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얼마만큼의 물이 필요할까요
목이 마를 때 마신다. vs 하루에 2L는 마셔야 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제 주변의 많은 분이 2L는 고사하고 하루에 500mL도 마시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물을 많이 마시라는 것이 생수 회사나 음료 회사의 음모일까요? 오늘은 물 마시기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물은 갈증이 날 때 마시면 된다는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갈증은 뇌의 깊은 곳에 있는 시상하부에서 느낍니다. 시상하부에서는 혈액의 간을 봅니다. 피가 싱거우면 소변을 누게 하고, 반대로 피가 짜면 갈증을 느끼게 합니다. 몸에 있는 수분 중 3.6%(체중 70kg일 때 1.5L)가 빠져나가면 목이 마릅니다.
운동 후에 땀을 많이 흘리거나, 이뇨제를 먹고 소변이 다량 나오거나, 피를 흘리거나 해서 1.5L의 물이 갑자기 빠져나가면 누구나 갈증을 느낍니다. 문제는 물이 몸에서 천천히 빠져나갈 때 생깁니다. 하루에 500mL씩 물을 덜 먹는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흘 후면 1.5L의 물이 부족해서 목이 말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상하부는 혈액의 간만 보기 때문입니다. 물이 천천히 빠져나가면 세포 속에 있는 물이 혈액으로 이동해서 피가 짜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갈증도 생기지 않습니다.
이렇게 몸에 수분이 부족하지만, 갈증이 나지 않는 상태를 만성 탈수라고 합니다. 혈액의 간을 맞추기 위해 세포는 점점 마른오징어가 되어 갑니다. 체내 수분의 2/3가 세포 속에 있는데, 세포 속에 물이 빠져나가니 몸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겠지요.
우리 몸의 세포 중에서 물이 가장 많은 것이 근육세포이고 가장 적은 것이 지방세포입니다. 만성 탈수가 계속되면 근육 세포가 지방 세포로 점차 변해 갑니다. 더 안 좋은 소식은 지방 세포가 많아지면 갈증을 더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탈수-비만-무 갈증의 악순환이 시작되면 인간이 점점 낙타가 되어 갑니다.
그럼, 하루 2L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몸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경로는 네 가지입니다. 소변이 가장 많고, 피부, 호흡, 대변 순서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피부나 호흡을 통해 수증기 형태로 배출되는데, 그 양이 우리가 먹은 음식에 포함되어 있거나 영양소를 대사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과 비슷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지 않고 설사가 아니라면 이론적으로는 소변량만큼의 물을 마시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물을 마신 양에 따라 소변량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물을 적게 마시면 소변이 적고,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이 많아집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이 필요할까요? 소변을 적게 만들면서 노폐물을 모두 배출하려면 피를 거르는 신장이 몹시 힘이 듭니다. 최소 하루에 800mL 이상의 소변을 만들어야 신장이 편안합니다. 따라서 하루에 800mL 이상의 물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하루에 2L는 나이, 성별, 몸무게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충분한 정도의 양입니다.
만성 탈수를 언제 의심할 수 있을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세 가지를 해보면 내 몸의 수분 상태를 간단히 점검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입 냄새를 맡아 보세요. 탈수라면 자는 동안 침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구강 내 세균증식으로 구취가 심해집니다. 두 번째는 피부 탄력성입니다. 손등의 피부를 집어 올렸다가 놓았을 때 바로 회복되지 않으면 탈수를 의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소변 색깔입니다. 첫 소변 색깔이 맥주 색깔보다 진하다면 탈수입니다. 소변 색이 투명한 연노랑을 회복하는 것이 수분 보충의 1차 목표입니다.
만성 탈수일 때 어떤 증상이 있을까요? 뇌 기능에 가장 먼저 영향을 줍니다. 짜증스럽고 괜히 화가 나고, 초조하고, 나른하고, 머리가 무겁고, 편두통이 심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합니다. 운동하거나 잠을 자다 쥐가 잘 나기도 합니다. 몸에 물이 부족하면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단 것이 자주 당길 수 있습니다. 갈증이 허기로 느껴질 때가 많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오늘부터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해서 마른오징어가 금세 물오징어가 되지는 않습니다. 탈수가 천천히 진행되었던 것처럼 세포 내에 수분도 천천히 차오릅니다. 만성탈수였던 분이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면 피가 묽어지면서 소변량이 급격히 많아집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마신 물보다 더 많이 소변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 고비를 잘 넘기셔야 합니다.
하루 2L를 마시느냐 아니냐는 절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마신다는 기분으로 꾸준히 드셔 보세요. 이번 가을 미스트가 필요 없는 수분 가득한 꿀 피부를 경험할 수 있으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