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비야의 추억/김동우
퇴근 후 집으로 가는 아파트 입구 계단에서
어린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사루비야 꽃 뒷 부분을 쪽쪽 빨아 먹고 있었다
그 중에서 어느 한 아이가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넨다
응...그래 .
안녕~~
그런데 여기서 너희들 뭐하니...
아쩌씨, 이거요 무지 맛있어요 하면서
숙달된 조교가 시범을 보이듯이
꽃을 쪽쪽 빨아 먹는다
나도 초등학교 시절에 먹어 본 기억이 있었지만
전혀 모른척
아이들 눈 높이를 맞추어
신기한 듯이 관심을 보여 주었다
ㅎㅎㅎ
머슴아 한 명에 가시나 세 명
참 그 녀석 여복도 많구나ㅎㅎㅎ
하도 노는 모습이 이뻐서
아저씨가 사진 한장 찍어줄께 하면서
스마트폰을 꺼내자
모두가 약속이나 한듯이
안되요~~아저씨...소리를 지르면서
혼비백산 하듯이 도망을 간다
ㅎㅎㅎㅎㅎ
사진 찍힌다는 것이 그리도 싫을까
네명의 아이가 순식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고 녀석들 동작도 빠르구나
ㅎㅎㅎㅎㅎ
검정 비닐에 담아 온 사루비야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계단이 아닌 산이나 들녘에서 놀아야 할 아이들이 인데
아이들이 잠시 떠난 자리에
외롭게 홀로 남아 꽃은
아이들이 꼭 돌아오리라는 기대감으로
아무 말이 없다
그 날을 기약이나 하듯이
.........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에겐
1cm만큼의 사랑이 더 필요함을 느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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