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 이신가요 (1)/ 김동우
나무 계단 사이로
살째기 비집고
얼굴만 드러낸 노오란 꽃
수줍어 부끄러운 마음인가
뜨거운 햇살에
상처 받은 마음 때문 인가요
계단을 오르는 사람마다
내려가는 사람마다
구두로 두드리는
똑똑~ 노크 소리
부끄러워 얼굴을 감추며
작은 목소리로 물어 본다
저~~
누구 이신가요
당신은 누구이신가요 (2) /김동우
2009년 5월의 어느날
병원 외래는 환자로 북작 거렸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원장님 상담 순서를 기다리기 위하여
비스듬이 기대어 잡지책을 보고 있었다
앉아 있지만 환자들의 이야기 소리도 듣고
어느 환자가 마지막 진료 인지도 눈치로 떼려 잡고서
지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문을 열면서 세 사람이 동시에 들어 온다
두 사람은 츄리닝 차림 한 사람은 인솔자 인듯 평복 차림이다
한 번에 보아도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방문을 한 듯 보였다
정신과 병원의 경우 다른 진료과가 없는 곳이 많아
정신 질환 이외의 경우에는 밖으로 나가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있는지라 어떤 상황인지는 바로 직감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환자는 남자와 여자 이다
남자는 정신이 거의 정상인으로 보였지만
여자는 상태가 매우 안 좋은 것 으로 짐작이 된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왠만하면 사람만 보면
무슨 질병인지 추정이 되는데
이것도 직업병인 아닌가 생각한다
입구에서 걸음 걸이부터 어눌하다
천천히 걸어서 내가 있는 쪽으로 오길래 다리를 옆으로 모으면서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였더니
그 여자는 어찌 남자 앞으로 엉덩이를 보이면서
지나 갈 수 있느냐고 하길래 내 자리를 양보하여 주었다
자리를 일어 나면서 나의 업무용 가방을
소파에 그대로 두었는데
그 환자는 몇분 뒤 바로 졸기 시작하였다
내 가방을 팔 걸이로 삼고서...
짐작컨대 심한 우울증에 공황장애를 동반 한 상태로 보였다
대부분 정신과 약은 수면제와 향정신성 의약품이다보니
잠도 많이 오는 편이라 이해가 된다
10여분 정도 졸더니 환자를 인솔한 사람이 여자를 깨웠다
왜 가방을 누르고 자느냐고 나무랄길래
나는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하였다
그 여인은 미안한 듯 미소를 지으면서
다음에 돈 있으면 차 한잔 사 드릴께요 하였다
아무 대꾸도 안 하면 마음에 상처를 받을까봐
그냥 짧게 대답만 하였다
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쩌다가 이 여인은 이렇게 되었을까
환자복을 입기 전에는 가족과 남편이랑 행복하게 지낸 시절이
있었을 텐데...
어떤 연유로 정신을 놓아 버렸을까
정신과적 질환은 거의 대부분이 사람과 사람에 의한 것이라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들었기에 이 지경이 되었을까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부디 고통의 터널을 하루빨리 벗어나
기다리는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외래 대기실에서 잠시나마 시선을 주고 받으면서
그 여인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 듯 보였다
당신은 누구이신가요.
'자작 글[시,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0) | 2015.04.20 |
---|---|
거시기 짬뽕에 당하다 (0) | 2015.04.20 |
모든 것의 시작은 (0) | 2015.03.30 |
중년 여인의 아름다운 삶 (0) | 2015.03.27 |
그리하고 싶어라 (0) | 2015.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