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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투병기

간암수술, 6년이 지났습니다

라이프케어 김동우 2022. 12. 5. 10:59

간암수술, 6년이 지났습니다

어느덧 간암 발병 후 수술한지 5년이 되었습니다. 올봄에 저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아산병원 박종훈 교수가 정년퇴임을 한다고 해서 아내랑 같이 가서 만났습니다. 반갑게 맞이하여 주시면서 “벌써 5년 되어가네? 민 부사장은 이제 완치된 것이네 축하하네!” 박 교수께서 덕담을 해주셔서 기분은 몹시 좋았습니다. 보통 암은 5년이 지나면 완치 되었다고 하는데 간암은 완치가 없습니다. 간암이 발병했을 때 이미 간 손상이 심해서 항상 재발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평생관리를 하면서 암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5년여 전 2014년 12월, 간경변(간경화) 판정을 받고,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 비리어드(Viread)를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간경변 판정과 동시에 금주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듬해 10월말, 간암이 확진되었고, 11월에 개복 수술을 했습니다. 저는 간암 및 간경변 환우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항바이러스제 비리어드를 하루도 빠짐없이 복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봄에 광주 한정렬내과에서 간스캔 검사를 받았는데 7.1kPa가 나왔습니다. 5년전 18kPa 였는데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비리어드를 장기 복용하면 간섬유화 간경변이 75% 이상은 개선되고 더 이상 간경변이 아니라고 들어왔는데 검사결과를 보고 그렇구나, 실감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던 당시 건강검진 때마다 초음파검사 등을 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B형간염 보유자로서 거친 간 소견에 e항원음성이고, 간수치는 정상이라고 해서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했습니다. 회사 업무로 접대 술도 많이 마셨고, 2012년 은퇴 후에도 종종 술을 즐겨 마시며 지냈습니다. 동네 내과에서 6개월에 한 번씩 간기능 검사를 꼬박꼬박 받긴 했지만, 이상 없다는 말만 믿고 별다른 생활의 제약 없이 그렇게 지내왔습니다.

그 시절에는 정말 몰랐습니다. B형간염이 얼마나 위험한 간암 유발인자인지를! 저는 간암 판정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간암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간암과 관련해 여러 사례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B형간염 바이러스가 강력한 암 유발제임을 알게 되었고, 항바이러스제 복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가면서, 많은 환우가 간염에 대한 상식이 너무 없어 우왕좌왕하며 치료 방향을 잘못 잡거나, 항바이러스제 복용 시점을 놓치는 모습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영상검사 판독지를 설명해주고 댓글을 달기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와 같은 환우와 보호자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그동안 경험한 것, 느낀 것 그리고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하는 사례를 모아 책으로 펴냈습니다. 그 책을 이번에 다시 간암환우들 투병기와 간암 치료 후 관리방법 등을 추가해서 다시 펴내게 되었습니다. 의사도 아니고, 의학 관련 전공자도 아닌 제가 공부하면서 정리한 자료이다 보니, 조금 부족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하면서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길 바랍니다.

먼저 우리 가족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6남매 중 5명이 수직감염에 의한 간염이었고, 저보다 스무 살 이상 많은 두 형님은 50대에 간경변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와 형님들이 B형간염으로 시작된 간경변 때문에 돌아가신 겁니다. 30년도 넘은 일이니까 지금 같으면 안 돌아가셨을지도 모릅니다.

죽마고우에게도 집안의 병력을 잘 얘기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가족력까지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간염환자 대다수가 부모로부터 수직감염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친구 중에 의사도 많이 있는데, 간경변 판정 이후 선뜻 그들에게 가지 않은 것도 별로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대다수 사람이 제가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입니다”라고 말하면, 그 순간부터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B형간염에 대한 오해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돌림병이 아닌데도,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B형간염 보유자들은 항상 숨기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할 때는 다른 병원에 가서 미리 간기능을 확인하고 나서야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한 예로 초기 간경변 진단을 받고 금주할 때 일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어느 날, 의사 선배와 같이 친구들을 만나서 한잔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술을 사양하니까 한 친구가 자꾸 이유를 캐물었습니다.

