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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후 나쁜 암이라도 절망하지 않으면 완치 가능성이 커집니다"

라이프케어 김동우 2023. 11. 2. 14:21

"예후 나쁜 암이라도 절망하지 않으면 완치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의사의 암 극복기

서은주 성바오로병원 명예교수는 1950년생으로 올해 67세다. 가톨릭대 의대에 최초의 여성 기수로 입학, 성바오로병원에서 35년 동안 재직한 후 지난해 8월 정년퇴임했다.

간내담관암 진 단을 받은 것은 2011년 3월 18일. 암 크기가 4cm 정도 돼 3기에 해당했다. 어렵지만 수술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같은 달 29일 암 을 떼어냈다.하지만 수술 후 2년 3개월째인 2013년 7월 암 재 발이 확인돼 그 달 31일 다시 수술을 받았다. 재발로 확인된 암 크기는 1.8cm. 이후 3개월 간격으로 추적 검사를 받고 있는데, 별다른 이상 없이 건강한 상태다.

서은주 교수는 6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웃음 이 싱그러웠다. 암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고는 믿기 어 려울 정도로 생기가 넘쳤다.그 때문일까, 하얗게 샌 머 리마저 멋있어 보였다. 중저음 목소리에는 그간의 경험 에서 묻어난 그의 담담함과 차분함이 녹아 있었다.

얼굴은 좋아 보이는데, 몸 컨디션은 어떻습니까?

전반적인 몸 컨디션은 좋아요. 그런데 항암 치료를 두 번 이나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 기능이 전체적으로 떨어진 상태죠. 기운이 부족하고, 오래 걷지 못합니다.

암을 의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증상 없이 건강해서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어요. 알게 된 건 근무하던 병원에서 직원들에게 1년에 한 번 씩 무료로 해주던 종합검진을 통해서예요.그것도 '건강 한데 검사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에 한 해를 건너뛰었고, 또 한 번 건너뛰려다 불가능해 약식으로 진행하던 중 알아차렸어요.

세세한 검사까지는 안 하고, 피검사랑 복부 초음파검사만 했는데, 초음파검사 중 암이 발견된 거죠. 간 속 담관에서 암이 생긴 간내담관암이었어요.게다가 초음파로 봤을 때 큰 암덩어리와 함께 암으로 보이는 작 은 덩어리들이 주변에 여럿 있어 다 암인 줄 알았어요. 결과적으로 조직 검사를 해보니 암이 아니라 호산구성 농양이라는 거였어요. 왜 생기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암이 얼마나 진행된 상태였습니까?

임상학적으론 3기에 해당했고, 크기는 4cm 정도 됐어 요. 다행히 암이 한 덩어리였고, 간의 피막을 살짝 뚫고 나간 상태였어요.폐 등 다른 곳으로 전이는 안 됐고요. 간내담관암은 몇 기인지보다 수술이 가능한 위치나 크기 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해요.

보통 간에 생긴 암을 수술할 때는 간의 왼쪽이나 오른쪽 둘 중 한 부분을 떼어내요. 저는 간의 왼쪽에 암이 생겼는데, 오른쪽 간도 살짝 침범한 상태였어요.그래서 왼쪽 간과 함께 오른쪽 간의 일부를 같이 떼어내는 수술을 했죠. 쉽지 않은 수술이었고, 옛날 같았으면 포기했겠다 싶어요.

어떤 경우에 수술이 어렵습니까?

암 덩어리가 너무 크거나, 하나가 아닌 두세 덩어리가 있거나, 간의 오른쪽과 왼쪽에 암이 흩어져 있는 경우요. 이때는 간을 다 떼어내야 하는데, 그럴 순 없으니까요. 이런 경우 이식 말고는 방법이 없죠.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충격이 컸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오히려 아무 느낌이 없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간암이 죽는 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수술도 거의 못 하고 웬만하면 시한부 선고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였죠. 자세한 조 직 검사를 하기 전 암과 함께 발견된 덩어리들이 다 암 인 줄 알았을 때는 수술 못 하니까 항암치료만 하라는 말도 들었었어요.

3개월 살면 잘 사는 거고, 치료하면 거기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연장할 수 있다고요. 너무 건강했는데 갑자기 죽을병에 걸렸다고 하니까 정신이 하 나도 없더라고요.내과, 외과를 전전해 검사하면서 최종 적으로 큰 암 덩어리 외에 다른 덩어리들이 양성이란 걸 알았을 때는 수술은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운 수술이라 예후가 걱정되긴 했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외국에 있는 자녀들에게 연락했고, 다 같 이 지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수술은 어디서 받았습니까?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유영경 선생님한테 수술받았 어요. 간암 수술을 비롯해 간이식 수술 경험이 많았고, 모교 후배니까 믿는 것도 있었고요.참, 수술받기 6개월 전 사촌이 대장암 치료를 받던 중 암이 간으로 전이돼 유 선생님한테 간절제술을 잘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기 도 했어요.

