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무섭다고요? 싸우면 이길 수 있죠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
의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은 여전히 무서운 질병이다. 위암, 간암, 폐암 등 다양한 암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무서운 암으로 알려진 것이 췌장암이다.국내 암 치료 기술 발전으로 위암, 폐암, 간암 등 다른 암종은 5년 생존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10대 암 중 췌장암만 5년 생존률이 하락해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손꼽힌다. 환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암은 아니지만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워 5년 생존률이 매우 낮다. 이를 반영하듯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흔히 불치병에 걸렸다고 하면 췌장암이 많이 언급되곤 한다.
지난 7일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치료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췌장은 배보다 등쪽에 가깝게 위치한 기관이다. 오 교수는 "보통 통증을 느낀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데 처음부터 극심한 통증이 오는 사례도 있지만 대개 소화가 잘 안 된다거나 배가 아프다, 음식이 얹힌 것 같다, 더부룩하다는 증상이 나타난다"며 "췌장이 배보다는 등쪽에 가깝게 있다 보니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허리가 아픈 환자들이 디스크로 오인하기도 한다"며 "다른 과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이쪽으로 돌아오는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췌장암이 진행되면 식욕도 떨어진다. 식욕 저하는 체중 감소로 이어지고 몸무게가 많이 줄거나 당 조절이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췌장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인슐린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약 등을 통해 혈당 조절을 잘하던 환자들이 약을 먹어도 혈당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췌장암 전조 증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혈당 수치에 이상이 생기는 것 외에도 담즙이 잘 빠지지 못해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도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췌장암은 흡연, 비만, 당뇨병, 만성 췌장염, 가족성 췌장암, 나이, 음주 등 다양한 원인이 있으며 어떤 특정 원인 하나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오 교수는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증상을 느끼고 병원에 왔을 땐 이미 늦은 환자가 많다"며 "췌장암 초기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5명이 췌장암을 진단받는다면 그중 칼을 대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례는 1명에 불과하다"며 "발견하기 어렵다 보니 다른 암에 비해 예후도 좋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췌장암 5년 생존률은 8.8%로 다른 암 평균인 68.1%에 비해 매우 낮다. 특히 원격 전이 췌장암은 5년 생존률이 1.7%에 불과하다.
오 교수는 "암 치료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나리오는 암을 발견한 뒤 환자에게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췌장암은 대개 늦게 발견하기 때문에 우리가 암을 찾아냈지만 칼을 못 댄다, 완치는 못한다고 말할 때 환자와 보호자가 큰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환자나 보호자가 이미 드라마, 영화 혹은 인터넷 등을 통해 췌장암이 매우 무서운 암이라는 점은 알고 오기에 종종 치료를 포기하려는 환자들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부 환자는 항암치료에 대해 설명하면 '췌장암은 악성이고 너무 아프다고 하던데 항암 치료가 쓸모 있을까요'라고 되묻기도 한다"며 "진료 시에 '췌장암도 열심히 치료를 하면 남은 기간을 잘 보낼 수 있다'고 환자와 보호자를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췌장암이 나쁜 병이니 치료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한 췌장암 4기 환자가 있었는데 설득 끝에 항암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며 "지금도 몇 년째 항암치료를 받으며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찾아오면 '예전에 왔을 때는 치료 안 한다고 막 난리더니 막상 치료받으니 좋지 않으세요'라고 묻곤 한다"며 "환자가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다 먹고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다'고 말할 때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다만 모든 환자에게 항암 치료가 잘 듣는 것은 아니다"며 "독한 약으로 힘들어 치료 기간이 오래 유지되지 못하며 상태가 나빠졌을 땐 무기력감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마지막으로 "췌장암도 다른 암과 같다"며 "과도한 불안감을 가지고 조기에 치료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희망을 잃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가령 췌장암 4기 생존기간이 6개월이라고 하면 이는 여러 환자들 통계를 종합한 중간값에 불과하다"며 "모든 환자들이 6개월밖에 못 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치료를 잘 받으면 얼마든지 그 기간을 6개월보다 더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오 교수는 "의료진은 환자에게 잘 맞는 적절한 치료법과 치료제, 즉 암에 맞설 무기를 잘 골라 싸워야하고 환자는 체력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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