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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투병기

[2021년 희망가] 느닷없이 대장암 3기… 김은섭 작가의 암중모책

라이프케어 김동우 2021. 3. 14. 09:01

 

[2021년 희망가] 느닷없이 대장암 3기… 김은섭 작가의 암중모책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더 잘 살아낼 용기도 얻었습니다”

2017년 11월,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나이 49세에. 거짓말처럼 암 환자가 되어버린 기막힌 현실! 지옥문도 함께 열렸다.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두려웠다. 하루아침에 세상 밖으로 튕겨져 나가버린 삶!

견디기 힘들었다. 무엇이든 붙들고 싶었다. 두 가지를 시작했던 이유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앞으로 얼마나 살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알 수 없었지만 모든 순간을, 모든 감정을 기억하고 싶었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셴린의 <병상잡기>를 읽었고, 신순규의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도 읽었다. 기타노 다케시의 <죽기 위해 사는 법>도 읽었고, 모 가댓의 <행복을 풀다>도 읽었다.

아프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대장암 3기의 힘든 수술과 연옥의 입구 같았던 독한 항암치료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

부산에서 도서 평론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섭 씨를 만나봤다.

 

 

거짓말처럼 대장암 3기!

수많은 경영 서적에 리뷰를 달아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

2010년부터 김은섭 씨가 해온 일이었다. 아무리 좋은 책도 읽히지 않으면 죽은 나무와 다를 바 없다는 게 평소 소신이었다. ‘리치 보이’라는 필명으로 온라인 서평가로 맹활약을 펼쳤던 이유다. 좋은 책을 엄선하고 리뷰를 달아서 독자에게 널리 알린 경영 서적만 해도 1500여 종에 이른다.

 

그랬던 그의 삶에 어느 날 갑자기 뛰어든 불청객! 김은섭 씨는 “2017년 11월 바쁘다며 미뤄뒀던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평범했던 삶은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말한다.

 

위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대장내시경 검사도 함께 했다. 아내가 권해서였다. 걸리는 일도 있었다. 그해 여름 두 달 넘게 설사를 했다. 변에서 피 냄새 같은 비릿한 냄새도 났다. ‘혹시 암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지만 ‘설마?’ 했다. ‘창창한 나이에 그럴 리 없다.’ 여겼다. 그래도 조금 걱정은 되어서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하기도 했다.

 

김은섭 씨는 “그런 일도 있고 해서 돈을 들여 대장내시경 검사도 함께 했는데 그 결과는 청천벽력이었다.”고 말한다.

대장 용종이 두 개나 발견됐지만 그것은 별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떼어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장 아래쪽에 종양으로 의심되는 꽤 큰 덩어리가 보인다며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 후의 일은 짐작대로다. 김은섭 씨는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이 최종적으로 내린 진단은 대장암 3기였다.”며 “암세포가 대장 속에서 왕성하게 자라나 대장 벽을 가득 채울 만큼 시뻘겋게 덩어리져 있는 대장내시경 사진을 보고 눈을 감아버렸다.”고 말한다.

 

암 환자가 되면서 지옥문도 열렸다!

의사로부터 암 환자라는 말을 듣자마자 지옥문도 함께 열렸다는 게 김은섭 씨의 말이다.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하나?

어느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야 하나?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부산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하기로 했을 때 담당의사는 “대장암 3기가 제대로 커져 있고, 대장 주위 림프절까지 전이되어 다른 장기로 종양이 퍼져 있을지도 모를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절제수술과 재발 전이를 막기 위해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는 거였고, 당장 수술을 해도 생존율은 60% 정도라고 했다.

 

기가 막혔다. 하루아침에 잘하면 살고 아차하면 죽는다는 말이었다. 김은섭 씨는 “죽음이 그렇게 가까이 있는 줄 그때 처음 알았다.”고 말한다. 두려웠다. 살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워졌다는 공포감에 숨이 턱턱 막혔다.그런 절망의 끝에서 한 줄기 구원의 빛이 되어주었던 것! 김은섭 씨는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삶의 끈을 붙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수술과 항암치료로 초주검이 되고…

2017년 12월, 암 환자라는 말을 들은 지 한 달 만에 대장암 수술을 했다. 대장 주위에 전이된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장루는 달지 않아도 된다고 했을 때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겼다.하지만 수술은 새로운 고통의 서막에 불과했다. 대변이 모이는 대장 끝이 하루아침에 잘려나간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했다.