제 사촌은 그 후로부터 5년이 더 지난 지금 까지 잘 지내고 있어요. 항암치료는 같은 병원 종양내과 이명아 선생님한테 받았어요. 대형병원은 여러 진료과가 협진을 하잖아요, 제 병에 관해 실력을 인정받은 팀이라 는 생각에 다른 큰 병원을 알아볼 생각은 안 했어요.

첫 수술 후 결과는 어땠어요?

간절제술 자체가 쉬운 수술이 아닌데, 왼쪽 간만 떼어내 는 게 아니라 오른쪽 간까지 절제해서 부작용이 좀 있었어요.

늑막염이 생겼죠. 간을 과도하게 드러내다 가슴 쪽에 염증이 생겨 물이 찬 거예요. 3주 정도 흉통과 호흡곤란으로 고생했지만 잘 회복했고, 한 달쯤 뒤부터 항 암치료를 시작했어요.

참고로, 늑막염은 재발수술을 받은 후에도 생겼고, 마찬가지로 3주에서 한 달 정도 지속 됐어요.

재발한 건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간내담관암이 악성도가 높아 3개월 주기로 검사를 하 고 있었어요. 주기적인 검사 결과로 알게 된 거죠. 매번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고, 피검사, 간기능검사를 했거든요.

다행히 크기가 1.8cm 정도로 작았어요. 2~3cm 이하면 수술 가능한 작은 크기에 속한다고 해요.재발했을 때 염려가 더 컸겠어요.처음 암 진단 받고 수술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 오히려 여 러 생각을 할 수 없었어요.수술이 끝나고 2년간 문제없이 지낼 때는 '내가 운 좋게 잘 낫고 있다'고만 생각했고 요. 그런데 재발하니까 그제야 '이 병이 죽는 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역시 암은 암이고,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구나', '낫지 못할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들이요. 그런데 수술이 가능한 상태라는 걸 알고 또 희망이 생겼어요.

재수술은 잘 됐습니까?

잘 됐는데, 이미 항암치료를 받은 상태여서 회복이 좀 어려웠어요. 특히 간 기능이 많이 떨어졌어요.

건강한 사람의 평균 간수치가 30IU/L 정도인데, 저는 2000IU/L까지 올라갔어요. 정확한 이유는 몰랐고, 약 때문일 수 있겠다는 결론으로 먹던 약을 모두 중단했어요.

이 때문에 통증 조절이 안 되면서 굉장히 힘들었죠. 두 번째 수술은 훨씬 감당하기 힘들더라고요. '회복이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운 마음에 의사 선생님들한테 짜증도 냈어요.급성간부전은 3~4일 후부터 증상이 차츰 나아졌고, 간 기능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몇 주가 걸렸어요. 항암치료 부작용은 다행히 첫 수술 후보다 덜했어요.

재발 원인은 무엇으로 봅니까?

첫 수술 후 항암치료를 완전히 끝내지 않았어요. 혈액 검사를 해보면 골수 기능이 안 좋았거든요. 어차피 수술을 잘 끝냈고, 항암치료는 보조요법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총 6번해야 하는 걸 4번만 했어요.

이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 수술할 때 간을 많이 절제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암 주변부를 크게 떼어내지 못했을 거예요. 간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거니까요. 이러한 원인들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하는 정도예요.

암이 생긴 원인으로 추정하는 게 있나요?

아직까지 전혀 모르겠어요. 이 병의 주요 원인은 민물고기를 회로 먹었을 때 생길 수 있는 기생충 감염이나 알코올 과다 섭취예요.그런데 저는 둘 다 해당되지 않거든요. 회는 좋아하지 않고, 더군다나 민물고기 회는 먹은 적도 없어요. 술도 잘 안 마셔요.

병리학 일을 하다보니 화학약품을 잘 취급하는데 이 때문인가도 생각해봤고, 찬 음식을 좋아하는 게 문제인지도 생각해보게 됐고요. 모든 게 잘못 같고, 잘못 아닌 것도 같더라고요. 결론은 아직도 원인이 뭔지 몰라요. 간내 담석도 없었습니다.

