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이의 불청객 `스트레스`
이회영 건양대 의과대학 교수
우리는 매일같이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정기검진을 받거나, 혹은 몸에 이상을 느끼게 되어 병원을 찾았더니 갑자기 전문의로부터 '암선고'를 받게 될 수 있다. 이때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암의 진행이 심각하지는 않은지, 또는 바로 죽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
다행히 암 진행이 초기라서 암 덩어리를 수술을 통해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암환자는 암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또한 암환자는 장기간에 걸쳐 암세포가 타 장기로 전이가 되지는 않았을지 계속 추적 관찰을 받게 된다.
이러한 장기간의 정신적 혹은 육체적 스트레스는 암세포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다. 생리학적으로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노에피네프린(norepinephrine)과 코티솔(cortisol)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들을 많이 분비한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하여 과량의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들은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면역세포로부터 암세포를 보호하며,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증가시켜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생리적 스트레스와 암과의 관계는 미국 국립암센터 홈페이지 (http://www.cancer.gov/cancertopics/coping/feelings/stress-fact-sheet)에도 소개되어 스트레스가 암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최신 많은 연구결과에 의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은 암세포의 성장뿐만 아니라 암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요인인 암세포의 전이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우선 유전자 변형과 같은 이유로 특정 장기에서 자라난 암세포는 아주 복잡한 암세포 전이 단계를 거쳐서 제2의 장기로 이동하여 성장하게 된다. 평상시 암세포는 상피성 세포 형질을 갖고 있어서 성장은 빠르나 움직임이 둔한 편이다. 그러나 전이 신호가 시작되면, 이런 상피성 암세포는 간엽성 암세포로 변화되어 운동성이 증가되어 혈관이나 림프관을 쉽게 침투하는 성질을 갖게 된다.
이 간엽성 암세포는 각종의 침투인자를 분비하여 주변 세포조직을 파괴하며, 혈관이나 림프관을 뚫고 혈액이나 림프액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혈관이나 림프관을 거쳐 제 2의 장기에 도착한 간엽 암세포는 다시 원활히 성장하기 위해 운동성은 별로 없지만 성장 능력이 좋은 상피성 암세포로 다시 변화된다.
필자의 실험실에서는 지난 20여년에 걸쳐 암세포 전이를 촉진하는 인자들의 작용기전에 대해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으며, 저산소 상태에서 나타나는 Hypoxia-inducible factor 1(HIF-1alpha)가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의 발현량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국제 저널에 보고했다. 암세포가 전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혈관이 필요하며, 여기에 VEGF는 새로운 혈관을 생성시키는 중요한 성장인자이다.
또한 VEGF 단백질의 발현량 증가는 암세포 전이에 필수적인 단계로 알려져 있다. 또한, 본 연구진은 최근, 스트레스 호르몬인 노에피네프린이 여성에게 치명적인 난소 암세포의 전이를 새로운 방법으로 촉진함을 보고했다. 즉, 노에피네프린이 말단소체복원효소(telomerase)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서 난소 암세포의 전이를 촉진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다. 말단소체복원효소는 원래 염색체 말단을 보호하는 효소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본 연구팀은 이 효소가 상피성 난소암세포를 간엽성 암세포로 변화시켜 전이를 촉진시킨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노에피네프린이 작용하는 수용체 중 하나인 베타수용체의 억제 약물을 처리하면 노에피네프린에 의한 말단소체복원효소의 생산이 감소되고, 그 결과 난소 암세포의 전이 현상이 현저히 감소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현재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해서 고혈압과 협심증, 그리고 부정맥과 같은 심장질환을 치료해 주는 베타수용체 억제제가 암환자의 전이를 억제함으로써, 암환자의 생명연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치료 효과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전이가 의심되는 암환자에게 베타수용체 억제제를 함께 처방함으로써 암세포 전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본 연구진은 현재 노에피네프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한 암세포 전이를 감소시킬 수 있는 약제를 연구하여 개발 중이며, 향후 이 약물을 베타수용체 억제제 등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작용 억제약과 함께 복용할 때 암세포의 전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남성은 평생 살면서 암에 걸릴 확률이 50%이며, 여성은 33%라고 한다. 또한 최근 여러 항암제의 개발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많은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따라서 암에 걸렸다는 것은 사형선고가 아니라 또 하나의 질병에 걸렸다는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본 연구진에 의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암에 대한 암환자의 의식전환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이 암의 진행을 차단하고, 항암제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주지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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