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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 궁시렁

시간속으로 길이 간다

라이프케어 김동우 2020. 3. 29. 15:22



1993년 즈음으로 기억이 된다

네비게이션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PDA 타입을 구입하여 전국 출장을 다녔다

지금에 비하면 너무 촌스러운 타입이지만 그래도 네비게이션으로 인하여

쉽게 목적지를 갈수가 있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 인가

그리고 몇 번의 차량을 변경하면서도 정이 든 PDA를 잘 보관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간다는 말도 없이 온다는 말도 없이

내 곁을 떠나고 말았다




시간속으로 길이 간다/김동우

 

길이 있었다

내가 가야 할 길 이지만

남들도 같이 가야 할 길 이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은

늘 낮선 거리 낮선 도시 이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도 나는 가야 한다

길이 아니어도 나는 가야 한다

어차피 다시 만나는 길 이기에

 

이 길을 따라서

오늘도 외로운 질주를 하여야만 한다

 

유일하게 나의 벗이 되어주는 것은

에메날드 빛 하늘과

어쩌다 한번 볼 수 있는 무지게

그리고 황홀한 저녁 노을이다


해질 무렵 초가집을 지날 때

굴뚝에서 뭉게 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그 냄새가 너무 좋다

 

어린시절 해질무렵까지 놀다가

어둠이 무서워

단숨에 달려가 안겨버린

울 엄마 품속같은 냄새이다


어제도 달렸고 오늘도 달린다

내일도 달려야 한다

 

날마다 다니는  길

나는 그 길에 중독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시간은 펼쳐지고

시간 속으로 길들이 간다

 

길은 아무 말이 없다

그저 말 없이 달려 가라고 한다

 

손아귀로 꽉 쥐고 있었던 돈 다발을

하늘로 던져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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