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폐암 제외하고 절반 이상이 10년 넘게 살아 … 3만5622명 추적조사
대한민국 암 대해부 1부 달라지는 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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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치료 받느라고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어. 처음엔 속상해서 막 울었단다. 너희는 안 울었니?”
지 난달 25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의 병원학교 ‘밝은 교실’. 소아암 환자들이 아주 특별한 선생님을 맞았다. 연극배우 이주실(66·여)씨. 이씨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과거를 설명하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다. 이씨는 1993년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늑골로 전이된 상태였다.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고 완치됐다. 그 후 암환자들을 위해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엔 보건학 박사 학위도 땄다.
#공인회계사 고동환(64·인천시 거주)씨는 97년 위암 3기 진단을 받고 위의 3분의 2를 잘라냈다. 1년여 동안 매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항암주사를 맞았다. 술·담배도 완전히 끊었다. 그러면서 국내 500여 곳의 산을 다녔다. 고씨는 “처음 진단받은 병원에선 8개월 정도밖에 못 살 거라고 했지만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다”며 “산행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위·대장·유방암에 걸리더라도 절반 이상이 10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대장·전립샘·갑상샘암은 1기에 발견하면 100% 가까이 10년 이상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가 9개 암 환자 3만5622명(1999~2004년)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이 병원은 자기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10년 이상 살고 있거나 그리 될 확률(10년 생존율)을 산출했다. 10년 생존율은 세계적으로 드문데, 미국은 유방암만 조사하고 한국은 2년마다 5년 생존율을 발표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년 생존율은 갑상샘암이 91%로 가장 높았다. 간암(7.5%)과 폐암(9%)은 낮은 편이었다. 연세암센터 정현철 원장은 “종전에는 암을 불치병으로 보고 5년만 살아도 괜찮다고 했으나 절제 기술과 항암제가 좋아지면서 위·유방·대장·갑상샘·전립샘 암은 10년을 사느냐 못 사느냐를 따질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조기 검진의 중요성이 확인됐는데 난치 암인 간·폐암도 1기에 발견하면 각각 19.3%, 48.9%로 10년 생존율이 올라갔다. 4기 환자도 좋아졌다. 위암 4기의 경우 99년 2.3%가 5년 생존했지만 2004년에는 5.7%로 증가했다. 대장암은 1.5%에서 7.9%가 됐다. 간암은 3배, 유방암은 1.9배, 폐암은 1.4배로 좋아졌다. 정현철 원장은 “3, 4기 암이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은철 국가암관리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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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가 계속 늘고 있나.
“기 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신규 암 환자가 14만2610명에서 2007년 16만1920명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2015년에는 23만5100여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10년 만에 6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되면 암이 느는 게 당연하지 않나.
“물론 그렇다. 여기에다 한국에서는 조기 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갑상선암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이유도 있지만 자연 증가 때문에 암이 늘어난 측면이 강하다. 원인의 40%가 자연증가 때문이라고 본다. ”
-암에 걸릴 확률은.
“평 균 수명(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32%가 암에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평균 수명이 늘고 전립선암이 증가하면서 10년 내에 남자의 절반이 암에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이 그랬다. 국내 사망자의 28%가 암 때문에 숨진다.”
-어떤 암이 느나.
“갑상선·전립선암은 조기 검진 때문에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증가 원인이나 수술의 타당성 등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서구식 식생활이 늘면서 대장암과 유방암이 계속 늘 것이다.”
-5년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는데.
“췌 장암 등 일부를 제외하면 모든 암이 좋아졌다. 위·간·대장·유방·자궁경부 등 5대 국가암검진 수검 대상자의 53%가 지난해 조기 검진을 받았다. 5년 전 38%에 비해 상당히 올라갔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지난해 43.1%로 떨어진 점도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암을 예방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연이다.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짜거나 탄 음식을 피해야 한다. 술은 하루에 두 잔을 넘지 않아야 한다.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자궁경부암을 보자. 조기 검진을 1회 하면 암에 걸릴 위험이10% 줄고 2회 하면 71% 준다.”
