다. 그렇다면 흰색 지방은 무엇이고 갈색 지방은 무엇일까? 그 동안 갈색 지방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에서 칼로리를 열로 바꾸어 체온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고만 알려져 왔을 뿐 사람에서는 그 기능을 잘 모르고 있었다.
흰색 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곳이고 반대로 갈색 지방은 소비하는 곳이다. 같은 양의 밥을 먹어도 흰색 지방이 많은 사람은 저장을 해서 살이 찐다. 반대로 갈색 지방이 많은 사람은 에너지를 열로 소비를 해서 살이 찌지 않는다. 결국 '운동을 하면 살찌는 체질이 안 찌는 체질로 바뀐다'는 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유익한 작용이 그 동안 몰랐던 새로운 호르몬 - 이리신(irisin) - 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호르몬이란 인슐린이나 여성호르몬처럼 나노 그램 단위의 아주 적은 양으로도 생리 활동을 조절하는 물질이다. 호르몬은 뇌하수체, 갑상선, 부신피질, 췌도 등 내분비기관이라는 곳에서만 만들어지고 분비되는 양도 매우 엄격하게 조절된다.
예를 들어서 아무리 키가 커지고 싶다고 의도적으로 성장호르몬을 많이 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번에 발견된 이리신은 특이하게도 내분비기관이 아닌 근육에서 만들어지며 운동을 하면 할수록 분비되는 양이 많아진다. 사람 몸에는 수십 종의 호르몬이 있지만, 의도적으로 노력해서 양을 늘릴 수 있는 호르몬은 이리신이 유일하다. 이리신은 비만 뿐 아니라 노화, 당뇨병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제 다시 밥 한 그릇 먹고 한 시간 걸었을 때를 가정해 보자. 예전의 진리에 의하면 '밥 한 그릇 (300Cal) - 걷기 한 시간(150Cal) = 150Cal (지방 20g)' 이었다. 물론 기초 대사로 소비되는 것이 있지만, 이 공식대로라면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걷기 한 시간은 단순한 150Cal가 아니다.
한 시간 걷는 동안 분비되는 이리신이 온몸의 지방세포를 돌면서 에너지 소비를 촉진시킬 것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번에 발견된 이리신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체의 신비는 점점 더 밝혀질 것이며, 운동이 좋은 이유는 속속 드러나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운동을 미루고 있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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