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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소녀, 죽음을 묻다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4. 7. 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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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소녀, 죽음을 묻다

 

 

아버지와 함께 6학년 소녀가 들어섰다.


“어떻게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 말해볼래?”

“선생님, 죽을까봐...무서워요.”

“무엇이 어떻게 무서워?”

 

“지금같이 보지도 못하고, 듣는 것도 안 되고, 느끼지도 못하잖아요. 무서워요.”

“무슨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니요, 집에 그럴만한 걱정이 없어요.

 

애가 난데없이 죽는 게 무섭다니 기가 막혀요.

설명해 주어도 안 되고, 이유를 모르겠군요.”


외동딸인 아이와 부모,

세 식구가 사는데 무서워 할 이유가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는 게 아버지의 말이다.

주위에서 죽음을 경험한 일도 없었다.

 

난감했다.

부모는 상가에서 직원을 두고 상점을 운영하기에 엄마가 보살피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학교생활이나 학원, 친구관계를 살펴보아도 별 문제가 될 만한 어려움은 없었다.

영민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의문은 호기심이 많아 좋은 일이라고 칭찬하면서

아이가 걱정을 할 만한 자료를 더 찾아보았다.

 

(이런 신통한 소녀가 있나. 이 나이에 죽음을 걱정하다니...

참 영리한 아이로고...

석가모니 부처님은 단지 네 살 때에 생로병사를 깨우치고 후일 득도의 길로 나아갔다고 하지만,

21세기에 열세 살 소녀가 이다지도 뿌리 깊은 고뇌가 있담?

 

삶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말하겠느냐는 고승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린 소녀와 죽음을 논의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소녀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을 터, 철학적 난제이니 모르겠노라고 할 수가 없다.

소녀의 문제가 혹이나 거창해 지는 건 아닐까? )

 

일단 집안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고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화제를 옮겼다.

할머니는 65세, 할아버지는 68세라고 아버지가 거들었다.


“할머니는 건강이 어떠신데?”

“관절염으로 아프세요.”


일 년에 한번쯤 시골에 가기에 할머니와 별로 친화력이 있는 사이는 아니다.

(혹시나 아이가 아프다는 할머니의 말에 어떤 자극을 느낀 것은 아닐까?)


“할머니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어땠어?”

“슬펐어요. 아프시면 돌아가시니까...”

“아하, 그래서 아프면 죽게 되니까 그걸 걱정하게 됐나보지?‘

“네~”


아이의 큰 눈에 눈물이 핑 돌더니 주르르 흘렀다. 티슈를 집어주었다.

아무런 위험을 모르고 살아온 아이는 아프다는 상상 하나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리고 아픔에서 연상되는 것들이 증폭되어 혼자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그래, 아픔이라는 고통이 소녀를 아프게 한 게야, 나는 여기에서 꼬투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삶의 이야기로 전개해 나갔다. 할머니는 언제 돌아가실 것 같아?

- 20년 후쯤. 그럼 니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은 몇 해가 남았지?

- 적어도 80년. 그럼 80년 후의 일을 걱정하는 건 어찌 생각해?

- 아닌 거 같아요.

 

그렇다면 니가 어른이 되어서 하고픈 일이 무엇이지?

유엔 총회에서 일하는 사람. 누구의 생각이야?

 

- 엄마. 그렇게 하려면 ... 장기, 중기, 단기 미래를 계획하여야 하는데,

국제적 인물이 되기 위한 최소 앞으로 일 년 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 공부요.

그럼 공부 성적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하겠노?

- 최우수요. 그래 그러면 지금 성적은 어느 정도야?

- 중간이요.  아하, 그럼 니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중학교 일 학년에서는 일등을 해야만 하겠구나...-네.

 

  단계적 답을 구하고 결론에 이르러,

“ 자, 이제 죽음을 걱정해야 할 일인가, 어떻게 생각해?”

“.....아니요.”

 

“마침 할머니 나이가 선생님 나이와 같거든,

그런데 난 관절염이 없단 말이야. 그럼, 니가 이 나이에 되었을 때 관절염이 안 걸리려면 어찌해야 하겠노?”

“건강을 잘 관리해야지요.”

“그렇지, 그럼 관절염도 안 걸리고 아프지도 않을게야,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의 눈에는 이제 더 이상 눈물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든지 궁금한 일이 있으면 다시 나를 찾아오라는 당부를 하면서 소녀를 진료실 밖으로 배웅하였다.

아픔이라는 걸 상상하면서 소녀는 가상의 죽음을 연상하고 얼마나 아플까에 집착하면서 불안해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아픈 사람이 고통을 못 느낀다는 이야기를 소녀는 알지 못했다.

 

죽음을 경험하고 깨어난 사람들의 증언은 죽을 때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추락하여 머리가 깨지면 얼마나 아프면서 죽을까 상상되지만

추락하는 사람의 영혼은 환각 속에서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니

신의 설계는 참으로 신묘하지 않은가.   (2010.12.27)

 

자료출처: 김종길 신경정신과의원

 

 

 

 

http://www.hopeclick.or.kr

[ 만약에 자살 충동을 느낀다면 상기 사이트를 방문하여 상담해 보시기 바랍니다]

 

 

죽음에 대한 단상/의공학 전문가 김동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곳이 있다. 혼자서 견디기 힘들고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언제든지 전문 상담사와 통화를 시도하길 바란다.자살은 종교적으로도 용서가 안 되는 비굴한 행위 이다. 그 어떠한 변명도 이유도 자살을 합리화 시킬 수 없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듯이 자살은 결단코 시도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세상 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견디기 어렵다고 치더라도 이겨내지 못하는 아픔은 없다.

 

오래전 어느 중년의 부인이 있었다. 가정적으로도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도 전혀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던 분이었는데 공부를 너무 많이해서 그런가, 아니면 남들보다 혜안이 맑아서 그런지 항상 본인의 마음속에는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사후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그 부인은 특별하게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닌데 가끔씩 심장 근처에서 느껴지는 흉통을 호소하고 호흡이 힘든 경우도 있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 보았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러한 증상은 어느 순간 말끔히 사라지는 경우가 있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생활을 해 왔었다.하지만 그 부인은 일반 사람들보다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즉 일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다른 차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때로는 탁월한 예지력도 겸비하여 속된 말로 도사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죽으면 현실 세계보다 더 나을 것이고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팽배하였기에 죽음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았고 어느날 스스로 죽음에 취해 수면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죽음에 대한 동경은 쉽사리 버리지 못 하였다. 이러다가 큰 일을 치룰 것 같다는 생각에 무려 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매우 조심스럽고 경계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의 내면을 꺼내놓기 시작하였는데 뭔가 특별한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큰 일을 치룰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 분은 현실을 너무 벗어나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듯한 느낌이었기에 보다 현실적으로 직시하고 판단 할 수 있도록 현재의 종교적인 생활을 줄이고 더 이상 이상주의적 망상에 빠지지 않도록 설득을 하였다. 특별하게 취미 활동도 없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매일 1시간 이상 속보로 걷기 운동도 하고 땀을 흘리도록 권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기 어려울 경우에는 차선의 방법도 제시를 해주었다.

 

간혹 사람들은 자신이 매우 정상적이고 문제가 있음을 느끼지 못 하는 경우도 있기에 그러한 착각을 인정도 할 줄 알아여 한다.당연히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극히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기에 이제부터라도 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여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었다.그리고 주변에는 심한 우울증.조울증.공황장애. 편집증 등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분들은 하루 빨리 전문 의료진과 상담을통하여 대처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4년7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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