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이규리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은 여러 날인데
어느 날의 꽃이 가장 꽃다운지
헤아리다가 어영부영 놓치고 말았어요
산수유 피면 산수유 놓치고
나비꽃 피면 나비꽃 놓치고
꼭 그날을 마련하려다
풍선을 놓치고 햇볕을 놓치고
아,전화를 하기도 전에
덜컥 당신이 세상을 뜨셨지요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어요
죄송해요
꼭 그날이란게 어디 있겠어요
그냥 전화를 하면 그날인 것을요
꽃은 순간 절정도 순간 우리 목숨 그런 것인데
차일피일, 내 생이 이 모양으로
흘러온 것 아니겠어요
그날이란 사실 있지도 않은 날이라는 듯
부음은 당신이 먼저 하신 전화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당신이 이미 꽃이라
당신 떠나시던 날이 꽃피는 날이란 걸 나만 몰랐어요
산다는 것/김동우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들
생업이 우선이기에 내 자신의 건강도 못 챙기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못 만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이루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예전에 이런 말도 있었다
간다 간다하다가 아이 셋 놓고 갈꺼라고
그러나, 야속하게도 우리의 삶은 내 생각한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이 많다
어쩔수 없었거나
현실적 여건 때문에 마음은 있지만
시도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 들도 많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쉬운 것도 우리는 어렵게 풀려고 애를 쓴다
천면 만년 사는 것도 아니고
잘 살아야봤자 백년이지만
반백도 넘기지 못하거나
이제 겨우 이 삼십대에 먼 소풍을 떠나는 사람들
참으로 우리내 삶은 짧다
무에그리도 부여 잡고 있는 것이 있을까
다 놓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내가 먹고 걸을수만 있다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남들보다 못 났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남들보다 덜 가졌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삶이 뭐 별거 있겠는가
내 방식대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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