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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 궁시렁

뒤늦게 내리는 눈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1. 7. 12. 07:46

 



뒤늦게 내리는 눈/김재원

 

소유하지 말자

손을 벌려 잡아도 형체 없이 쓰러져 버리던 욕심

나는 언제고 빈손이자

 

미소같이 엷은 얼룩만 남기고 쓰러져 버리던 눈발처럼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게 나는 언제고 빈손이자

 

명함만 남기고 무너진 경력처럼

유서만 남기고 중지된 人生처럼

보이진 않으나 실수없는 죽음처럼 나는 약속이고 싶었다

 

2 月이건 3 月이건 기다리다가 첫눈이 오거든

그때야 만나자는

나는 유치한 약속이고 싶었다

 

한데 묶는 약속을 둘로 나눠가지고

웃으며 돌아서는 적당한 자유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또 눈물이고 싶었다

 

당신의 눈시울에 눈물이 되어 글썽이는

세속적인 눈물이고 싶었다.

 

오늘 나는 만난다

녹아버린 소유와 구두창 밑 질척거리는 욕심과

돈 안 받고 뿌린 명함과

겨울 보리밭에 몸을 떠는 풀잎 같은 人生과

 

다시 저 히말라야 산 꼭대기 쌓인 눈처럼

색깔이 분명한 죽음과 그리고

약속과 자유와 눈물과 그렇다 눈물

오랜만에 나는 눈물을 만난다

 

녹음기 속에 죽은 듯 숨겨져 있다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음악

온 바다를 염색하듯이 푸르게만 번져가는 하늘 색깔

마지막 고백처럼 한마디도 안 남기고

다아 털어놓으려는

뒤늦은 눈발 속에서 눈먼 사내

 

눈이 멀어 당신의 눈에 글썽이나

보이지 않는 그 연한 눈물 ...

 

 

* 많은 시 중에서 김재원의 뒤늦게 내리는 눈을 유독 좋아한다

  그리고 무아음악실의 그 못 생긴 DJ 쌔미의 영향으로 김남조 시인도

  언제부터인가 좋아하게 되었다.

  가끔 추운 겨울 날 분위기 쫙 깔아 앉는 음악틀어 놓고 김남조 시인의

  가난한 사람에게를 낭송하면 온 몸에 전율이 전해져 온다.

  

      

 

 

 

생각하는 세상보다 느끼는 세계에/김동우

 

오늘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귀한 사진을 보았다

82년도에 오아시스 레코드사에서 취입한 유문규씨의 시낭송 LP 쟈켓 사진이었다

 

그 당시 부산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었던 무아 음악 감상실의 터줏 대감이었고

나중에 MBC 방송국으로 스카웃되어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였던 모습이

마지막으로 기억된다

 

풍문으로는 미국에 갔다는 소리도 있고 자세한 행적은 알수가 없다

지금 어느 하늘 아래에서 방송을 하는지 모르지만

통기타 문화가 한창이던 70년대 후반 젊은 날 내 추억의 노트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본명 유문규보다 예명인 쌔미로 더 알려졌고

당대 최고의 DJ라고 하여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 이다

외모는 그리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목소리 만큼은 절대 음을 소유하고 있었고

짐 리버스의 목소리와 흡사하였다

 

그는 일반 DJ와는 달리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고

방송으로 표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동원한 다양한 재능을 겸비하였다

때로는 걸쭉한 욕직꺼리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고

클래식 음악처럼 조용하다가 클라이막스에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볼륨을 올려 잠시 졸던 사람을 깨우곤 하였다

관객을 휘어잡는 기교는 그 누구도 따라 올 사람이 없었다

 

나는 중학교 시절 팝을 좋아하다보니 우연히 무아 음악실을 알게 되었고

전축이 귀하던 시절에 음악을 하루 종일 들을 수 있는 그 곳은 음악 천국이었다

아침에 입장료 \250원을 주고 들어가면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주는 사람이 없으니 돈 없던 그 시절에는 데이트도 하고 음악도 듣고 하는

부산 최고의 문화 공간이었다

 

그리고 무아 음악실의 오디오 시스템은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수준이었으니

서울의 박원웅 DJ가 이 시설을 서울로 그대로 옮기자고 하였으나

주인이 거절을 하였다는 후문이다

워낙 오디오 시스템이 좋고 스피커가 좋아 출력을 올리면 유리창이 깨어질 정도이니

음악 매니아에게는 최고의 공간이었다

 

또한 이 곳을 거쳐간 유명한 사람은 최고의 미성을 소유한 DJ 배경모씨다

남자의 음성으로써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 멋진 목소리였다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처럼 단아한 음색에 군두더기 하나없는 깔끔한 음성이었다

지병으로 죽음이 가까워져 오자 아내를 위하여 글을 썼는데

그 유명한 윤씨네가 부른 "열애"라는 가사이다.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가 되리라"....

음악과 시를 사랑하다간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멋진 남자로 기억된다.

 

그외 강동진씨, 이정재씨,이창완씨가 기억되며

모두가 방속국으로 스카웃 되어 활동 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에 생각하니 세월 참 많이도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젊은 날 군대 갔다오고 결혼하고 세월이 많이 흐른즈음에

문득 무아 음악실이 생각나서 그 곳으로 갔지만

폐업을 하였다는 소식에 망연자실 하였다

나의 지난 기억이 송두리채 빼았겨버린 느낌이었다

 

지금도 그 집앞을 지나다보면 자꾸 자꾸 옛 기억이 떠올라 눈물이 날 정도이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무아 음악실의 추억들...

그 때 매일 휴게실에서 만났던 음악 매니아들...

모두가 음악에 관하여 고수들이기에 감히 음악에 관하여 아는척하지 않았다

진정한 고수는 검을 함부로 뽑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을까

 

나는 안다 ,

그 매니아들의 마음을

음악을 많이 아는 지식을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악 장르를 인정해 주면서

공감대를 같이하여 준다는 것 이다.

그 것이 진정한 음악 매니아 일 것 이다.

 

 

 

무아 음악실 벽면 한 쪽에 MBC FM PD였던 곽근수씨의 글이 생각나는데

기억이 가물거려 제대로 재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無我 그 것은

나 라는 존재의

유무공존의 상태이다

 

구태어 종교적인

이해를 바라지 않아도

참된 無我는

자신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을 느끼지 못 한다

 

我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요즘의 새상에

내가 없다는 사실은

왠지 모르게

어머니의 가슴처럼

포근함을 느껴 본다.

 

여기까지 내 기억의 한계이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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