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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나면 이미 늦다..조용한 살인자, 난소암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4. 1. 12. 12:44

 

 

알고 나면 이미 늦다.조용한 살인자, 난소암

난소암은 보통 '조용한 살인자' 혹은 '침묵의 암살자'로 불린다.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고, 대부분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가 힘들고 재발도 잦아 생존율도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소리 없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 난소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최근 들어 국내 난소암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매년 1천5백~2천 명 정도의 여성에게서 새로 발견되고 있으며, 이중 75%는 최초 진단시 이미 3기 이상의 진행 상태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난소암은 주로 폐경기 전후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10년 사이 20, 30대의 발병률이 부쩍 높아져 전체 수술 환자의 1/3 수준에 이르는 등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의 발생 위험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암이 상당히 진행된 다음에 발견되는 특성으로 인해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40%가 채 안 될 정도로 매우 낮다는 점이다. 국가암정보센터의 최신 통계에 의하면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은 췌장암, 폐암, 담도암, 간암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고 여성암 중에서는 가장 낮다. 주로 3, 4기 상태에서 발견되는데다 진행 속도가 빠르며, 재발이 잦고 항암제 내성이 잘 생겨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별한 자각증상 없어 더욱 위험한 암

여성의 생식기관인 난소에 종양이 발생하는 것을 난소암이라 한다. 난소는 자궁의 좌우에 붙어 있는 아몬드 모양의 장기로, 난자를 성숙시키고 배출하는 일과 여성호르몬을 만들어 분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여성다움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다.

 

난소암은 크게 상피성과 비상피성으로 구분되는데, 대부분이 난소 표면 상피세포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상피성난소암으로 전체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난소암이라고 하면 상피성난소암을 말한다.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의 고환과는 달리 여성의 난소는 배 속에 위치하고 있어서 난소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처음에는 본인이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출혈로 병원을 찾게 되는 자궁암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또 증상이라 해도 몸이 무겁고 아랫배가 묵직하게 불편하다거나, 소화가 잘 안 되고 변비가 심해지는 등 특징적이지 않은 애매한 경우들이 많다.

 

이후 점차 암이 진행될수록 배 속에 물이 차고 배가 불러오며 커진 종양이 주변 장기를 누름으로 인한 압박감과 통증, 골반통, 오심, 구토, 빈뇨 등이 생긴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궁 출혈이나 호흡곤란을 겪기도 한다. 많은 환자들이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진단이 되기 때문에 치사율이 높고 예후가 나쁜 것이다.

 

 

배란 횟수, 가족력 등과 밀접한 관련

바이러스가 확실한 원인으로 밝혀진 자궁암에 비해 난소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규명된 것이 없다. 다만 발병된 환자들의 특징을 파악해 '고위험군'을 분류해봤을 때 고령의 여성, 북미·북유럽 및 유대 민족, 출산 경험이 없거나 첫 출산을 30세 이후에 늦게 한 여성, 초경이 12세 이전으로 빠른 여성 등이 해당된다. 또 폐경 후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으로 호르몬 치료를 한 경우, 원인 불명의 불임증이 있는 경우 역시 난소암의 발병 위험이 높은 집단에 속한다.

 

가족력 혹은 유전적 요인도 난소암 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나 자매 등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이 난소암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고, 가족 중 난소암 환자가 많을수록 그 확률은 더 높아진다. 유방암 유전자 돌연변이(BRCA1, BRCA2)를 지닌 여성이나 유전성 대장암(HNPCC) 가족력이 있는 여성의 난소암 발생 확률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난소암은 흔히 '선진국형 부인암'으로 통용되는데, 미국이나 유럽 등 산업화된 나라일수록 발생률이 높다. 서구형 생활습관이나 식생활 등이 난소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점차 초경이 빨라지고 폐경은 늦어지는 등 여성들의 생애 배란횟수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최근 젊은 연령대에서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도 어렸을 때부터 서구화된 환경에 노출된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모유 수유를 한 여성, 5년 이상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 자궁절제술이나 난관결찰술을 받은 여성에게서는 난소암의 발병 가능성이 낮게 나타났다. 또 출산 횟수가 많을수록 발생 위험성도 줄어드는데, 한 명이라도 아이를 출산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30~40% 낮아진다고 알려졌다.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최선