제가 말을 하지 않자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선배가 어쩔 수 없이 대신 간질환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 친구는 놀라면서 “애들은 괜찮냐?”, “와이프는 괜찮냐?” 하면서 저를 무슨 무서운 전염병 환자 취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섭섭한 마음에 ‘이런 자리에 괜히 나왔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간암 수술 후 망설이다가 동창 홈페이지에 가족력과 간암수술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올렸습니다. 그 뒤 어느 날 식사모임에서 함께 먹는 된장찌개에 숟가락 넣는 것을 꺼리는 친구들을 보았습니다. 속으로 괜히 동창 홈페이지에 올렸구나! 후회했습니다.

그래서 B형간염 보유자들이 드러내 놓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간이 심하게 망가지기 전에는 자각 증상이 없다 보니까 아직도 정기검진 받는 B형간염 보유자들이 30%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2018년 기준 간염바이러스 보유자가 156만 명이고 그중 B형간염 보유자가 121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중 약 36만 명(30%)정도만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고 하는 통계를 보고 놀랐습니다.

돌이켜보면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하던 당시에도 간염에 관해 공부하긴 했습니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e항원이 음성이라 전염성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이제 한시름 놓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도 간수치는 빼놓지 않고 주기적으로 체크했습니다. 은퇴 후에는 동네 병원에서 간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했고, 의사도 항상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실수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제가 무지했던 겁니다. ‘동네 내과에 가서 간기능 검사만 꾸준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습니다. 종합병원 의사도 자기 전문 분야가 있듯이 동네 내과 의사도 주전공이 있었던 겁니다.

어느 의사는 혈압, 어느 의사는 위,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간이 걱정이라면 간 전문 내과를 찾았어야 했는데 그걸 몰랐던 겁니다.제가 다닌 동네 병원 의사가 간에 대해 조금만 더 잘 알았더라면, 제가 e항원음성에서 변종 바이러스 재활성화기(e항원음성면역활동기)가 된 것을 알아낼 수 있었을 겁니다.

이 쓰디쓴 오판이 준 교훈은 바로 ‘우리 환우는 간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를 선택하고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이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동네 병원에서는 DNA 검사를 의사가 먼저 권하지 않습니다. 비용과는 상관없이 그저 무관심해서 그렇습니다. 당시 DNA 검사만 했어도, 그래서 재활성화된 것만 미리 알았더라도 제가 간경변을 거쳐 간암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우리간사랑카페’에 공지사항으로 전국 간전문 추천병원을 소개하는 것은 저와 같은 과오를 환우들이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가 전국을 순회하면서 만나보고 난 뒤 추천한 목록입니다.저는 제 몸을 지키지 못했지만, 이 정보를 통해서 많은 환우가 간염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고, 치료 타이밍 놓치지 말고 제때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시, 간경변 판정을 받았던 당시로 이야기를 돌려보겠습니다.

2014년 12월, 아내가 대장내시경을 해야 한다고 하도 야단해서, 아내의 친구 남편이 진료하는 임승빈내과에 갔습니다. 평소에도 부부가 식사나 술 몇 잔은 하던 사이고, 감사하게도 우리 집 주치의처럼 예방주사나 상비약 등을 챙겨주시던 분이었습니다(제가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는 걸 그때까지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임 원장이 병원 온 김에 위내시경도 하고, 초음파도 찍어보자고 해서 할 수 없이 침대에 누웠습니다. 초음파 기구에 젤을 바르고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니 대뜸 물었습니다. “민 부사장, 간 초음파검사한 지 얼마나 되었지?”

나는 거친 간 소견이 있어서(B형간염 보유자는 대부분 그렇습니다) 당연히 그 얘길 하는 줄 알았습니다.

“5년 되었지요. 왜요?”

“아니,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했어? 이미 간경변 초기야. 결절도 두 개 보인다고!”

임 원장은 당장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크냐고 물었더니, 하나는 1.7cm나 된다고….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져서 “간암인가요?”라고 물었더니, 간암은 아니고 단순 결절 같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도 CT는 꼭 찍어서 확인하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술은 절대 마시지 마!”

