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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폐색의 관리

라이프케어 김동우 2023. 2. 8. 09:33

장 폐색의 관리

(장이 막혀서 식사를 못하고 자꾸 구토가 나올 경우)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즐거움을 얻습니다. 그 중에서도 먹는 즐거움은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겠죠. 옛날처럼 없어서 못 먹는 시대는 아니라해도, 맛집탐방이니, 요리경연대회니 하는 것들이 유행인 것을 보면 먹는 데서 얻는 기쁨은 각별한 것 같습니다.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서, 잘 씹어서 삼키면 위장관 (위-소장-결장-직장)을 지나 항문을 통하여 변으로 배출되게 됩니다. 하나의 연결된 관과 같은 구조이죠. 

 

 

따라서, 이러한 구조물 중 어느 하나만 기능을 안 하거나 막혀도 음식의 섭취가 어려워지고,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이 생기게 됩니다. 장 폐색 (intestinal obstruction)이란, 위장관 중 일부가 막힌 것을 이야기하며, 특히 암에 의하여 생긴 장 페색을 암성 (또는 악성) 장폐색 (malignant bowel obstruction)이라고 합니다.

 

최근 들어서 수술적 치료가 발전하고, 내시경적인 치료도 발전하면서 암성 장폐색이 있는 경우에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치료법들이 많아졌고, 그로 인하여 어느 정도는 증상조절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암환자에서 생기는 장폐색이란 어떤 것이며, 어떤 검사와 치료를 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암성 장폐색의 정의

암성 장폐색이란, 임상적으로 장폐색의 장상이 있으며 (증상이나 신체검진, 또는 영상의학적 검사상), 소장-대장 부위의 폐색이 있으면서, 완치가 불가능한 복강내 암 (위암, 대장암, 췌담도 암 등) 또는 복강 밖의 암 (폐암, 유방암 등)의 복막전이가 있는 경우를 이야기 합니다.

 

여기에서는 좁은 의미로 십이지장 이후 소장-대장의 폐색만을 이야기하였지만, 넓은 의미로는 식도가 막히거나 위출구폐색 (gastric outlet obstruction)도 암성 장폐색에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장이라고 하면 소장-대장을 이야기하고, 따라서 식도와 위는 별개의 장기이며, 식도나 위가 막혔을 경우에는 치료적 접근법도 다릅니다.)

 

암성 장폐색은 위, 대장, 난소 암 등 복강이나 골반강에서 생긴 종양의 흔한 합병증이며, 또한 유방암, 페암, 흑색종 등에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장폐색을 증상으로 처음 병원에 와서 암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고, 수술 후 장폐색이 되어 재발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고, 치료를 받다가 병이 계속 진행해서 장폐색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투병 기간 중 어느 시기에나 생길 수 있습니다. 

 

암성 장폐색은 대장보다는 소장에 더 흔하게 생긴다고 되어 있습니다. 완전폐색 (complete obstruction)이거나 부분폐색 (partial obstruction)일 수 있고, 한 군데에서만 막혔을 수도 있고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폐색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유의할 점은 암이 있는 환자에게서 생기는 장폐색 생겼다 해도 암이 아닌 양성질환에 의해서 생긴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러한 원인들에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후 생긴 유착, 염증성 장질환, 헤르니아, 장중첩증 등이 있을 수 있고 원인에 따라서는 완전한 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질환들을 감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폐색의 기전

여러가지 기전에 의하여 장폐색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계적인 장폐색은 물리적으로 장이 눌리거나 막혀서 생기는 것을 이야기하며, (1) 장의 외부에서 종양이 누르거나, 복막전이라거나 장유착 등에 의하여 장폐색이 생기는 경우 (2) 장의 내부에서 종양이 커지면서 장 내부를 막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능적 장폐색이란 실제적으로 장이 막힌 곳은 없지만 장운동이 저하되어 음식물이 내려가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데,

(1) 암이 장벽내의 신경이나 근육 (평활근)을 침투하여 기능을 떨어뜨리는 경우 

(2) 암이 분비하는 물질에 의하여 장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기능이 마비되는 경우 (부종양증후군 paraneoplastic neuropathy) 

(3) 당뇨병이나 이전의 장수술, 기타 신경질환 등으로 장운동이 저하된 경우등이 있습니다.

 

 

장폐색이 생기게 되면 단순히 음식이 내려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들로 인하여 더욱 더 상황이 악화되게 되는데, (1) 위장관이나 췌담도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쌓이고 장을 자극하여 장에서 분비물이 나오도록 만들고 (2) 장 내의 수분이나 전해질을 흡수하지 못하게 되며 (3) 이러한 원인들에 의하여 장이 더 많이 늘어나게 되고, 장벽의 부종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되며 폐색을 해결해 주지 않는 이상 악순환을 거듭하여 상황은 점점 악화되게 됩니다. 