현재 사용되고 있는 난소암의 표준 치료 방법은 수술과 항암 화학요법이다. 개복수술을 통해 모든 암 병소를 깨끗하게 제거하고, 남아 있는 암세포와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들은 항암주사를 투여해 완전히 없애게 된다. 다만, 아주 초기에 발견된 경우에는 추가 항암치료를 생략하고 정밀 추적만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을 통해 최종 진단이 가능한 난소암은 치료 또한 수술로 종양을 최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른 암에 비해 어떤 의사가 수술을 하는지에 따라 예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부인종양학을 전공한 전문의와 전문 기관을 찾아 정밀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난소암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아직까지 확실한 예방법은 없지만, 발생 위험을 높이는 '고위험군'에 들지 않도록 생활을 관리하고 가능한 한 배란 횟수를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도한 지방 섭취 및 육류 위주의 식습관을 경계하고 채소와 과일 등을 챙겨 먹으면 도움이 된다. 야근 등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나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소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은 우리 몸에 항염증·항산화 작용을 해주기 때문에 난소암 뿐 아니라 대장암 등 다른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되므로 꼭 실천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모든 질환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최선이다. 난소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80~90%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상당 부분 진행된 후에 발견되면 완치율은 30%에 불과하다. 따라서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정기 검진과 산부인과 검사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Mini Interview 주웅(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난소암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또 자궁경부암 등 다른 여성 암 검진을 통해 난소암을 발견할 수도 있는지요?

임상적으로는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초음파 검사나 자기공명영상 등의 영상 장비를 통한 결과로는 대부분 구분이 되지만 수술실에서 직접 보기 전까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장으로 전이가 진행돼 대장암의 난소 전이인지 혹은 난소암의 대장 전이인지를 알 수 없어 조직검사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검진은 자궁경부의 세포를 채취해 확인하는 방법이므로 그 검사만으로는 난소의 상태를 알 수 없습니다. 난소암은 세포진검사 같은 간단한 진단법으로는 발견이 어렵고, 초음파검사로 난소의 물혹이나 종양 여부를 살핀 뒤 정밀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임신과 출산을 많이 할수록, 또 모유 수유를 한 여성일수록 발병률이 낮다고 하는데 어떤 관련이 있나요?

난소암의 발병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 중에 배란 횟수 연관설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배란을 많이 한 사람은 난소암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것인데요. 매달 한 번씩 배란이 일어날 때마다 생기는 난소 상피의 미세 파열이 거듭될수록 유전자 돌연변이와 암 발생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죠. 임신 기간 10개월 동안과 모유 수유 기간에는 배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양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피임약 복용이 위험도를 낮춘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가족력과는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나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에 유전이 되는 것이지만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어도 난소암 환자와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발생할 때 가족력이 있다고 말하는데요. 혈연관계에 있는 여성 2명 이상에게서 난소암이 나타났다면 일반인보다 검진 간격을 짧게 잡고 면밀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세계적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가족력에 따른 암 예방을 목적으로 유방절제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사전에 암 발생 위험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유방절제술이 효과적인지요?

 

효과는 매우 높습니다. 뉴욕타임스에 안젤리나 졸리 본인이 직접 기고한 바대로 유전성 유방암의 공포를 잊을 수 있게 됩니다. 유방암은 유방 조직에서만 생기기 때문에 그 조직을 없애서 아예 암이 생길 근거를 없애버린 것이죠. 난소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유전성난소암 가족이라면 난소 절제가 한 가지 예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질병과의 연관성은 얼마나 되나요?

난소암은 유방암과 연관이 많습니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의 경우 유방암과 난소암이 같이 생기기도 하고 난소에서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이 유방암 재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유방암 치료 목적으로 난소를 제거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최근 난소 노화를 앞당기는 환경적 요인이 늘어나 걱정입니다. 난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난소는 특별성을 지닌 여성의 생식 장기입니다. 계속해서 재생되는 다른 조직세포와 달리 꾸준히 퇴화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노화가 가장 빨리 오는 장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귀가 어두워지고 눈이 침침해진다고 하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전인 50대 정도가 되면 난소는 수명을 다하게 됩니다.

 

또 난소의 노화는 시작도 빨라서 35세 이상이면 난자의 질이 저하되고 보유하는 수도 급격히 감소합니다. 35세가 넘으면 임신 가능성이 떨어지고 출산시 염색체 이상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본인의 난소 건강은 물론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또 식이요법, 운동, 생활습관 조절 등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랍니다.김명희(서울라헬여성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