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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투병기

대장암 수술 후 5년…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라이프케어 김동우 2023. 1. 5. 11:01

대장암 수술 후 5년…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화장실 가는 일이었습니다. 오래된 습관이었습니다.

2016년 5월, 그날도 변함없이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볼일을 본 후 변기를 확인하던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변기가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잠이 확 깰 만큼 놀랐습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변기에 가득 찬 빨간색 물은 그대로였습니다.

‘아, 이게 뭐지?’

‘왜 이러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혈변이라는 건가?’

‘그런데 왜 갑자기 혈변이지?’

‘변비도 없고, 아픈 데도 없는데 갑자기 뭐가 잘못된 거지?’

한꺼번에 수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놀란 마음으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던 아침이었습니다.갑자기 그런 일을 당하니 몸 상태부터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근을 잠시 미루고 좀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혈변이 계속되면 병원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으로 혈변은 곧 멈췄고, 늦은 출근도 했습니다. 회계법인에 다니고 있던 저는 5월이면 업무적으로 많이 바쁜 시기여서 결근을 하기도 힘든 형편이었습니다. 쌓인 일도 많았고, 처리해야 할 업무도 많았습니다.조금 늦게 출근한 그날은 아침에 보았던 혈변은 곧 잊어버리고 쌓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전날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변기를 벌겋게 물들인 혈변! ‘뭔가 이상이 있구나.’ 직감했습니다.그런 상황에서도 병원 대신 회사 출근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많이 미련했습니다.

3일째 되던 날 아침, 또다시 혈변이 나오자 결국 회사 대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증상을 듣자마자 담당의사는 당장 입원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일주일 후에 입원을 했고, 여러 가지 검사가 이어졌습니다.그리하여 병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결과는… 암이라고 했습니다. 대장암이라고 했습니다. 대장암 1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발 암만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랐는데 암이라고 했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남일 같았습니다. ‘내가 왜?’ 믿기지 않았습니다.

‘동네병원에서 뭘 알겠어?’ 대학병원으로 가서 재검사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장암이 맞다고 했습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대학병원으로 옮겨서 확진을 받았던 2016년 6월, 그때 느꼈던 막막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이 49세에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

저에게 찾아온 대장암은 혈변이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혈변이라는 증상으로 신호를 주어서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행운이었습니다.담당의사의 설명을 듣고 수술을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하반신 마취를 하고 국소 절제술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수술실에 들어가 마취까지 했지만 국소 절제술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암의 뿌리가 깊이 자리 잡고 있어서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만저만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개복수술을 위해서는 일정도 다시 잡아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서 퇴원을 했다가 재입원하는 과정도 겪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개복수술을 하기로 한 날! 걱정과 불안으로 온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나?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암의 위치가 항문과 가까운 곳이어서 항문이 위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던 터라 더욱더 불안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항문을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불안감을 억누르면서 수술실로 들어갔는데 다행히 수술은 잘 됐다고 했습니다.

2016년 7월 25일 대장암 수술을 했습니다. 복부를 16cm 절개 후 직장을 23cm 정도 절제했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다른 곳으로 전이는 없어서 항암치료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수술 후 심한 통증으로 진통제를 달고 살았지만 다행히 일주일 후에는 퇴원도 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항암치료 없이 수술로 마무리된 것을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수술 후유증

병원 문을 나서면서 ‘수술도 잘 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힘든 일은 없겠지.’ 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저만의 착각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갖가지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장암 수술을 하면서 직장을 잘라낸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절제한 직장의 길이만큼 상실된 기능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나타났습니다.

 

밥 한 공기를 먹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한 달이나 걸려야 했습니다. 양념이 된 음식을 먹기까지도 적잖은 시간이 흘러야 했습니다. 그것으로 끝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음식을 먹고 움직일 때마다 뿡뿡거리며 나오는 방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참다 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얼큰한 찌개를 한 숟가락이라도 먹고 나면 어김없이 변실금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수술만 하면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수술 후 이렇게 힘든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차라리 수술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괴로웠습니다.그렇게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갈 무렵, 조금씩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제 몸을 보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어떻게든 적응하고자 하는 제 몸의 끈질긴 생명력에 놀랐다고나 할까요?

▲ 홍미옥 작가는 2021년 5월, 5년 암 완치 판정을 받았다며 힘든 시간을 잘 견뎌온 자신을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대장암 수술 후 달라진 것들

비록 대장암 1기였지만 암은 암이었습니다. 수술 후유증도 다양하게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 하루 빨리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전의 생활과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꼭 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날마다 운동도 시작했습니다.처음에는 10분을 걷기도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이 걸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날마다 하루 1시간씩 걷기 시작했습니다.먹는 것도 가려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담당의사는 뭐든 가리지 말고 잘 먹으라고 했지만 이미 변해버린 몸은 모든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가려 먹어야 했고, 절제해야 했으며, 음식에 대한 욕심도 버려야 했습니다. 입에서는 먹고 싶다고 아우성인데 위장은 받아들이지 못하니 입맛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매운 음식이 먹고 싶어도 참아야 했고, 밥에 김치를 얹어 먹는 일도 자제해야 했습니다. 자극적인 국물음식은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순간의 유혹에 빠지면 그 후환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모든 음식을 순하게 먹었고, 먹고 싶다고 과식하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변화된 몸에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차츰차츰 몸도 적응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먹는 음식에 따라 반응하는 몸을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참을 수 없을 만큼 먹고 싶은 자극적인 음식이 있을 때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습니다. 빈번하게 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했으니까요.그렇게 살아온 지 어느덧 5년이 흘렀습니다. 2021년 5월, 5년 암 완치 판정도 받았습니다. 완치 판정을 받으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그동안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낸 제 자신을 토닥토닥 해주고 싶었습니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떠올라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암은 자신의 몸을 보살피지 않아 치르는 대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그래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분명 몸은 힘들다는 신호를 보냈을 텐데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했습니다. 절대 아프지 않을 듯이 방치하며 살아온 대가가 바로 대장암이었습니다.

이제는 너무도 잘 압니다. 혹독한 대가를 치른 후 얻은 깨달음입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제가 이 글을 통해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습관을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늦기 전에 꼭 그렇게 했으면 합니다.

홍미옥 작가 kunkang19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