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항암제 국내 시판 허가
흑색종·간암용 면역항암제 4종 지난달 국내 시판 잇따라 획득
부작용 없애고 치료 효과 개선 세계 시장 규모 350억달러 추정
암 치료의 획기적 패러다임을 제시한 면역항암제들이 잇따라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정부의 약값 책정 등 후속 절차를 거쳐 본격 판매되려면 적어도 수 개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서도 암 치료 방법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15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개발된 흑색종 및 간암용 면역항암제 4종이 지난달까지 잇따라 국내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도 대부분 지난해 시판 허가한 점을 감안하면 국내의 경우 면역항암제를 상당히 빨리 받아들인 셈이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화학항암제나 암 관련 유전자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와 달리 환자의 몸이 암세포에 맞서 싸우도록 면역 반응을 강화시키는 약이다.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2013년 환자 스스로 암을 물리치게 만드는 면역항암제의 획기적 방법 때문에 ‘가장 주목할 연구’분야로 꼽았다.
무엇보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어서 기존 화학 및 표적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개선된 치료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화학항암제는 증식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른 암세포의 특징을 포착해 공격하는데, 모낭세포나 혈액세포처럼 증식이 활발한 정상세포까지 공격한다. 그래서 화학항암제를 쓴 환자들이 머리가 빠지고 백혈구가 감소해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고자 암을 일으키는 사실이 확인 된 유전자나 단백질만 골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가 나왔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등 여러 표적항암제가 ‘꿈의 암 치료제’로 불리며 십수년 간 항암제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표적항암제가 점점 늘면서 표적을 공격해도 별다른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사례들이 보고됐다.
그래서 다국적제약사와 과학자들은 이 같은 부작용을 없애고 치료 효과를 개선한 면역항암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제약분석기업 이벨류에이트파마는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이 3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 봤다.
현재 세계 시장에 나온 면역항암제는 흑색종 치료제 ‘키트루다’(MSD)와 ‘옵디보’(BMS), ‘여보이’(BMS) 등 3가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와 올해 이 약들을 모두 허가했고, 국산 간암 치료제인 녹십자셀의 ‘이뮨셀-LC’에 대해서도 추가 임상시험을 하는 조건으로 허가했다.
제약업계에서는 면역항암제가 면역력을 회복시키는 원리여서 다양한 암에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헌 한국MSD 의학부 이사는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과 방광암, 두경부암, 위암 등에 대해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 역시 완벽한 의약품은 아니다. 면역기능을 지나치게 강화시켜 과잉면역반응의 일종인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보고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
가격도 문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표적항암제도 한 달 약값이 수백만원까지 나온다. 다국적 제약사의 면역항암제는 아직 국내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모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현실적으로 비싼 약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또 다른 그림의 떡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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