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김동우
간이역은 조용하고 느긋하다
급하게 서둘러 가야 할 사람도 없고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들만
이용 할 수 있는 곳 이다
깔끔하게 단장된 레스토랑도 없고
패스트 푸드 가게도 없다
세상 소식이 궁금하여도
신문 가판대가 없기에
기차에서 내려 오는 길손에게
소식을 전해 들어야 한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기차가 빨리 오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엉덩이가 베기어도
느긋하게 독서 삼매경에 빠지거나
목을 젖치고 토막 잠이라도 자야 한다
간이역에는 총알처럼 빨리가는 KTX도
고급스러운 새마을 기차도 오질 않는다
유일하게 무궁화 열차만 이용 할 수 있다
언젠가는 무궁화 열차도 비둘기 열차처럼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날이 있겠지만
아무 염려도 되지 않는다
넓다란 주차장
주차비도 받지 않는다
머무르고 싶을 시간까지
마음껏 있어도 좋다는 아름다운 배려이다
간이역에는
보내야 하는 이별도 있지만
기다리는 그리움도 있다
* 충북 제천 간이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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