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죽이는 NK(자연살해)세포,
아무리 많아도 활성도 낮으면 무용지물
백혈구 속 NK(자연살해·Natural Killer)세포의 숫자가 늘어나면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없애는 힘, 즉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면역력은 NK세포의 수가 아닌 활성도에 좌우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NK세포 수가 많더라도 활성도가 낮다면 면역력이 높다고 할 수 없으며, 결국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이재면 교수가 최근 암환자 2명의 NK세포 수와 활성도를 비교했다. A씨는 림프구(백혈구의 일종) 중 NK세포의 비율이 4%, NK세포 활성도는 300pg/mL이었다. B씨는 NK세포 비율이 28%, NK세포 활성도는 150pg/mL 이하였다.
이 교수는 "B씨의 NK세포의 수가 A씨의 7배나 됐지만 활성도가 낮기 때문에 암이 전이·재발될 위험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NK세포의 양(수)보다 질(활성도)을 높여야 암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항암식품 섭취, 운동, 요가, 명상, 숲속 생활, 웃음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웃음의 면역력 향상 효과에 대한 실험이 최근 청담NK클리닉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암 완치 판정을 받은 홍모(49)씨와 박모(75)씨, 암과 관계 없는 여성 김모(48)씨, 남성 김모(52)씨의 NK세포 활성도를 측정했다. 암 완치 판정을 받은 두 사람은 '1시간 동안 웃기' 전후의 NK세포 활성도를, 다른 두명은 TV 코미디 프로그램 시청 전후의 NK세포 활성도를 각각 비교했다.
그 결과 홍씨의 NK세포 활성도는 593.6pg/mL에서 989.7pg/mL로 66.7%나 증가했으며, 박씨의 활성도 역시 661.1pg/mL에서 731.2 pg/mL로 10.6% 증가했다. 남성 김씨는 538.7pg/mL에서 659.4pg/mL로, 여성 김씨는 1080.2pg/mL에서 1089.7pg/mL로 올랐다.
▲ 활성화된 NK세포는 겉이 넓은 막으로 싸여있다. 이 막은 암세포에 구멍을 뚫고 NK세포가 가지고 있던 암세포 파괴 물질을 넣는 역할을 한다. 비활성화된 NK세포는 이 막이 없어서 암세포 파괴 물질을 활용할 수 없다. /조성훈 청담NK클리닉 원장 제공
청담NK클리닉 조성훈 원장은 "웃으면 뇌에서 엔도르핀 분비는 활발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줄기 때문에 NK세포 활성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네 명의 NK세포 활성도 변화 폭이 다른 이유에 대해 조 원장은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는 신체 전반적인 건강 상태, 면역계·신경정신계·내분비계 등에 영향을 주는 생활 습관·심리 상태에 따라 NK세포의 자극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성인 남성 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국 캘리포니아 로마린다주립대의 연구에 따르면, 코미디 프로그램을 1시간 시청한 그룹의 혈중 인터페론 감마량(NK세포 활성도의 지표)이 시청 전보다 2배 늘었다.
☞NK세포의 활성도란
NK세포가 활성화되면 단백질의 일종인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하는데, 활성도는 혈액 중 '인터페론 감마'의 분비량으로 표시된다. 연령별 평균은 20대 777.77 pg/mL, 30대 817.90 pg/mL, 40대 700.77 pg/mL, 50대 649.72 pg/mL, 60대 이상 642.32 pg/mL 수준이다. 300 pg/mL 미만이면 암세포·바이러스를 제대로 없앨 수 없는 '면역력 저하 상태'로 본다. 이때의 pg/mL는 혈액 1mL 당 인터페론 감마의 양(1조분의1 g)을 의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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