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마지막 장미..☆
하나 둘 꽃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한 사람 두 사람 내 곁을 떠난다.
죽어서 부활하는 장미의 죽음도 서럽거늘
부활은 고사하고 한마디 마지막 단 한마디도
못하고 가 버리는 사람의 이별을
말하여 무엇하랴.
내 곁의 사람들이 떠난다.
날 그리도 예뻐하여 주셨던 아버지도
세상을 버리셨다.
버리고 싶어서 버렸는가?
그저 운명을 따라 가 버렸음을
내 어찌 모르랴마는
잡을 수 없는 그 이별이 서러워서
이리 저리 말꼬리라도 잡아본다.
여름날의 마지막 장미 한 송이에서
죽어야 할 운명을 바라본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마지막 장미가 떨어지고
내 아는 이들의 별이 하나둘
소리없이 떨어질 때
뼈마디를 자르는 형벌이란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한 사람 한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그 얼마나 많은 시련을 가슴에 쌓았을까?
이것이 동병상련이라 하던가?
서러움이란 그림자를 닮아서
햇살 좋은 낮에는 사람들 사이로 숨어버리고
어둠이 슬금 슬금 사람들 바지가랭이로
들이올 때는 그림자도 따라 나선다.
밤이 깊어갈수록 그림자는 더 길게 늘어나듯이
서러움 또한 새끼줄처럼 길게 늘어만 간다.
살아남은 것이 행복이 아니였으리라.
시들어 추락하는 내 곁의 장미를
바라본다는 것이 남아있는 자들의
지독한 아픔이란 것을
이제야 살갗을 헤집고 마디마디 뼈속에서
바람이는 외로움이란 것을
그것을 글로도 말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서러움에 ‘여름날의 마지막 장미’ 곡조는
나를 대신하여 울어주고 있다.
창가에 바람이 써늘하다.
한 사람이 죽어가고 세월은 또 흐르고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떠날 것이다.
나도 떠나는 이들의 틈새에 끼어야 한다.
서서히 주머니 없는 옷을 챙기야 하는
나의 모습을 거울에 슬쩍 비쳐본다.
춥다. 몸이 춥고 마음이 춥고
좀 있으면 내 고향집의 문풍지는
덜덜 떨면서 집 떠난 이들을 그리워할 것이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문풍지 나풀이는
부서진 문설주에서
이제 돌아서서 걸어야 한다.
이제는
돌아서야 한다.
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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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맨날먹는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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