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피로(疲勞), 알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직장인, 주부, 학생, 노인 등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직장인들의 경우, 과로, 음주, 흡연, 수면부족 등으로 인해 만성피로가 지속되고 있다는 하소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암 관련 피로란 무엇입니까]
특별한 질환이 없는 사람들도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암이라는 큰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 중인 경우에 피로를 호소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닐 겁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피로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특히 암 환자 및 암 경험자는 심한 피로감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거나 초조해지기도 하며,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암 환자의 피로 증상으로는 온몸이 지치는 느낌과 집중력 저하, 에너지 부족, 신체적 활동에 대한 의욕 저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암 관련 피로의 경우 일반적인 피로와 달리 휴식이나 잠만으로는 해소되지 않으며, 같은 피로라 하더라도 보행, 업무, 기분 등에 미치는 영향이 일반인에 비해 더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암 환자의 건강 증진에 필요한 규칙적인 운동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의료 체계에서는 암 생존자들의 치료 후 피로 관리에 대한 관심이나 관련 프로그램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림1. 암 진단을 받고 외래를 방문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피로
(미국 MD Anderson 병원 완화의료 외래, 총 1,778명 환자 대상으로 설문)
[암 관련 피로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암과 관련된 피로는 크게 두 가지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종양의 성장·감염·발열·수술 후 동반되는 대사량의 증가에 따라 에너지 요구도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빈혈·저산소증·부족한 영양상태 등으로 인한 전반적인 체력 감소를 들 수 있습니다.
개인의 건강상태를 그릇에 담겨 있는 과일의 개수에 비유한다면, 지속적으로 과일을 빼앗겨 그릇이 텅 비거나 담고 있는 그릇의 크기가 점점 작아져서 과일을 예전처럼 많이 담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환자 피로의 원인은 다음과 같으며, 하나 이상의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 암과 암의 치료
- 지속적인 통증, 조절되지 않은 증상, 빈혈, 약물로 인한 부작용 등이 있는 경우
-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거나 신체 상태에 맞지 않게 무리한 속도로 일을 처리할 때
-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을 때
- 건강에 좋은 음식 및 수분 섭취의 부족,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 있거나 누워 지내는 생활 습관, 운동 부족, 가족 등 주변인들의 지지 부족, 수면 부족
- 이혼, 불화 등 가족 문제 또는 직업 문제 등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
그림2. 암 관련 피로의 원인은 다양함
결과적으로 암의 진행 및 치료 과정 중에 발생하는 피로로 인해 신체 활동이 감소하고, 신체 활동이 감소하면 통증과 피로를 비롯한 여러 증상들이 더 악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암 관련 피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암 환자의 피로는 주관적인 것이므로 자신이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주일 동안 경험한 피로를 0점에서 10점 사이로 표시하는 것이지요. 피로를 전혀 느끼지 못하면 0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피로를 10점으로 정하고 자신의 피로가 4점 이상이라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휴식과 수면으로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 경우 ▲피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는 경우 ▲심한 피로 때문에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이 방해를 받는 경우 ▲일상 활동 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피곤해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라면 반드시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림3. 암 관련 피로로 인한 생활 불편감을 평가하기 위한 질문
[암 관련 피로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1. 에너지를 보존하는 데 집중합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하루 중 에너지가 가장 많을 때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하도록 합니다. 적당한 휴식과 적절한 활동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치료 전보다 좀 더 많이 휴식을 취하며, 일상생활 도중 잠깐씩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오전 6시에 멜라토닌(생체 리듬을 조절해 우리 몸이 밤에 잠들 수 있도록 해주는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교감신경, 부신피질호르몬 등이 서서히 몸을 깨우기 시작하는데, 이때 미지근한 물 한 잔과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면 피로감을 금세 떨쳐버릴 수 있어, 하루를 더욱더 가뿐히 보낼 수 있습니다.
2. 건강한 식습관을 갖도록 합니다.
수분 섭취와 관련된 의사의 특별한 지시가 없다면(신장 질환, 부종 등) 매일 충분한 양의 수분을 섭취하되, 알코올 및 카페인 성분은 피하도록 합니다. 담배는 금하셔야 하며, 알코올과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은 제한하고 특히 늦은 오후와 저녁에는 피합니다. 식사와 관련해 다른 지시사항이 없다면, 단백질(고기, 우유, 계란이나 콩 등)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적절한 운동으로 신체활동과 근육량을 유지하는 데 힘씁니다.
암 환자 운동의 핵심은 ▲발병 이후 치료 또는 수술 때문에 저하되거나 무너진 신체 밸런스를 되돌리고 ▲치료 중 흔히 발생하는 피로감을 덜어주며 ▲식욕 증가, 관절 강화 등의 특정 목표를 설정하여 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피로감을 더는 데에는 걷기, 자전거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이 효과적입니다. 운동 강도는 최대 심박 수의 30%~75%를 목표 심박 수 범위로 정해, 건강 상태가 나쁠 때에는 30~40%, 좋아지면 50%~60% 정도로 유지하고 점차 75%의 강도를 지속하도록 합니다. 운동 빈도는 첫 주에는 3회를 목표로 하고 점차 늘려나갑니다. 운동 시간은 30 이상으로 시작하여 60분까지 늘려나가되 처음부터 한 번에 30분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10분씩 세 번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운동량을 맞춰 나갑니다.
4. 적절한 수면을 유지하는 데 힘씁니다.
밤에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다음날 피로의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위해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하고 밤 수면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30분 미만의 낮잠을 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일찍 잠에 들고 아침에는 조금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잠자리에서는 수면 외에 텔레비전 시청, 업무, 독서 등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잠들기 직전 수분 섭취를 제한하며 한 시간 전부터는 텔레비전 등을 끄고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따뜻한 반신욕을 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5.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한 가지 이상 갖도록 합니다.
산책을 하며 자연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거나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벼운 산책 등의 신체 활동은 입맛을 좋게 하고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저녁 시간대에 격렬한 운동은 피하도록 합니다. 무엇보다도 환자 본인이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한데, 이완요법(근육의 긴장을 이완시켜 정신적 긴장을 푸는 요법)을 하거나 이용하거나 환자를 지지하는 단체와의 만남을 갖는 것도 해소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림4. 채소와 과일은 5가지 종류로 섭취(서울대학교암병원 암 예방 335 캠페인)
암 관련 피로는 대부분의 암 환자가 겪는 매우 흔한 문제이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 관련 피로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역시 존재하므로 관련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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