 

 

 

 

그림. 장폐색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임상증상

종양이 서서히 자라나면서 장이 막히게 되므로, 장폐색은 처음에는 부분폐색이며 증상도 서서히 생겨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폐색으로 진행하며 증상도 점점 심해지게 됩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 오심 (nausea), 구토 (vomiting), 복부팽만 (abdominal distension)등이며, 이는 장이 막히고 늘어나면서 분비물이 늘어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운동이 증가하면서 생기는 증상들입니다. 장폐색의 부위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검사도 중요하지만 증상을 잘 이야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표. 장 폐색시 생기는 증상들과 특징

 

영상의학검사

오랫동안 복부 X-ray는 급성 복통이 있을 때, 그리고 장폐색이 있을 때 선별 검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여전히 그 역할은 유효합니다. X-ray는 누워서 찍은 것과 서서 찍은 것을 각각 찍고 두 사진을 비교하지요. 그렇지만 위장관 조영술이나, CT등에 비교하면 폐색을 찾아낼수 있는 것은 민감성도 떨어지며, 폐색이 생긴 부위 자체를 정확하게 아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증상을 보아 폐색이 의심된다면 보통 추가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X-ray상에서 늘어나 있는 대장이 관찰되며, 공기-액체층 (air-fluid level)이 관찰됩니다.

 

조영제를 먹고 찍는 위장관 조영술은 장점막을 관찰할 수 있고, 막힌 부위를 찾는 데 도움을 줍니다. 위, 그리고 근위부 소장을 보는 데에는 특히 유용하지만, 원위부의 소장을 보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좋은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바륨 (barium)을 사용하는데, 이 바륨이라는 물질이 장에서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완전폐색이 있으면 장 내에서 굳어버릴 수 있고 또 배출되지 않는 바륨으로 인하여 CT등의 검사가 부정확하게 나올 수 있으므로 조영제를 잘 선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가스트로그라핀 (gastrograffin)이라는 조영제를 사용하면 해상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폐색이 있을 경우 바륨보다 안전하여 이를 선호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대장 부위의 폐색이 있는 경우에는 조영제를 먹는 것보다는 바륨 관장 (barium enema, 항문을 통해서 바륨을 주입한 후 X-ray를 찍는 검사법)이 더 대장부위를 확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바륨이 장 내에 남을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어서 조심스레 검사를 시행해야 하지요. 

 

 

최근에는 빠르게 시행할 수 있고, 복강 내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CT가 선호됩니다. X-ray나 위장관 조영술 검사에 비하여 , CT검사는 장폐색이 있는 경우 원인과 폐색이 일어난 부위를 정확히 알 수 있고, 폐색이 있는 장에 허혈 (ischemia, 부종이나 혈관의 문제로 혈액공급이 잘 안되는 것)이 있는지, 천공 (perforation, 장에 구멍이 났는지)이 있는지 등도 알 수 있고, 장 뿐만 아니라 복강 내의 다른 장기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MRI도 사용할 수 있고 CT와 마찬가지의 장점이 있지만, CT보다 비싸고, 시간도 많이 걸리면서 복부 MRI에 익숙한 영상의학과 의사가 없는 곳에서는 검사에 제한이 있어서 장폐색 때 흔히 시행하는 검사는 아닙니다. 

 

장폐색의 치료 

장폐색은 한 개의 질환이나 증상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이라서, 치료방법이나 증상관리도 경우에 따라 판단하여야 합니다. 종양내과의사들은 완치가 가능한 병변인지,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지, 내시경적 치료가 가능한지, 여명은 어느정도인지, 약제를 사용했을 때 증상호전을 기대할 수 있을지, 영양공급을 정맥을 통해서 해야 할지 등의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1) 내시경적 치료 

내시경적 치료가 발달하기 전에는 장폐색이 생기면 수술적 치료를 할 수 있으면 하고,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비위관을 넣어 놓는 방법밖에는 없었지만, 최근에는 내시경을 통하여 스텐트 (Stent)라는 것을 삽입하여 좁아진 장 내강을 벌려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여러 부위의 위장관 다발성으로좁아진 경우에는 스텐트를 삽입해도 이득이 없으며 소장부위의 폐색은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을 통한 스텐트 삽입이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종양내과 의사, 소화기 내과 의사, 외과 의사, 영상의학과 의사와의 긴밀한 상의를 통하여 대상을 정해야 합니다. 

 

 

사진: 대장 내부로 튀어나온 종야으로 인하여 생긴 장폐색을 스텐트를 설치하여 이후 조영제가 잘 통과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상을 잘 선정하면 90% 이상에서 성공적으로 스텐트를 설치하고,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75%에 이른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스텐트는 그물 망같이 생긴 구조라서, 종양이 다시 자라 들어오거나, 빡빡한 음식물에 의하여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스텐트가 빠지거나, 꺽이는 경우도 일어날 수 있으며, 드물게 장 천공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재시술을 시행하여 성공적으로 다시 스텐트를 관리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스텐트를 수술과 비교한 연구에서, 수술에 비해서 재시술의 빈도가 높았습니다. 따라서 전신상태가 좋고, 여명이 아주 짧지 않으며 종양의 진행속도가 아주 빠르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선호하는 의사들이 많습니다.