유전적인 요인은 없었어요?

돌아가신 부모님과 조부모님 모두 암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돌아가셨어요. 다만, 오빠 두 명이 암을 겪긴 했습니다.

큰오빠는 위암 수술을 받았고, 둘째 오빠는 악성 림프종이 생겨 저와 비슷한 시기에 투병을 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해요.

하지만 세 사람 다 암 종류가 다르고, 부모님도 암 경험이 없으시니 지금껏 알려진 유전적 요인이 원인인 것 같진 않아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직장 생활을 계속했어요. 치료를 받는 1년 정도만 쉬었어요. 일 자체가 몸에 무리가 되면 안 되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생활하다보면 우울한 기분을 느낄 시간이 줄어요.

집 근처 헬스장에서 수술 후 재활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그곳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도 했어요.결과적으로 암이 재발했으니까 운동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됐다기보다는 심리적으로 보람을 느끼게 해줘서 좋았던 것 같아요.

힘든 시기에 가장 위로가 됐던 것이 있다면요?

제 손녀요(웃음). 재발 수술을 하기 일주일 전에 손녀가 태어났어요. 제가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태어나 저한테 데리고 와 안아봤는데 너무 예뻤어요.이게 알게 모르게 제 기분을 굉장히 좋게 해준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몸에 가장 나쁜 건데, 이걸 없애고 좋은 기운을 받았으니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됐겠죠?

또 가톨릭 기관에서 일하다보니 주변에 아는 수녀님이나 신부님이 많은데, 그분들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든든하더라고요.

현재 운동이나 음식 조절을 따로 하는 건 없습니까

운동을 특별히 하진 않고, 음식도 엄격하게 조절하지는 않아요. 다만 튀긴 음식이나 구운 음식은 안 먹으려고 노력해요. 기름이 건강에 안 좋다고 해서요. 구운 음식 중에는 탄 음식을 특히 주의합니다.

서은주 교수는 정년퇴임 후 바로 다음 달인 2015년 9월부터 씨젠의료재단이라는 질병검사전문기관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힘이 닿을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정년퇴임 후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하니 너무 우울하더라고요.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일을 계속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다행히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편의를 봐줘서 파트타임으로 출근하고 있어요. 일도 재미있어요. 병원에서 일할 때는 병리학 의사가 저 포함 셋밖에 없었는데 여기는 열 명이 넘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갖는 게 좋아요.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체력이 도저히 안 돼 힘들거나 회사에서 쫓아내지만 않는다면(웃음) 될 수 있는 한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병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요?

첫째로 적극적인 치료를 권하고 싶어요. 치료 포기는 가장 마지막으로 미루라고요. 요새는 기술이 발달해서 암치료를 하면서 시간을 벌어놓으면 그 새 새로운 약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전에 없던 치료 기회가 생길 수 있는 거죠. 사람들이 항암 치료에 대해 많이 오해하는 부분도 바로잡고 싶어요.

항암제를 독극물이라고 표현하면서 암을 죽이기커녕 환자가 먼저 죽는다거나, 암 걸린 의사는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안 받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직접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이 아니에요. 제 주변에도 암을 경험한 의사들이 많은데 다들 적극적으로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또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라 해도 너무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확률은 확률일 뿐이거든요. 나한테 일어나면 100%고, 안 일어나면 0%인 셈이죠.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일단 전문가가 하는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환자의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는 주치의가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요즘 추세입니다.

서은주 교수 수술 집도의 인터뷰

간내담관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서은주 교수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유영경 교수에게 간내담관암에 대해 궁금한 점 몇 가지를 물었다.

Q 간내담관암은 왜 치료가 어렵나요?

암세포가 빨리 자라고, 전이나 재발이 잘 되기 때문이에요. 한마디로 암의 악성도가 높은 거죠.간내담관암 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은 30%를 넘기 어렵고, 재발률도 70%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어요.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당연히 생존율이 높아지고, 재발률은 낮아지죠.

Q 조기에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간 초음파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해요. 간내담관암은 50대부터 잘 생겨, 50세 이후부터는 필수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좋아요.물론 그 전부터 검사받는 것도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단, 암이 어떤 모양으로 생기는지에 따라 간 초음파나 CT촬영 등으로도 구분이 안 될 때가 있어요.

Q 간내담관암을 예방하려면요?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지만 간에 담석이 생기지 않게 하고, 회 같은 날것을 많이 먹지 않고, 술과 담배를 피하는게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어요.검증되지 않은 성분의 의약품이나 생약을 먹어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