돌아서서 나오는데 이 말이 날아와 뒤통수를 세게 쳤습니다.

어느덧 간암 발병 후 수술한지 6년이 되었습니다. 올봄에 저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아산병원 박종훈 교수가 정년퇴임을 한다고 해서 아내랑 같이 가서 만났습니다. 반갑게 맞이하여 주시면서 “벌써 5년 되어가네? 민 부사장은 이제 완치된 것이네 축하하네!” 박 교수께서 덕담을 해주셔서 기분은 몹시 좋았습니다. 보통 암은 5년이 지나면 완치 되었다고 하는데 간암은 완치가 없습니다. 간암이 발병했을 때 이미 간 손상이 심해서 항상 재발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평생관리를 하면서 암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5년여 전 2014년 12월, 간경변(간경화) 판정을 받고,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 비리어드(Viread)를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간경변 판정과 동시에 금주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듬해 10월말, 간암이 확진되었고, 11월에 개복 수술을 했습니다. 저는 간암 및 간경변 환우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항바이러스제 비리어드를 하루도 빠짐없이 복용하고 있습니다.

금년 봄에 광주 한정렬내과에서 간스캔 검사를 받았는데 7.1kPa가 나왔습니다. 5년전 18kPa 였는데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비리어드를 장기 복용하면 간섬유화 간경변이 75% 이상은 개선되고 더 이상 간경변이 아니라고 들어왔는데 검사결과를 보고 그렇구나, 실감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던 당시 건강검진 때마다 초음파검사 등을 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B형간염 보유자로서 거친 간 소견에 e항원음성이고, 간수치는 정상이라고 해서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했습니다. 회사 업무로 접대 술도 많이 마셨고, 2012년 은퇴 후에도 종종 술을 즐겨 마시며 지냈습니다. 동네 내과에서 6개월에 한 번씩 간기능 검사를 꼬박꼬박 받긴 했지만, 이상 없다는 말만 믿고 별다른 생활의 제약 없이 그렇게 지내왔습니다.

그 시절에는 정말 몰랐습니다. B형간염이 얼마나 위험한 간암 유발인자인지를! 저는 간암 판정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간암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간암과 관련해 여러 사례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B형간염 바이러스가 강력한 암 유발제임을 알게 되었고, 항바이러스제 복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가면서, 많은 환우가 간염에 대한 상식이 너무 없어 우왕좌왕하며 치료 방향을 잘못 잡거나, 항바이러스제 복용 시점을 놓치는 모습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영상검사 판독지를 설명해주고 댓글을 달기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와 같은 환우와 보호자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그동안 경험한 것, 느낀 것 그리고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하는 사례를 모아 책으로 펴냈습니다. 그 책을 이번에 다시 간암환우들 투병기와 간암 치료 후 관리방법 등을 추가해서 다시 펴내게 되었습니다. 의사도 아니고, 의학 관련 전공자도 아닌 제가 공부하면서 정리한 자료이다 보니, 조금 부족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하면서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길 바랍니다.

먼저 우리 가족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6남매 중 5명이 수직감염에 의한 간염이었고, 저보다 스무 살 이상 많은 두 형님은 50대에 간경변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와 형님들이 B형간염으로 시작된 간경변 때문에 돌아가신 겁니다. 30년도 넘은 일이니까 지금 같으면 안 돌아가셨을지도 모릅니다.

죽마고우에게도 집안의 병력을 잘 얘기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가족력까지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간염환자 대다수가 부모로부터 수직감염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친구 중에 의사도 많이 있는데, 간경변 판정 이후 선뜻 그들에게 가지 않은 것도 별로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대다수 사람이 제가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입니다”라고 말하면, 그 순간부터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B형간염에 대한 오해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돌림병이 아닌데도,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B형간염 보유자들은 항상 숨기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할 때는 다른 병원에 가서 미리 간기능을 확인하고 나서야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한 예로 초기 간경변 진단을 받고 금주할 때 일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어느 날, 의사 선배와 같이 친구들을 만나서 한잔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술을 사양하니까 한 친구가 자꾸 이유를 캐물었습니다.

