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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사랑한나무

유방암의 시작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4. 12. 5. 19:43

 

하기 내용은 자향님이 투병 과정에서 작성한 글 이며 현재 암과 투병중인 환우님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개 합니다. 자향님은 8년간의 긴 투병 생활을 하다가 2014년 12월5일 47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부디 아픔 없는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기원 드립니다/김동우

 

 

 

 

유방암의 시작

 

암??  유방암??

 

부모님이 연로하셔도 비교적 건강한 편이고 언니가 3명인데 그다지 큰 질병없이  다들 50여년을 살아왔고  남동생도 좀 골골거리긴 해도 우리 가족에게 있어 암이란 병은  화성에서나 발병하는 병인줄  알았다.

 

그런 내게 2006년 암이 왔다.그것도 유방암!!

좀 늦게 결혼을 하긴 했어도 두아이 모두 모유를 먹였고 평소 건강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암진단  2년전부터 극심한 소화불량과 하혈, 피곤, 감기가 몇달씩 가기도 하는 등 내 몸은 내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냈지만 나는 무시했다.그때 내 생활속엔 스트레스가 항상 있었으나 누구나 그러겠지 하고 무심히 넘겨버렸다.나는 끊임없이 아이들과 남편과 주변사람들을 걱정하고 챙겼으나 

정작 나자신에게는 아무런 관심과 사랑을 주진 않았다.

 

2여년간 내 몸은 나에게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무시한 결과는 유방암 2기라는 진단이었다.집근처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집에 오자 눈물이 조금 나기는 했으나 바로 감정을 추스리고 부산에서 제일 잘 하신다는 의사선생님과 병원을 수소문하고 다행히 암보험을 작은 걸로 우연히 들어놓아 약관을 찾고.....

 

모든걸 일사천리로 진행하여 진단후 10여일 후 인 2006년 2월 24일 수술을 하였고 항암6회, 방사선33회를 받았다.그리고 끝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2010년 6월 폐와 뼈로 전이가 되었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나는 단순한 걸 좋아한다.

문제의 이면을 요모저모 들여다 보고 깊이 생각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결정도 쉽고, 매사에 낙천적이고 사람도 참 쉽게 잘 믿는다.

세상 모든것은 양면성이 존재하니 그것이 장점일때도 있지만 또한 아주 큰 단점이 될때도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유방암은 완치율도 높고 많은 암중에서도 쉽다면 쉬운 병이라는데 왜 재발을 해서 온 전신으로 전이가 되었을까?

결국 내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

 

지난날 아이들 아빠는 말씨름끝에 지가 성격이 못돼 빠져 암에 걸려가지고....

라는 말을 했을때 너무 억울하고 분했었다.

 

내가 못됐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천사표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 참 애를 쓰며 사는데~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단순함이, 매사에 쉬움이

누구에게나 착한 사람 컴플렉스이고 싶은 못된 성격의 극단적인 부분이

암에 걸리고 전이가 온몸으로 전이가 된 요인일수도 있겠다 싶다.

 

참 괜찮은 사람이야, 좋은 사람이야 라는 소리는 들었으나

정작 나자신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어주지 못했고

그저 단순히 나 이외 타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만 노력했으니  

 

나자신에게 나는 참 못된 사람이고 참 단순한 사람이 분명하다.

 

오래 투병하면서

이 약이 좋다 하면 단순히 이걸 먹으면 완치할꺼야, 저 방법을 쓰면 꼭 나을꺼야 라는 단순한 마음들이

내 온 몸으로 전이되게 만들기도 하고 또 아직 살아 숨쉬게 하기도 했으니

나의  이 단순함을 고맙다 해야 할지, 싫다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전이의 분명함은

더이상 내게 암은 없다 라는 분명하고도 간결한 단순함이었으니

무엇이 문제였을까? 의 답은 나의 단순함이라 생각되니 내 문제였다.

 

치료방법을 선택함에 있었어도 자연치료면 자연치료, 현대의학이면 현대의학,

한 부분에 올인하는 실수와

누군가가 치료방법을 제시하면 그 사람들 말을  100% 믿었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대부분의 선택과 결정들이 오류였고 실수투성이었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오류와 실수를 범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이제 나는 실수와 오류투성인 단순하고 못난 나를 안아주려 한다. 

 

결국 나는 암을 통해, 생사를 오가는 투병생활끝에

지난날의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내 몸을 다독이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으니

무엇이 문제였을까의 진짜 답은 내 영혼의 성숙을 위해 신이 주신 필연이라 생각된다

 

 

 

 

      

 

누가 더 슬픈 것 일까/김동우

 

가고 싶은 마음이야

하늘 보다 높지만

떠나지 못 하는 사람

  

언제라도 떠날 수 있건만

소식없어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사람 

 

떠나지 못하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 중

누가 더 슬픈 것 일까

 

 

 

 

 

 

 

햇살을 사랑한 나무/김동우

 

그 지독한 항암치료도 견디고

수 십차례의 방사선 치료도 이겨내었고

뼈를 깎아내는 듯한 암성 통증도 견디면서 잘 버텨왔었는데

 

하늘도 무심하게 오늘 그 여인을 데려갔다

몇 일전 호흡이 힘들다고 호소를 하길래

보조적으로 도움이 되는 의료장비를 제공해 주었다

 

집에서 불과 5분 거리인 학교를 가는데도

숨이 목까지 차올라 힘들어하였기에

뭔가 심각하다는 것을 예감하였지만

이리도 일찍 세상과 이별을 할줄이야 꿈에도 상상을 못하였다

 

지난 여름 만났을 때 삶을 포기하려는 마음을 되돌려

끈질긴 투병의지를 불태웠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고

겨울이 오기전까지만 하여도 너무나 건강한 모습을 보였기에

도무지 믿을수가 없었다

 

환자의 언니는 오늘 나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연락을 하였고

평소에도 나에 대한 고마움을 늘 표현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담을 위주로 책을 발간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그녀의 투병의지는 누구보다도 강하였기에

그 녀의 죽음을 받아들일수가 없다

 

오늘 업무도 대충 정리하고 영안실로 달려갔다

가장 먼저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그녀의 아들과 딸이었다

몇 번 아이들을 만난적이 있기에

아이들의 슬픈 모습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친정 아버지와 그녀의 언니들과 만나고

위로의 말을 전하였다

그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부디 고통없는 세상에서 편안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향에 불을 붙였다

극락왕생 하소서.

 

2014년 12월5일 금요일

그 녀는 올해 47년의 짧은 삶을 마감하였다

 

 

NOTE:

햇살을 사랑한 나무는 그녀의 블로거 이름이다

그녀는 시간이 날 때 마다 짬짬이 힘든 투병 과정을 기록한 자료들을 여기에 모아

암과 투병하는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