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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투병기

腸이 건강하면 癌도 물리친다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5. 12. 31. 12:11

 

 

 

腸이 건강하면 癌도 물리친다

 

 

고종관 중앙일보 헬스미디어대표·의학전문기자 kojokw@joongang.co.kr  

 

나이가 들수록 거울을 보기 두렵다. 하루가 다르게 피부의 노화가 실감이 난다. 하지만 어디 외모뿐이랴. 세월은 몸속 장기도 비켜가지 않는다. 충직하게 소임을 다하는 ‘장(腸)’도 흐르는 시간에는 속수무책이다.  

 

나의 장은 몇 살쯤 됐을까  

장의 나이를 판별하는 기준은 쾌변이다.‘변비와 설사가 잦다’‘방귀냄새가 고약하다’‘뱃속이 더부룩하게 느껴진다’는 등 왠지 불편하다면 장의 나이를 걱정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영양을 흡수하는 소장·십이지장을 거쳐 대장에서 찌꺼기가 고형화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소장에는 융모라는 가는 털이 깔려있다. 여기에는 표면적을 넓혀 영양을 최대한 흡수하려는 조물주의 지혜가 담겨 있다. 십이지장에는 췌장과 담낭에서 나오는 소화액이 쏟아져 들어온다. 단백질과 지방덩어리를 분해해 작은 입자를 만들어 흡수를 돕는다. 

 

대장은 단순한 폐기물처리장이 아니다. 음식물 찌꺼기에서 수분을 제거해 적당히 무른 형태로 만들어 밖으로 배출한다. 하지만 이뿐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돕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그것은 바로 ‘프로바이오틱스’다.

 

장세포의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 바로 프로바이오틱스의 감소다.  

장이 건강한 사람의 장 점막은 분홍색이다. 이런 사람은 얼굴 피부도 젊다. 반면 장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만성피로는 물론 피부트러블이 잦고, 속이 불편해 화장실을 자주 다닌다. 나이와 더불어 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총체적인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변을 보면 장의 나이를 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으로 번역되지만 실은 ‘장내 유익균’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우리 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균이 무리지어 살고 있다. 이른바 세균총이다. 100 여 균종이 100조 가량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균은 크게 몸에 이로운 유익균(비피더스 등), 해로운 유해균(대장균)으로 분류된다. 장에는 이 균들이 공존하며 장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유익균은 장내에서 각종 비타민 (B1·B2·B6·B12·K 등)을 만들 뿐 아니라 젖산과 초산을 생성해 장을 산성으로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강한 산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세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한다. 게다가 장을 안정시키고, 장의 센서를 자극해 연동운동을 촉진한다.  

 

반면 유해균은 섭취한 음식물을 부패시킨다. 부패한 음식은 유독물질을 생성해 장내 환경을 오염시킨다. 유해균이 많은 사람은 설사나 진흙 같은 변을 볼뿐 아니라, 방귀 냄새가 독하다. 나이가 들면 유해균이 급속히 증가한다. 노인 냄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유익균이 많이 활동하면 변의 냄새도 구수하고, 변 색깔이나 모양도 황금 바나나 형태를 유지한다. 

 

속이 더부룩한 것은 유해균이 많다는 증거다. 유해균이 만들어내는 부산물로 가스가 대량 생성돼 헛배가 부르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장은 빨리 늙는다. 스트레스와 술·담배와 같은 나쁜 생활습관, 항생제의 남용 등이 원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수촌에 사는 사람은 도시인에 비해 유익균이 3~5배 많았다.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과 직결 

유익균이 인체에 미치는 건강효과는 다양하다. 장의 건강은 물론 면역력을 높여주고,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 심지어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고, 암의 예방 및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예컨대 암은 염증에서 비롯된다. 만성 위염이 위암으로, 간염이 간암으로 이행된다는 사실은 이젠 상식이 됐다. 점막의 염증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이것이 자라 암의 전단계인 ‘이형성증’으로 진행한다. 위의 경우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라는 박테리아가 염증을 일으킨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팀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의 활성도를 낮춰준다고 발표했다. 또 그는 유익균이 염증을 조절해 유전자의 손상을 예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대장암도 마찬가지다. 장의 만성적인 염증이 대장암 발생의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암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발암물질보다 유해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건강재단 연구팀은 발암물질을 섭취해도 장내에 유해균이 없으면 암을 일이키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장내 세균을 지닌 실험쥐에 발암물질을 먹였을 때 93%에서 대장암이 발생한 반면 장내 세균이 없는 무균 쥐는 발암물질을 먹더라도 암 발생률이 현저히 적었다는 것이다.

 

발암물질과 유해균이 만나 염증을 일으키거나 세포변성을 일으키는 ‘방아쇠’를 당긴다는 이론이다. 유익균은 발효과정을 통해 뷰티레이트와 같은 항암물질도 만든다. 락토바실러스와 같은 유산균은 고기가 타면서 형성되는 헤테로아민 같은 발암물질과 결합해 이들이 체내로 흡수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이렇게 발암물질을 만드는 유해균의 활동을 총체적으로 억제해 암을 예방한다.  

 

암 환자 치료 부작용 최소화  

암 환자는 암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힘들어한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검은 반점이 생기며, 머리카락이 빠진다. 면역기능도 함께 떨어져 감염에 취약해진다. 항암제는 분열이 빠른 세포를 공격한다. 따라서 피부점막, 모근세포, 면역세포가 먼저 파괴된다. 혀의 미뢰가 망가져 입맛을 잃고, 장점막이 괴사돼 설사를 한다. 구강과 위장관을 덮고 있는 상피세포들 역시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이기 때문이다. 

 

방사선은 암조직 뿐 아니라 주변 조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피부가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부작용을 겪는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부작용은 설사다. 장점막의 파괴와 함께 장내세균 역시 초토화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입하면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한 연구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는 490명의 암환자에게 고농도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시켜 부작용 감소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의 55.4%가 심각한 설사를 경험했던 반면 치료기간 동안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한 환자는 1.4%만이 설사를 경험했다. 또 프로바이오틱스 비섭취군의 하루 평균 배변 횟수는 15회나 됐지만 섭취군은 5회로 배변 횟수가 크게 줄었다 

 

유익균을 많이 늘리려면  

장내 유익균이 필요한 사람은 다양하다. 고령자는 물론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허약자, 항생제 같은 약물 복용자, 섬유식품을 즐기지 않는 비만인, 음주·흡연자와 육류 섭취가 많은 사람 등이다. 흥미로운 것은 유익균의 수도 노력을 하면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늙은 장을 회춘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장내 환경을 바꿔 유익균 수를 늘려주면 된다. 

육류 중심의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꾸고, 소금·설탕·지방 등이 과하게 들어간 음식을 피한다. 특히 튀긴 음식, 유제품 등 고지방·고칼로리 음식, 방부제와 같은 화학물질이 든 가공식품을 삼가야 장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유해균은 동물성 단백질을, 유익균은 과일이나 채소의 섬유질, 그리고 콩 단백질 등을 좋아한다.  

 

제품화된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해 장내 환경을 바꿀 수도 있다. 제품화된 유산균은 식사 직후에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복 상태에선 위를 지나면서 위산에 의해 사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운동도 도움이 된다. 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촉진해 유익균이 좋아하는 장 환경을 만든다. 걷기·조깅·수영과 같은 유산소운동이 장운동을 촉진하는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