 

 

2) 수술적 치료

수술 통하여 잘 선별된 환자들은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수술시에 종양이 완전절제가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우회술 (bypass surgery, 막힌 부위를 우회해서 장을 연결해 주는 수술)을 해 줄 수가 있고, 대장 같이 원위부가 막힌 경우에는 막힌 부위의 근위부에서 장루를 내어주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최소 100cm이상의 소장이 남아있어야 영양성분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장루를 내어 줄 때에는 남아 있는 소장의 길이를 잘 계산해야 합니다.

 

또한 장루를 통하여 장 분비물이 많이 배출되는 경우도 있어서, 전해질이나 탈수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장루 관리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3) 약물 치료

전신상태가 아주 나쁘거나 (하루종일 침대에만 누워있거나,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돌보기도 어려운 상태), 암이 아주 빨리 진행하고 여명이 1달 이내인 경우, 또는 복막전이가 심하고 여루 부위가 동시다발적으로 폐색이 있는 경우에는 내시경적 치료나 수술보다는 약물 치료를 시행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정맥을 통한 수액 및 전해질 공급을 하게되며, 이는 장폐색에 의하여 장 내부로 배출되는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서입니다. 과한 수액공급은 부종을 유발하며 장에서의 분비를 늘릴 수 있어 신중하게 수액양을 결정해야 합니다. 

 

증상조절을 위한 약물로는 장점막으로부터의 분비를 저해시키는 약제, 항구토제, 진통제, 진경제 (장수축을 줄여서 쥐어짜는 통증을 줄여 주는 약) 등이 있습니다. 아래 설명은 각각의 약제에 대한 설명인데, 관심이 있는 분들만 자세히 읽어보시면 될 내용입니다.

 

진통제로는 마약성 진통제가 장폐색에 의한 통증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 자체가 장운동을 줄여서 장폐색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어서, 통증의 강도와 양상을 살펴가며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며, 마약류 종류에 따라서도 조금씩 수용체가 다르다는 것을 고려하여 약제를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몰핀보다는 펜타닐 등의 지용성 제제가 장내에 덜 축적된다고 알려져 잇습니다.)

 

항콜린제제는 장 수축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진경제인데, 스코폴라민 (scopolamine, 부스코판 등의 약제)나 글리코필롤레이트 (glycopyrrolate), 티로파마이드 (tiropamide)등의 제제가 있으며 마약성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산통 (colicky pain, 장이 꼬이는 듯한 통증)에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오심과 구토에 대해서 흔히 사용하는 항구토제인 메토클로프라미드 (metoclopramide, 멕소롱 등)을 사용해 볼수 있으나 장운동을 항진시키기 때문에 완전폐색이 있으면 오히려 복통이나 오심 구토를 증가시킬 수 있고, 따라서 완전폐색시에는 장운동을 항진시키지 않는 항구토제 (할로페리돌 등)를 사용합니다.

 

또한 장분비를 줄여주는 약제인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인 옥트레오타이드(octreotide)를 사용할 수 있으며, 복막전이시 염증작용이 장운동 및 유착에 관여한다고 생각되고 있어 항염증 작용을 하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보기도 합니다. 

 

위에 나열한 약제를 섞어서 사용하는 복합요법 (흔히는 옥트레오타이드 + 스테로이드 + 메토클로프라미드)는 소규모이지만 무작위 시험에서 치료를 하지 않는 군과 비교하여 입원기간을 줄여주거나, 불편한 비위관을 제거할 수 있거나, 증상이 호전된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단기간만 건강보험에서 지원을 해 주기 때문에 사용에 제한이 많습니다.

 

그 밖에도 위궤양이나 위염에 사용하는 히스타민 제 2수용제 길항제 (hstamine-2 receptor antagonist)라던가 양전자펌프 저해제 (proton pump inhibitors)가 위액의 분비를 줄여준다는 연구가 있어서, 향후 장폐색에 이러한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맥을 통하여 영양공급을 하기도 합니다만, 영양공급의 경우 악액질이 있을 때 수명연장을 한다는 근거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서 다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4) 위의 방법들이 효과가 없을 경우

복통, 복부팽만이나 오심, 구토를 줄이기 위하여 비위관 (L-tube, 코를 통하여 튜브를 삽입하여 위에 거치해두는 것. 흔히 콧줄이라고 설명드립니다.)을 삽입하거나, 또는 경피적 위루술을 통하여 필요시마다 내용물을 배출하는 방법 (venting gastrostomy)등이 있습니다. 비위관의 경우 코에 이물감이 지속되며 많이 불편해서, 참 보기에 딱하지만 효과가 아주 좋은 경우도 있어서 아직까지도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L-tube는 그림처럼 코를 통하여 위까지 관을 넣어 거치해 놓는 관입니다.

 

요약하자면, 암성 장폐색은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며, 증상 및 영상검사를 통해 진단을 할 수 있고 내시경적, 수술적, 약물치료가 있습니다.

종양내과 의사 박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