 

김은섭 씨는 “어른의 손 한 뼘 길이만큼 잘려나간 대장 때문에 한 시간에 다섯 번꼴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초주검이 됐다.”고 말한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너무도 달라져버린 몸!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좌절감에 피눈물을 흘렸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시 그를 일으켜 세운 것! 김은섭 씨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죽음 같은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2018년 3월, 독한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6개월간의 항암치료는 연옥의 입구와도 같았다. 김은섭 씨는 “딱 죽지 않을 만큼 괴로운 것이 항암치료였다.”고 말한다.

 

팔은 불에 데인 듯 화끈거리고, 강철로 된 신발을 신은 듯 한 발 떼기도 힘들었다. 발바닥은 뜨겁고 건조해서 모래사장을 걷는 것처럼 바스락거리며 밟혔고, 하루 종일 손에 쥐가 나 있어 어느 것 하나 온전히 잡을 수도 없었다.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위치도, 출판 전문가로서의 이력도 연기처럼 사라지고 오로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처지가 너무도 비참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픈 나’보다는 ‘기대되는 나’로 살려고 안간힘을 썼던 이유! 김은섭 씨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지고, 글을 쓰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프지만 책을 읽었다!

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독한 항암치료까지 고비고비마다 다양한 책을 읽고 투병일기를 쓰면서 고통도, 절망도, 외로움도, 두려움도 이겨낼 수가 있었다고 말하는 김은섭 씨!

 

암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졌을 때 폴 칼라니티가 쓴 <숨결이 바람될 때>를 읽었고,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를 읽었다. 김은섭 씨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한다.

 

대장암 수술을 앞두고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을 때 지셴린의 <병상잡기>를 읽었다. 김은섭 씨는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대장암 수술 후유증으로 좌절감에 사로잡혔을 때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가 쓴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을 읽었다. 김은섭 씨는 “심한 우울과 좌절감을 이겨내는 데 나침반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독한 항암치료로 초주검이 됐을 때 윤성근의 투병시집 <나 한 사람의 전쟁>을 읽고 모 가댓의 <행복을 풀다>도 읽었다.김은섭 씨는 “이들 책을 읽으면서 울분에 찬 서러움을 털어낼 수 있었고, 환자일망정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벌건 대낮이건, 신새벽이든 외롭고 고통스럽고 힘겨울 때마다 책을 읽고 투병일기를 쓰면서 위로를 받고 격려를 받았다는 그다.그렇게 살아온 지 어느덧 3년…김은섭 씨는 아프지만 책을 읽고 아프지만 글을 썼던 지난 3년의 기록을 담은 투병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대장암 수술 후 만 3년째 되던 2020년 11월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를 출판해 진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 김은섭 씨는 3년 간의 투병기록을 담은 책을 출간해 진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이해인 수녀가 추천의 글도 써주었다.

 

김은섭 씨는 “암 환자가 투병하는 하루하루도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책을 썼다.”고 말한다.

 

2021년 1월 현재 김은섭 씨는…

대장암 수술을 한 지도 어느덧 만 3년째! 김은섭 씨는 “6개월에 한 번씩 CT를 찍으며 체크를 하지만 링거병 없이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항암제로 발이 퉁퉁 부어 있지 않은 것도 어디냐며 만족스러워 한다.

 

거짓말처럼 대장암 환자가 되고, 만 3년이 지난 지금 김은섭 씨는 말한다. 암에 의해 걸려 넘어진 자리가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하루하루의 생활도 많이 달라졌다. 가리지 않고 잘 먹되 덜 먹으려고 노력한다. 운동은 꼭 한다. 잠자리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밤새워 글을 쓰곤 했던 생활 대신 밤 10시면 잠자리에 드는 바른생활 사나이가 됐다. 하루하루의 삶도 많이 달라졌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산다. 오늘 하루 최대한 밀도있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눈 뜨면 맞이하는 매일의 오늘은 덤으로 얻은 선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도 남은 인생을 더 잘 살게 해준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하는 김은섭 씨!

 

그런 그가 암 환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투병도 인생이라는 것이다. 아프고 약에 취해 있는 시간도 소중한 내 인생의 궤적이니 내 삶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김은섭 씨에게도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허미숙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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