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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 년 이어온 암과 인간의 전쟁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5. 4. 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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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 년 이어온 암과 인간의 전쟁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


우리에게 암은 무엇일까?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암으로 죽는다. 살기가 좋아지고 수명이 늘수록 암은 오히려 늘어난다. 인구의 4분의 1이 생애에 암에 걸린다는 통계 수치는 어느새 옛말이 되었고, 인구의 3분의 1을 넘어 머지않아 절반이 암에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화학물질, 방사선 등 암을 유발하는 물질은 늘어나며, 우리는 오래 살수록 발암물질에 더욱 노출된다. 의학의 발전도 오히려 암에 걸린 사람의 비율을 더 늘리는 듯이 보이곤 한다. 암 치료를 받았지만 암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든 재발할지 모를 암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과연 암은 우리에게서 떼어낼 수 없는 것일까? 우리는 암을 정복할 수 있을까?


종양학자인 저자는 암환자를 치료하면서 점점 더 이 의문에 빠져든다. 암 자체와 암 치료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자신도 헤어날 수 없이 점점 더 암의 손아귀에 빠져든다. 그러면서 저자는 암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애쓴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때로는 자신이 직접 치료한 암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때로는 암과 맞서 싸우는 의사의 이야기를 통해, 또 때로는 암 자체의 이야기를 통해 그 의문을 계속 붙들고 나아간다.


암의 정체를 알기 위해 저자는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옛 문헌을 샅샅이 훑고, 고대 인류의 유골도 살펴본다. 암은 언제부터 인류와 함께 했을까? 현대인은 암이 현대의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방사능, 석면, 담배, 화학물질처럼 암을 일으키는 요인들이 현대 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암이 오래되었다고, 인류의 여명기부터 우리와 함께 있던 질병이라고 말해준다. 그저 다른 질병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천연두, 결핵 등 대량으로 인류의 목숨을 앗아갔던 다른 질병들이 보건 위생과 의학으로 수그러든 뒤에야 암은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냈다.


따라서 인류는 줄곧 암과 함께 있었으면서도 암을 모르고 있었다.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암 환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마침내 암이 주목해야 할 병이 되었을 때, 인류는 암을 과소평가했다. 페니실린 같은 약물이나 백신, 위생 시설 향상 등으로 많은 질병을 물리쳤듯이, 암도 쉽사리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시드니 파버, 메리 래스커를 비롯하여 암에 선구적으로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암에 맞서 불굴의 싸움을 벌였다. 열정과 헌신을 통해 그들은 암을 물리치고 암 환자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암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랬기에 암을 과소평가했다. 그랬기에 암이 곧 정복될 것이라고, 그저 국가가 암 퇴치를 위해 예산과 인력을 모아주기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

 

 

 

저자는 그런 열정적인 인물들이 거둔 일시적인 성공과 뒤이은 좌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와 더불어 고통스러운 암에서 벗어났다고 기뻐하다가 다시 암에 굴복한 환자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저자는 그 과정을 성공이냐 실패냐라는 이분법으로 보지 않는다. 환자, 의사, 과학자, 활동가 등 암과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그 힘겨운 투쟁이 암을 서서히 알아가는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가 맞서 싸울 때마다 암은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겼다 싶으면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역공을 가한다. 그런 끊임없는 싸움을 벌이면서 인류는 암이 오랜 역사를 지닌 존재답게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모습과 행동을 지니고 있음을 서서히 깨달아 왔다.


암을 알아가는 이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언제쯤 끝날지 예측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지는 싸움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암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화학요법을 권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그 치료가 끝날 때까지 환자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자는 치료가 끝나고 5년이 지날 때까지 살아남는다.

 

환자의 집을 찾아가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주면서, 저자는 암의 역사가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제 연구자들은 암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기는지, 각각의 암을 공략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등 많은 것을 알아냈다. 글리벡처럼 특정한 암을 콕 찍어서 공격하는 새로운 암 치료약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암은 본래 정복할 수 없는 질병이었다. 이제는 정복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는 질병이 되어가고 있다.


저자는 암을 정복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암이 우리 자신의 일그러진 자아라고 말한다. 오래 살고 싶어하고 자신을 쏙 빼닮은 자손을 낳고 늘리고 싶어하는 우리 자신의 욕망을 일그러진 형태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존재라고 말이다. 암을 없애려면 우리 자신을 없애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암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암을 알아갈수록 우리가 암을 대하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암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 책은 암 이야기이지만 암 환자나 암 의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암이 우리 자신의 일그러진 거울상이기에, 우리 모두가 암의 진정한 모습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자신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서 말이다.


역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차례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 저자는 군데군데 자신이 환자를 치료할 때의 일화를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고 상황과 자신의 감정을 섞어서 짧게 적고 있다. 하지만 그 짧은 대목들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백 마디 말보다도 나은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역자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암을 다루니까 발암유전자와 DNA의 돌연변이 이야기가 적어도 절반을 차지하지 않을까 지레 짐작했다. 최근의 생물학 책은 으레 그러하니까. 하지만 이 책에 그런 내용은 부수적으로 다루어질 뿐이다. 저자는 암을 직접 대하는 사람들, 즉 의사, 환자, 과학자, 활동가,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쉽게 읽히며, 때로는 따스하게 때로는 울컥하게 만들며 감정을 뒤흔든다. 의학 및 과학 지식과 인간미를 잘 조화시킨 멋진 책이다. 암을 다룬 최고의 교양서라고 할 만하다.


이한음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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