제가 말을 하지 않자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선배가 어쩔 수 없이 대신 간질환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 친구는 놀라면서 “애들은 괜찮냐?”, “와이프는 괜찮냐?” 하면서 저를 무슨 무서운 전염병 환자 취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섭섭한 마음에 ‘이런 자리에 괜히 나왔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간암 수술 후 망설이다가 동창 홈페이지에 가족력과 간암수술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올렸습니다. 그 뒤 어느 날 식사모임에서 함께 먹는 된장찌개에 숟가락 넣는 것을 꺼리는 친구들을 보았습니다. 속으로 괜히 동창 홈페이지에 올렸구나! 후회했습니다.

그래서 B형간염 보유자들이 드러내 놓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간이 심하게 망가지기 전에는 자각 증상이 없다 보니까 아직도 정기검진 받는 B형간염 보유자들이 30%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2018년 기준 간염바이러스 보유자가 156만 명이고 그중 B형간염 보유자가 121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중 약 36만 명(30%)정도만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고 하는 통계를 보고 놀랐습니다.

돌이켜보면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하던 당시에도 간염에 관해 공부하긴 했습니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e항원이 음성이라 전염성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이제 한시름 놓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도 간수치는 빼놓지 않고 주기적으로 체크했습니다. 은퇴 후에는 동네 병원에서 간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했고, 의사도 항상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실수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제가 무지했던 겁니다. ‘동네 내과에 가서 간기능 검사만 꾸준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습니다. 종합병원 의사도 자기 전문 분야가 있듯이 동네 내과 의사도 주전공이 있었던 겁니다.

어느 의사는 혈압, 어느 의사는 위,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간이 걱정이라면 간 전문 내과를 찾았어야 했는데 그걸 몰랐던 겁니다.

제가 다닌 동네 병원 의사가 간에 대해 조금만 더 잘 알았더라면, 제가 e항원음성에서 변종 바이러스 재활성화기(e항원음성면역활동기)가 된 것을 알아낼 수 있었을 겁니다.이 쓰디쓴 오판이 준 교훈은 바로 ‘우리 환우는 간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를 선택하고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동네 병원에서는 DNA 검사를 의사가 먼저 권하지 않습니다. 비용과는 상관없이 그저 무관심해서 그렇습니다. 당시 DNA 검사만 했어도, 그래서 재활성화된 것만 미리 알았더라도 제가 간경변을 거쳐 간암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간환우협회’에 공지사항으로 전국 간전문 추천병원을 소개하는 것은 저와 같은 과오를 환우들이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가 전국을 순회하면서 만나보고 난 뒤 추천한 목록입니다.

저는 제 몸을 지키지 못했지만, 이 정보를 통해서 많은 환우가 간염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고, 치료 타이밍 놓치지 말고 제때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시, 간경변 판정을 받았던 당시로 이야기를 돌려보겠습니다.

2014년 12월, 아내가 대장내시경을 해야 한다고 하도 야단해서, 아내의 친구 남편이 진료하는 임승빈내과에 갔습니다. 평소에도 부부가 식사나 술 몇 잔은 하던 사이고, 감사하게도 우리 집 주치의처럼 예방주사나 상비약 등을 챙겨주시던 분이었습니다(제가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는 걸 그때까지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임 원장이 병원 온 김에 위내시경도 하고, 초음파도 찍어보자고 해서 할 수 없이 침대에 누웠습니다. 초음파 기구에 젤을 바르고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니 대뜸 물었습니다. “민 부사장, 간 초음파검사한 지 얼마나 되었지?”

나는 거친 간 소견이 있어서(B형간염 보유자는 대부분 그렇습니다) 당연히 그 얘길 하는 줄 알았습니다.

“5년 되었지요. 왜요?”

“아니,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했어? 이미 간경변 초기야. 결절도 두 개 보인다고!”

임 원장은 당장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크냐고 물었더니, 하나는 1.7cm나 된다고….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져서 “간암인가요?”라고 물었더니, 간암은 아니고 단순 결절 같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도 CT는 꼭 찍어서 확인하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술은 절대 마시지 마!”

돌아서서 나오는데 이 말이 날아와 뒤통수를 세게 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