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생체검사(Liquid Biopsy)
MIT선정 혁신 기술 액상 생체검사
고속 DNA 서열분석 장치 통한 간단한 혈액검사로 암 진단
액상 생체검사
· 혁신 : 암의 조기진단을 위한 혈액검사법
· 의의 : 전 세계에서 매년 800만 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 키플레이어 - 데니스 로, 홍콩 중문대학교
- 일루미나
- 버트 보겔스타인, 존스홉킨스대학교
중국에 관한 것이 항상 그렇듯 암 역시 규모가 큰 문제다. 베이징과 같이 부유한 도시에서 암은 이제 ‘제1의 사망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대기오염과 높은 흡연율, 공해 때문에 몸살을 앓는 ‘암 마을’들이 중국의 전체 사망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간암 발병률은 서구의 4배에 달한다. 이는 중국인 14명 중 1명 꼴로 B형 간염 보균자이기 때문에 높은 발병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세계의 연간 암 사망자 중 27%가 중국인이다.
지난 12월, 필자는 선전에서 홍콩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사람의 피 몇 방울 속의 DNA를 분석해 간암 등을 조기 진단하는 액상 생체검사(liquid biopsy) 기법을 20여 년간 연구한 의사 데니스 로 박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로 박사는 1980년대에 다닌 옥스퍼드대 공식 만찬에 참석하던 습관을 떠올리며 멋진 재킷을 걸친 말쑥한 복장으로 등장했다. 그는 태아가 어머니의 혈관으로 자신의 DNA 조각을 흘려보낸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7년 발표된 이 연구를 기반으로 최근 몇 년 사이 매우 안전하고 간단한 다운증후군 검사법이 개발됐다. 지금까지 1만 명이 넘는 임산부들이 검사를 받았다.
현재 로 박사는 간단한 채혈로 암을 검사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의 연구소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는 죽어가는 암 세포도 혈액 속에 DNA를 흘려보낸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초기에는 쉽게 사라질 만큼 양이 적고 혈액 속에서 함께 순환하는 건강한 DNA에 감춰지기 때문에 측정이 매우 어렵다. 하지만 로 박사는 목표가 단순하다고 말한다. 치료가 가능한 시기에 암을 진단하는 정기 혈액검사법을 만드는 것이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전이까지 된 후에 진단이 이루어질 경우 대부분 치료가 불가능하다. 미국이 암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의학 기술을 적용한 성공사례의 뒤에는 조기진단이 있다. 결장암 사망률이 크게 줄어든 것의 절반은 결장경 검사 같은 검진법 덕분이다.
로 박사의 소속병원은 DNA 분석을 검진시험에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두 가지 최대 규모의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B형 간염 환자 1000명을 관찰해 DNA 검사로 초음파보다 빨리 간 종양을 발견할 수 있는지 검증한다. 이보다 큰 규모의 다른 연구는 인후의 윗부분에서 발전하는 비인강암에 적용해 진행 중이다. 드문 암이지만 중국 남부 남성 60명 중 1명 꼴로 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인강암은 염장생선의 섭취, 중국인의 유전적 민감성, 그리고 단핵증을 일으키는 엡스타인-바(Epstein-Barr) 바이러스 감염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 박사는 이 바이러스 때문에 특이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한다. 그가 개발한 검사법은 소멸하는 암세포가 환자의 혈장 속에 흘려보내는 찾기 쉬운 성질의 바이러스 DNA를 포착한다.
이 연구에는 홍콩에서 모집한 건강한 중년 남성 2만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아직 절반 정도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먼저 검진한 남성 1만 명 중에서 초기단계인 1기의 13건을 포함, 총 17건의 암을 발견했다. 이 남성들의 대부분은 방사선치료로 암을 극복했다. 만일 환자가 목에 덩어리가 느껴지는 등 최종 진행단계의 징후가 보일 때 의사를 찾아왔다면 통상의 생존율은 70% 미만이다.
“일반적으로 환자는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을 안고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거리를 다녔겠지만 이제 우리가 이들에게 경고했다”고 로 박사는 설명한다. 그는 이제 중국 남부의 모든 남성을 검진할 수 있다고 본다. 홍콩의 한 민간병원에서는 이 검진법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방법이 사람들을 살려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로 박사의 실험실은 이러한 아이디어로부터 바이러스성 암은 물론 거의 모든 암을 찾아내는 보편적인 검진법을 개발하기 위해 존스홉킨스대를 포함한 다른 기관의 과학자들을 상대로 기술경쟁에 돌입했다. 이러한 검진법의 핵심은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수백 만 개의 DNA 조각을 빠르게 해독하는 유전자 서열분석 장치다. 분석결과가 나오면 인간 게놈지도와 대조한다. 이후 연구진은 재배열된 DNA의 특정 패턴을 찾아낼 수 있고, 이것이 종양의 분명한 징후가 된다.
로 박사는 홍콩 중문대에 위치한 실험실을 견학하는 중간에 과거에 사용된 다양한 서열분석 장치를 보여줬다. 그는 차세대 DNA 서열분석 장치는 휴대폰 크기로, 정기 암 검진이 더 저렴해지고 보편적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본다. 현재 간암 위험이 있는 환자들에게 시범 적용중인 DNA 검사비는 정기적으로 이용하기에는 아직 너무 높다. 그러나 로 박사는 태아 검사도 초기에는 비쌌지만 이후 800달러까지 비용이 낮아졌다고 지적한다. 그 덕분에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되게 됐다. 그는 “암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로 박사와 같은 의사들이 닦아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액상 생체검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최근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에릭 토폴 스크립스연구소 게놈학 교수는 올 1월에 이 기술이 암 등 질환에 적용된다면 “청진기에 버금가는 앞으로 200년간 최고의 발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샌디에이고의 고속 서열분석장치 제조업체 일루미나의 CEO 제이 플래틀리는 올 해 투자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 같은 검사시장 규모가 최소 4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을 암 진단 분야에서 ‘가장 설레는 기술개발’이라고 부르면서, 연구진에게 액상 생체검사 장비를 제공해 암 검진을 돕겠다고 말했다.
액상 생체검사 기술은 이미 병에 걸린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다. 의사들은 앞으로 암을 일으키는 특정 DNA 변이에 따른 처방약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암에서 채취한 조직에 변이를 찾기 위한 검사를 할 수도 있지만, 비침투성 혈액 검사가 적합할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로 박사는 중국의 폐암 환자 중 40%가 EGFR이라는 단일 유전자에 변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신형 표적 치료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암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로 박사에 따르면 연구자는 각각에 대해 액상 생체검사가 정말로 생명을 살릴 수 있음을 체계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는 비인두암에 대해서는 자신에 이에 근접했다고 믿고 있다. 그는 “매우 보편적인 유형의 암을 검진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될 때 액상 생체검사는 비로소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이클 스탠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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