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렸는데 무얼 먹어야 하나요?”
진료실에 있다 보면 매일 같이 정말 지겹도록 듣는 질문이다. 하루 5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나면 거의 20명 정도는 항상 물어본다. 의사가 바빠 보일 때는 눈치 보여서 못 물어보는데, 한가해 보일 때면 어김없이 물어본다. 암에 걸렸는데 무얼 먹어야 하냐고…
사람의 질문이라는 것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있고, 확인 받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무얼 먹어야 하냐고 물어보는 환자들의 질문은 대부분 후자의 경우이다. 주변에서 이러이러한 것이 좋다더라 이러이러한 것을 먹어야 한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 솔깃한 마음에 먹어보고도 싶은데,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을 먹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어 확인 차원에서 담당 의사에게 물어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많은 경우 내심 이러이러한 것을 먹어도 된다라는 말을 듣게 되길 기대하면서 물어본다.그런데, 질문 중에서도 근본적으로 대답하기 어렵게 되어있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고기 먹어도 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우선 어떤 의도에서 물어보는 것인지를 모르겠기에 뭐라 대답해야 할 지 어렵다.
- 나는 평소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데, 소량씩은 먹는 것이 도움이되는가
- 나는 평소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데, 소량씩이나마 꼭 먹어야 하는가
- 나는 평소 남들만큼 적당량의 고기를 먹고 있는데, 평소 먹는 만큼만 먹어도 되는가
- 나는 평소 남들만큼 적당량의 고기를 먹고 있는데, 평소 먹는 만큼은 계속 먹어야 하는가
- 나는 평소 남들만큼 적당량의 고기를 먹고 있는데, 그것보다 더 많이 과량으로 먹는 것이 도움이 되는가
- 나는 평소 남들만큼 적당량의 고기를 먹고 있는데, 그것보다 더 많이 과량으로 먹어야만 하는가
- 나는 평소 고기를 너무 너무 좋아해서 고기 없으면 못사는데, 암에 걸리니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해서 전혀 못먹고 있다. 그런데 소량이라도 먹어도 되는가
- 나는 평소 고기를 너무 너무 좋아해서 고기 없으면 못사는데, 암에 걸리니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해서 전혀 못 먹고 있어 너무 괴롭다. 그러니 평소 먹던 대로 먹어도 된다고 우리 마누라한테 말해줘라. 환자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뜻을 포함해서 애매하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대답할 때 조심스러워진다. 그럴 땐 거꾸로 내가 물어보기도 한다.
“고기를 평소 얼마나 드세요?”
“고기가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세요?”
“고기를 어느 정도 먹으면 많이 먹는 거라 생각하세요?”
“고기 드시는 것을 좋아하세요?”
환자가 무슨 의미로 질문을 하는 것인지 파악하고 나면 그에 맞추어서 대답을 해준다.
“네 그럼요. 고기 드세요. 항암치료 받으려면 힘이 드니, 영양가 많은 고기 많이 드시고, 힘내서 이겨내시라는 뜻이에요.”
“선생님 그럼 사과는요? 사과가 암에 좋다는데 사과 먹어도 되요?”
“네 사과도 좋아요. 많이 드세요.”
단, 가끔 아주 상식 밖의 환자가 있어서 내가 사과 괜찮다고 많이 드시라고 하면, 의사가 사과 많이 먹으라고 했다며 오로지 삼시세끼 사과만 먹으며 연명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은 환자 상태에 맞추어서 대답해주면 우문현답이 되는데, 그래도 대답하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이 바로 무얼 먹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암에 걸렸는데, 무얼 먹어야 하나요?”
나는 종종환자들에게 거꾸로 물어보기도 한다.
“그럼 암에 걸리기 전에는 무얼 드셨나요?”
“에이 선생님도… 건강할 때랑 지금이랑 몸이 같나요?”
“남들이 좋다더라 하는 것만 드시지 마세요.”
“네? “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이상한 음식들만 드시지 마세요. 대신 밥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신선한 과일 야채 많이 드시고, 맛난 것 좋아하시는 것 충분히 드시면서 영양보충 잘 하시고, 즐겁게 지내가다 다음 외래 때 오세요.”
“그걸 누가 몰라요?”
“몰라서 실천을 못하나요?”
중요한 것은 항암치료 자체가 힘든 치료이니 충분한 영양공급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충분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각종 미량원소, 적절한 열량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주사 맞고 1-2주 정도는 힘들고 입맛도 없다. 항암치료로 힘이 드는데, 입맛도 없으니 안 먹게 되고, 안 먹으면 더 몸이 힘들게 된다. 그러니 평소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입맛을 잃지 않게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좋다더라해서 맛도 없고, 본인이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인상 쓰면서 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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