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 후 추적관리
암환자에게 암치료를 끝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암치료를 끝낸 이들, 즉 암치료가 종료된 환자를 흔히 ‘암 생존자’라고 부른다. 암 생존자는 좁은 의미에서는 치료가 종결되어 질병이 없는 상태의 환자를 말하고, 넓은 의미에서는 암 진단 후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환자를 말한다. 따라서 암치료 직전부터 암치료 종료 후 생존하면서 살아가는 다양한 시기의 환자들을 모두 암 생존자라 할 수 있다.
암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마치 암에 걸리지 않았던 시점처럼 모든 것이 저절로 제자리를 찾아가진 않는다. 암 생존자에게는 또 그들만의 숙제가 남아 있다. 특히 암이라는 큰 질병은 치료 동안 환자의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안겨준다. 암 생존자는 치료기간 동안 이루어진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환경적인 변화에 적응하는 것부터가 우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암의 재발, 혹은 2차 암의 발생을 막아 오랫동안 건강하게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암이라는 질병은 암치료를 종료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암이 재발할 수 있다. 또한 있던 암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번 암에 걸린 환자에게는 다른 부위에도 암이 생기는 이른바 2차 암 발생 확률도 증가한다.
꼭 암이 아니라 할 지라도 치료 중 약해진 체력 탓에, 혹은 치료의 부작용 때문에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일이다. 즉, 암 생존자는 다른 이들보다 훨씬 많은 건강 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때문에 암 생존자들은 암치료가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치료 이후의 건강에 대한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 추적관찰
암 생존자는 암치료가 종료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암이 재발하려는 조짐이 없는지, 치료의 후유증이 남아있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치료했던 암의 재발 여부를 시간을 갖고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을 ‘추적관찰’이라고 한다.
이런 추적관찰의 첫번째 목표는 당연히 암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암을 앓은 환자는 치료가 종료된 후에도 5~10년 이내에 재발할 수 있다. 환자의 병기가 높을수록 암 재발 확률이 높다. 때문에 재발이 일어날 수 있는 기간 동안 꾸준히 정기적으로 암이 재발할 조짐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설혹 암이 재발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관찰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그만큼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두번째 목적은 암치료 중에 생겼을지 모를 후유증과 부작용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다. 많은 암환자들이 암치료를 하는 동안 이런 저런 부작용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 중에서 일부는 장기적으로 신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치료가 종료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돌연 나타나기도 한다.
암치료 부작용은 심장이나 폐, 뼈, 소화기 등 장기기능의 장애로 나타날 수도 있고, 기억력 장애나 만성 피로 등 쉽게 드러나지 않는 증상일 수도 있다.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에 따라서 가능한 오랫동안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미리 예방을 하는 것도 추적관찰의 주요 목적이다. 추적관찰은 개인이 겪은 암종과 성향, 병기, 암이 발생했던 위치 등에 따라 다르게 이루어진다. 치료 종료 시점에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추적 관찰의 간격 및 검사, 시행 기관에 대해서 상의할 수 있다.
◆ 2차 암 검진
추적관찰은 앓았던 암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대개 본인이 앓았던 암종에 대한 검사만 포함된다. 그러나 한번 암을 앓았던 암 생존자라고 해서 다른 암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도리어 암이 발생하기 쉬운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면 암에 걸리기 더 쉽다.
이렇게 암 생존자가 다시 다른 암에 걸리는 것을 2차 암이라고 한다. 때문에 암 생존자는 암을 이겨낸 사람이면서 동시에 언제 다른 암이 찾아올 지 모르는 ‘암 후보자’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다른 장기에 생길지 모를 2차 암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주기적으로 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암 생존자에게 특화된 암 검진 프로그램이 따로 개발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암 생존자 역시 일반인들처럼 암 검진을 받으면 된다. 국가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걸리는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6개 암에 대해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주기적으로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 본인의 추적관찰에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반드시 받아 보도록 하자.
그 외에도 특정 항암제를 사용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한 환자 중 일부는 혈액암이나 육종(근육, 혈관, 골격, 연골, 혈구 등 비상피조직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사도 추가로 실시해야 한다.
또 유전적인 요인이 큰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환자 중에서 ▲50대 이전에 발병한 경우, ▲두 명 이상의 친척들이 동일한 암을 앓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방 양측, 혹은 신장 양측에 모두 암이 발생했던 경우라면 암 유전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주치의와 상의해서 유전적인 검사를 받고 가족의 암 검진 계획에 참고하면 가족들의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데 도움이 된다.
◆ 건강관리 지침
검진 외에도 암 생존자는 나쁜 생활 습관을 버리고 스스로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암 생존자에게 건강을 위해 꼭 세 가지를 지킬 것을 당부한다.
첫째 꾸준하고 규칙적인 운동이다. 적절한 운동은 몸의 피로를 감소시키고, 활력을 주기 때문에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암 생존자에게는 운동이 더욱 중요한데, 꾸준한 운동은 암의 재발을 막고, 사망률을 낮춰주며, 2차 암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심혈관계질환이나 골다공증 등 암 생존자가 겪기 쉬운 만성질환을 예방한다.
암 생존자에게는 힘이 많이 드는 운동보다 중간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권장된다.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3~5번 정도 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스트레칭을 함께 하면 유연성이 좋아져서 근육이나 관절의 통증을 예방 및 완화시킬 수 있다.
둘째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비만은 암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여성의 경우 비만인 여성들은 폐경기 이후 유방암에 더 잘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그 외에도 대장암, 위암, 식도암, 자궁내막암 등 여러 암들도 비만 체중의 사람들에게서 더 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2차 암 혹은 암 재발도 비만인 환자에게 더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중이 지나치게 적은 것 또한 좋지 않다. 저체중인 사람들은 암치료의 예후가 나쁜 편이기 때문. 그러므로 암 생존자는 건강한 식습관으로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암 생존자가 지켜야 할 지침은 금연이다. 담배는 4000여 종의 발암물질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암환자에게 치명적인 기호품이다. 흡연은 암의 재발뿐만 아니라 2차 암의 발생 확률도 높인다.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혼자서 금연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꼭 금연하는 습관을 지켜야 한다.
△ 제공: 하이닥
△ 작성: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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