서구식 식습관 여파 … 65세 이상 여성 대장암 1위
출산 기피 여파 … 자궁경부암 크게 줄고 난소암 늘어
① 발생률 연 6%↑‘대장암 쓰나미’
주 부 김은숙(57·서울 서초동)씨는 지난해 12월 대변 보기가 힘들고 변에 피가 섞여 나왔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혈변이 멈추지 않자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건국대병원으로 옮겨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2월 중순 종양 부위를 20㎝가량 잘라내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 중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없고 혈변 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었는데 대장암에 걸려 놀랐어요.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아요. 체중(60㎏)이 약간 많이 나가고 고기를 좋아하는데 그게 문제였을까요.”
김씨는 자신의 병을 믿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나마 빨리 병원을 찾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은 위암이다. 하지만 위암이 2005년을 정점으로 줄고 대장암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1위 자리를 대장암에 내줄 날이 멀지 않았다. 국립암센터 암등록 자료에 따르면 1999~2007년 위암 환자(인구 분포를 고려한 발생률)는 0.6% 줄었지만 대장암은 6.4% 증가했다. 대항병원 대장암센터 이두석 부장은 “식습관이 서구식으로 변하고 있는 데다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회식 자리에서 육류와 술을 많이 먹는 것이 대장암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여성 대장암 신규 환자가 99년 4404명에서 2007년 8316명으로 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위암은 7316명에서 8517명으로 약간 증가했다. 두 암의 신규 환자 차이가 거의 없어진 것이다. 특히 2007년 65세 이상 여성 대장암 신규 환자(4376명)는 위암(4352명)을 제치고 여성 암 1위로 올라섰다.
② 출산 안 한 여성, 자궁내막암 급증
주부 전모(60·충남 부여군)씨는 2008년 8월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았다. 항상 아랫배가 더부룩한 데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스가 차고 식욕이 없었다. 소화불량 정도로 여기다 가족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고 난소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보니 암세포가 간까지 퍼져 있었다. 전씨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 난소암에 걸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저출산이 여성들의 암 지도를 바꾸고 있다. 자궁경부(입구)암은 크게 주는 대신 난소암은 늘어난다. 국립암센터 암등록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99년 4443명에서 2007년 3616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난소암은 1332명에서 1838명으로 늘었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자궁경부에 자극이 많을수록 암이 많이 발생하는데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자궁경부암 발생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김홍배 교수는 “여성이 배란(생리)을 많이 할수록 난소암 위험이 커지는데, 불임여성이 아기를 낳은 여성에 비해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2.5배 높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도 있다. 조기검진이 늘고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자궁경부암이 줄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는 “서구식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먹다 보니 여성호르몬 생성이 활발해지고, 초경 시기가 빨라지면서 배란기간이 늘어나 난소암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유방암도 증가하고 있다. 2007년 자궁내막암 환자는 99년에 비해 84%, 유방암은 104% 증가했다. 자궁내막암은 비만이거나,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걸리기 쉬운 병이다. 국립암센터 김주영 자궁암센터장은 “비만이 심하거나 아기를 낳은 경험이 없으면 자궁내막 조직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자극에 쉽게 노출되며 자궁내막암의 발생률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③‘검진의 힘’ 여성암 1위 갑상샘암
여 성 갑상샘암 신규 환자는 2007년 1만8019명으로 99년의 6.4배로 증가했다. 2004년부터 여성암 1위가 됐다.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조기검진이다. 없던 암이 새로 생긴 게 아니라 모르던 것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은경 교수는 “초음파-세포검사 기술이 우수하고 비용이 저렴해 암세포가 작을 때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조기 수술에 대한 논란이 많다.
