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경희대병원 본관 2층 한방암센터. 한방암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원철(49) 경희대 한의과대학 임상종양학과 교수 연구실 입구 벽에는 암 환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1997년부터 시작해 13개가 붙어 있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대한암환우(완치)협회 진행암(4기암)에서 10년 건강생존자모임'회원들이다. 사진 위에는 '10년 건강생존 실현! 우리는 넥시아(NEXIA)로 살아났어요!!'라는 이들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이들에게 최 교수가 어떤 존재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넥시아'는 옻나무 추출물로 만든 한방 암 치료제다.
↑ 최원철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암센터장이 지난 20일 병원 본관 2층 한방암센터에서 환자를 치료하기 전 맥을 짚어보고 있다. 뒤에 있는 TV화면은 환자의 혈액 검사를 통해 드러난 ‘암성 어혈’. 막대기처럼 긴 흰빛 물체가 암의 씨앗인 암성 어혈이다.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말기암 환자들에게 '교주(敎主)'나 다름없는 최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서니 그의 손을 거쳐 간 환자들의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지난 2009년 타계한 김상택 전 중앙일보 화백이 최 교수에게 간접적인 감사를 표한 만평이 벽에 붙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최 교수는 "김 화백은 위암 말기로 넥시아 치료를 잘 받아 현업에 복귀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연구실 한 구석에는 폐암 말기로 3개월 진단을 받은 뒤 넥시아 치료로 2년 넘게 생존한 한 환자가 6개월 동안 직접 수를 놓은 자수가 액자에 걸려 있었다.
최 교수는 대뜸 종이 한 장부터 건넸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NCI)와 미국 암협회(ACS)가 '4기 진행암(Advanced Cancer)'에 대해 "어떠한 치료법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암"으로 규정한 내용이었다. 사실 현대 의학, 특히 양방에서 4기암 치료를 위해 새로운 항암제인 표적치료제를 포함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치율은 신통치 않은 게 사실이다. 최 교수는 "양방에서 4기암 환자의 완치율은 1% 정도고 평균 6∼8개월 정도 생존한다"며 "하지만 넥시아 치료법으로는 4기 완치율이 10%에 달한다"고 말했다. 넥시아 치료는 주로 기존 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4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내성이 생기는 항암제 치료에 한 번 실패한 사람은 완치율이 30% 이상, 두 번 실패한 경우 10% 내외를 보인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항암제에 3번 실패한 사람은 완치보다는 생명 연장 개념의 치료가 이뤄진다. 이렇게 해서 최 교수가 4기암 환자 공개치료를 시작한 지난 1997년부터 지금까지 89명이 10년 이상 생존해 있다. 최 교수는 이를 증명하는 책자를 하나 내밀었다. 2년 전에 나온 '넥시아 리뷰'가 그것이다. 넥시아 치료를 받고 장기생존한 4기암 환자 36명을 치료 전후 암세포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진과 함께 분석한 것으로, 양방 교수 2명이 감수했다. 최 교수는 "짧게는 2년 길게는 13년 생존한 4기암 환자들의 케이스가 실려 있다"며 "모두 1500부를 만들어 배포했는데 종양학을 전공한 양방 교수들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넥시아가 뭐길래 이런 효과를 내는 것일까. 한방에서 암은 어혈(瘀血·혈액이 정체돼 노폐물이 많아져 생기는 한의학상의 병증)이 뭉쳐서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 교수는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 선생은 '구어성괴(久瘀成塊)'라고 했는데 어혈이 오랫동안 낫지 않으면 반드시 암(종괴)이 된다는 뜻"이라며 "한의학에서 어혈을 푸는 '이성환(옻나무 추출물)'을 응용해 옻 껍질(칠피) 수액인 습칠과 옻 껍질을 말린 건칠을 최적의 조합으로 배합해 만들어낸 것이 넥시아"라고 소개했다. 양방 치료를 먼저 해보고 안되면 그 다음에(NEXT) 써보자는 뜻으로 넥시아로 작명했다.
지난 1988년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한 최 교수는 1994년부터 10여년간 광혜원한방병원 원장을 지냈다. 이 기간 동안 경희대 한의학 석·박사를 마친 것은 물론 중국 요녕중의약대에서 중의학으로 명예의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의대에서 서양의학으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넥시아 연구에 전념해오고 있는 최 교수는 자신의 좌우명을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삼고 있다. 최근 넥시아를 둘러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그에게 어울리는 듯했다.
―한방 암 치료는 어떻게 하나.
"한방 암 치료의 핵심은 오래된 어혈 제거다. 어혈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되는데 특히 현대의 스트레스와 비슷한 육울증이 문제가 된다. 한방에서는 어혈의 특성에 대한 진단에 따라 치료법이 크게 달라진다. 우리 병원 4기암 환자의 장기생존은 바로 어혈의 진단과 이에 맞는 치료법의 선택 그리고 어혈치료 한약재인 넥시아(칠피 법제 분말)에 있다. 넥시아의 용법과 용량, 타약물과의 배합이 결정된 후 조제돼 투약된다."
―넥시아는 어떤 원리로 치료하나.
"한방에서 진행암은 냉성질환으로 분류한다. 특히 냉성 어혈을 없애야 치료가 된다. 이 냉성 어혈을 없애는 더운 기운의 한약재가 넥시아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에 참여한 우리 연구자가 최근 기존 항암제의 10분의 1 용량의 넥시아를 사용해 암 신생혈관 억제율을 81%로 끌어올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4기암 환자 치료 성적은 어느 정도인가.
"2006년 국내 유수의 임상수탁기관(CRO) 조사 결과 4기암 환자 216명 중 42%가 5년 이상 생존했다. 4기 폐암은 5년 생존율 24%, 백혈병은 림프성 73%, 골수성 71%의 결과가 나와 국제학술대회에 보고됐다. 4기 신장암에서 폐로 전이된 환자를 넥시아 단독치료로 50개월 이상 생존시킨 사례 등이 지난해 국제적으로 저명한 암 학술지인 'Annals of oncology'에 게재됐다."
―넥시아 신약 인정 절차는 어떻게 되고 있나.
"임상시험약은 넥시아와 좀 다르다. 넥시아의 장점을 이용한 별도 신약 후보로 봐야 한다. 8개 대학 폐암 환자 89명을 대상으로 2상 시험 중이므로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 신약이 허가되면 보험 급여가 되지 않는 넥시아보다 훨씬 저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식약청 수사 논란의 핵심은 무엇인가.
"넥시아와 임상시험 신약을 구별하지 못해 생긴 것이다. 임상시험 허가만 받고 제조 허가 없이 넥시아란 이름으로 임상 신약을 판매했다는 혐의였는데 넥시아는 이미 10년 이상 한약재로 사용해 왔다. 임상시험 신약은 그동안 판매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식약청에서 관련 압수물을 되돌려줬다. 이와 별도로 우리가 쓰는 넥시아의 외부 포제과정을 무허가 제조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2004년 동일사건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우리 병원 시스템과 넥시아는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다."
―한방 암 치료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은.
"양방에서 잘하는 분야는 한방이 끼어들 틈이 없다. 양방에서 잘 안되는 분야를 연구해 환자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암치료에 쓰이는 한약이 품질관리(QC, Quality Control)를 통해 표준화와 동질성, 균일성이 확보돼야 한다. 또한 한방 암 치료의 다양한 정보가 객관적인 기록으로 남아 다양한 연구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의 지원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
―암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동안 한방 암 치료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생존 환자들의 노력과 그 가족들의 정성어린 보살핌을 보면서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암 환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특정 약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 생명에 대한 진지함과 경외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들이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으로 치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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