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은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나요..?
면역항암시대의 소외 암종: 대장암/직장암, 전립선암, 췌장암...
면역항암제가 암 치료의 표준치료 중 하나가 되면서 정말 다양한 암종에서 면역항암제로 치료받는 환자분들이 늘고 있습니다.하지만 면역항암치료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하는 암환우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장암/직장암, 전립선암, 췌장암 환자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저는 대장암과 비뇨기암 환자들의 진료를 같이 하고 있는데, 신장암과 같은 비뇨기암은 거의 모든 환자가 면역항암제로 치료받는 반면에 대장암은 아직까지 면역항암제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대장암 환자분들께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이
"왜 대장암에선 면역항암제가 효과가 없나요..?"
"비급여라도 저는 면역항암제를 쓸 수 없는 건가요..?"
라는 것입니다.
4기 대장암의 두 가지 타입: MSI-High와 MSS 타입
거의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대장암 환자들분의 극소수는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4기 대장암 환자들 중 면역항암제의 대상이 되는 환자는 약 4%에 해당하는 MSI-High 또는 deficient MMR 타입입니다. 반면에 나머지 96%의 환자들은 MSS 또는 proficient MMR 타입에 해당합니다.
MSI-high 타입은 면역항암제에 아주 반응이 좋습니다. 키트루다나 옵디보로 치료했을 때 반응률이 50~60%에 달하며, 일부에서는 완치까지 됩니다. 여기 해당하는 환자들은 최근에는 옵디보+여보이 병용 치료까지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반면 MSS 타입은 면역항암제가 전혀 듣지 않습니다. 이 환자들의 경우 반응률이 0%에 수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FDA에서는 MSI-H(또는 deficient MMR)에 해당되는 환자에게만 면역항암제 사용을 승인한 상태이고, MSS에 해당하는 환자에서는 사용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MSS에 해당하는 환자분들은 본인이 비급여로 면역항암제 사용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초기 대장암의 경우에는 MSI-High의 비율이 10~15% 정도까지 관찰되지만, 4기의 경우에는 3-4% 정도에 불과해서 검사를 나가는 환자 20-30명에 한 명만이 MSI-High에 해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대장암 환자분들에게 면역항암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진료를 보다 보면 대장암 환자인데 면역항암제를 치료를 받으러 상담하러 오셨다가 MSS타입에 해당되어, 어쩔 수 없이 항암치료만 하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그렇다면 MSS 대장암에서 면역항암치료의 희망은 없을까요..?
REGONIVO연구: 스티바가 + 옵디보 병용 1상 임상시험
대장암의 면역항암제 임상은 몇 년째 이렇다 할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 못하고 있는데요. 그러던 중에 작게나마 희망을 줄 수 있는 경우가 발표되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진행된 REGONIVO라는 1상 임상시험이었는데, 대장암 또는 위암에서 표적치료제인 스티바가를 면역항암제인 옵디보와 같이 사용하였을 때 괜찮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 연구는 2018년 10월부터 위암 25명, 대장암 25명의 일본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환자는 이전에 이미 2개 이상의 항암치료를 받았던 환자였습니다.
옵디보+스티바가 병합치료의 반응률은 위암에서 44%, 대장암에서 36%가 관찰되었습니다.
반응을 보인 대장암 환자 중 한 명은 MSI-High타입이지만, 나머지 모든 환자들은 MSS 타입이었기 때문에 MSS 타입에서도 옵디보와 스티바가를 같이 쓴다면 면역치료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특히 스티바가를 80mg (하루 2알) 복용한 군에서 45.5%였고, 120mg (하루 3알) 투여군에서는 36%였기 때문에 스티바가를 많이 복용한다고 더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고, 스티바가를 하루 2알 정도 복용하면서 부작용과 효능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하겠습니다. 스티바가로 인한 부작용의 경우 가장 흔한 것은 피부 발진(12%), 단백뇨(12%), 수족증후군 (10%) 이었습니다.
사실 스티바가라는 약물은 부작용으로 유명한 약물인데요, 특히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서 부작용이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하지만 이러한 스티바가의 약 용량을 조절함으로써,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의 일본환자들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옵디보+스티바가 병용 요법은 앞으로 대장암에서 시도해 볼 만한 새로운 치료법이라고 판단됩니다. 이 1상 임상의 고무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로 그 결과가 기대됩니다. 또한 국내 정식 승인되기 전이라도, 이 새로운 치료 시도해 보기 위해 저희 병원에서는 식약처에 옵디보+스티바가 병용 치료법을 사전승인요법으로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최근 들어 사전승인요법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 건의 경우에는 사전승인요법이 잘 통과되어 면역항암시대에 가장 소외되고 있는 MSS 대장암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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