서 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조기 진단과 조기 수술이 잘못된 건지 냉정하게 말하기 어렵다. 어느 누구도 수술을 하지 말라고 권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 내분비내과 조보연 교수가 갑상샘암 환자 4626명을 조사한 결과 20년 후 사망률이 9.6%로 미국이나 유럽(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전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김영미(56·여·가명)씨는 “괜찮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정기검진을 그만뒀다가 암세포가 폐와 늑막에 전이됐고 10개월 뒤 숨졌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박도준 교수는 “한국인은 갑상샘암 재발률이 서구인보다 30~40% 높다”고 밝혔다.
④ 폐암, 25년 만에 여성 사망률 1위
전 통적으로 폐암은 남성 흡연자의 병이었다.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뚝 떨어지면서 연령별 인구구조를 고려한 폐암 환자(인구 10만 명당)는 99년 51.9명에서 2007년 48.1명으로 줄었다. 반면 여성은 12.9명에서 13.7명으로 늘었다. 국립암센터 분석에 따르면 2008년 폐암이 여성의 암 사망률 1위로 올라섰다. 25년 동안 1위였던 위암과 자리를 바꿨다. 정부의 흡연율 통계를 보면 여성도 남성처럼 줄고 있다. 그런데도 폐암이 여성을 옥죄는 이유는 뭘까. 주부 이경숙(56·가명)씨는 평생 담배를 입에 대본 적이 없다. 지난해 여름 가슴이 뜨끔거려 병원을 찾았다. 가슴 X선 검사에서 늑막에 물이 차 있었고 폐암 세포가 발견됐다. 폐암 4기였다. 이씨는 항암치료를 받다 6개월 만에 숨졌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김호중 교수는 “여성 폐암 환자 중 흡연자는 열 명 중 한 명꼴에 불과하다”며 “간접 흡연, 조리 때 발생하는 연기, 대기 오염 등이 암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암은 충북, 간암은 전남·경남
위암은 충북·대전, 간암은 제주·전남·경남 주민들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 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16개 시·도 중 인구 분포를 고려한 신규 암 환자(인구 10만 명당)가 가장 많은 지역은 대전(302.8명)·전남(294.1명)·대구(290.8명) 순이었다. 강원(236명)은 가장 적었다.
지역별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것은 갑상샘암이었다. 대전과 전남은 발생률이 각각 62.9명과 64.5명으로 강원의 3.8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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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보건정책과 이재옥씨는 “갑상샘암을 비롯해 암 발생률이 대전에서 높은 이유는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전의 수검율이 30.3%로 가장 높았다.
위암은 충북(50.8명)이 가장 높았다. 강원의 1.4배였다. 육식 등 서구형 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대장암·유방암·전립샘암은 서울이 1위를 차지했다.
전 문가들은 식습관이나 주변 환경이 암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분석한다. 충북도청 보건정책과 공중보건의 명준표씨는 “충북의 위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식습관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충북은 유일한 내륙지역이라 염장 생선 등 짠 음식을 먹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다.
전남(29.7)과 경남(29.5)의 간암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섬진강·영산강·낙동강 인근 주민들이 민물고기 생식을 즐기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주요 강 유역의 간디스토마 감염률을 조사한 결과 섬진강·금강·낙동강 주변이 높았다. 간암 발생 통계에는 담도암도 포함된다. 간디스토마는 담도암의 주요 원인이다.
같은 지역이라도 암별 발생률은 차이가 난다. 간암 발생률 1위인 제주는 대장·폐·유방암의 발생률이 가장 낮았다. 충북은 위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반면 간암은 가장 낮았다.
흡 연·B형 간염 등 암을 일으키는 요인과 발생률이 일치하지는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조사(2009년)에서 강원이 남성 흡연율 1위였으나 폐암 발생률은 8위였다. 또 서울은 B형 간염 항원 양성률(2005년)이 가장 높지만 간암 발생률은 14위였다.
세 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의 정현철 원장은 “우리나라 암환자는 원래의 거주지와 치료병원 소재지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지역별 흡연율·음주율·검진율 등의 자료가 더 축적돼야 암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출처:http://image.search.daum.net/dsa/search?w=imgviewer&q=%BE%CF+%BB%FD%C1%B8&page_offset=3&page=1&lpp=28&od=Y7u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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