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활습관은 또 하나의 암 치료법
가끔 암환자들이 공기 좋은 시골이나 산으로 옮겨간 후 몇 년 간 암이 재발되지 않고 충분히 건강을 회복했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합니다. 흔히들 산의 좋은 기운 때문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5대 건강생활습관을 잘 지킨 덕분입니다. 시골이나 산에서는 술, 담배를 끊고 채소 위주의 식단을 지키며 매일 자연 속에서 신체활동을 하면서 건강체중을 유지하였기 때문이죠.
진행기 암환자라도 항암치료를 병행하면서 생활습관을 잘 지키는 경우, 드물지만 암이 성공적으로 치료되기도 합니다. 반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지 못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첫째, 심/뇌혈관계 합병증과 대사성 질환이 생기기 쉽습니다. 암이 완치된다 하더라도 뇌졸중, 심장질환, 당뇨, 고혈압 등의 질병으로 고생하게 됩니다.
둘째, 암이 재발되거나 이차암이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특히 지속적으로 흡연을 하고, 운동 부족으로 비만이 된 사람들은 그 위험이 더 큽니다.
셋째, 만약 암이 재발 또는 전이되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다시 암을 이겨낼 수 있는 치료법이나 약이 있음에도 신체상태와 기초체력 문제로 치료를 할 수 없다면 매우 애석한 일입니다.
1. 암 경험자의 생활습관과 동반 질병 발생
일반적으로 성인의 질병발생과 생활습관이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중풍 등의 심/뇌혈관 질환 그리고 고지혈증, 당뇨, 비만, 대사증후군과 같은 대사성 질환이 생활습관과 관련있는 대표적인 질병입니다.
그렇다면 암을 치료한 이후에는 어떠할까요?
암 경험자는 암이 없는 성인에 비하여 여러 질환의 발생위험이 더 높으며, 특히 앞서 말한 심/뇌혈관 및 대사성 질환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 이유로 치료 관련 부작용 등을 들기도 하지만, 의외로 생활습관이 망가지거나 잘못된 생활습관을 지속하여 갖가지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에 걸린 사람은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생활습관은 전반적인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주어, 암이 발생한 시점에 이미 동반 질병이 있거나 질병이 생기기 쉬운 조건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암 치료 후에도 일반인보다 만성질환에 걸리기 쉬운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질병이 발생하는 한계를 그림에서 붉은 선으로 표시해 보았습니다.
(가)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인 질병위험을 갖고 있습니다. 질병위험은 성별, 나이, 가족력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젊은이보다 노인이 질병에 더 많이 걸리고, 남성보다 여성의 유방암 발생 확률이 높으며, 아버지가 중풍이 있는 경우 본인도 중풍에 걸리기 쉬운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나) 이러한 기본 위험 요인에 생활습관 요인이 더해지면 질병발생 한계에 가까이 가게 됩니다. 몇 년 간 매일같이 술을 마시면 질병발생 한계를 넘어 간경화, 간암에 다다르고, 20년 넘게 담배를 피우면 질병발생 한계를 넘어 심근 경색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지요.
(다) 만약 생활습관이 나쁜데다 암에 걸려 치료를 받게 되면 어떨까요? 질병발생 한계에 도달하는 데 가속도가 붙을 것입니다. 결국 아래 그림에서 조금만 무리하면 질병이 생기기 쉽고, 때로는 암 발생과 동시에 다른 질병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암을 치료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라) 물론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는 사람도 암에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똑같은 치료를 받아도 질병발생한계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암을 치료하고도 계속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암 치료 후 질병 발생의 요인
단계1>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피폐해진 몸 + 암치료 부작용 ⇒ 근본적으로 ‘질병에 취약한 상태'
단계2> 질병에 취약한 상태 + 잘못된 생활습관 지속 ⇒ 질병이 쉽게 발생
그런데 만약 암 치료 후에 생활습관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위 그림의 (다)에서 생활습관 위험 요인을 빼면 질병발생한계에 도달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암 치료로 인해 일시적으로 몸이 쇠약해졌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치료 전보다 더 건강해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물론 생활습관을 바꾼다고 바로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몸이 망가지는 것처럼,
올바른 건강생활습관도 오랜 기간 지속해야만 그 효과가 나타납니다.암 치료 후 발생하는 질병과 관련해, 건강한 생활습관이 의미하는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암환자가 겪는 동반질병의 치료에 도움을 줍니다.
둘째, 암 치료 후에 발생하기 쉬운 동반질병의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2.암 치료와 생활습관의 관계
암 경험자의 경우, 생활습관과 암 자체의 관계는 어떠할까요?
1) 생활습관은 암 치료 경과에 영향을 준다
과거에는 건강한 생활습관이 동반질환을 예방하고 피로/통증/우울 등을 예방하여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 즉 보조적인 측면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잘 유지하면 암의 재발 및 전이는 물론 암 관련 사망률을 줄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연구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 수술 후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호르몬 치료 등을 하는 이유는 원발암의 재발을 막고 전이를 줄여, 궁극적으로 암 관련 사망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생활습관이 이들 치료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즉, 건강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이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과 마찬가지로 건강수명 연장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조금 앞선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암 치료 후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이 암 치료 방법의 하나로 사용될 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건강한 생활습관이 곧 병원 밖에서 스스로 하는 암 치료가 되겠지요.
2) 건강한 생활습관은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지 않으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특정 항암화학 약물은 흡연자에게 잘 듣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운 환자는 이 약을 쓸 수 없는 것이지요. 또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도 있고 방사선치료나 수술치료도 가능하지만 좋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인해 몸의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에는 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고, 이후에라도 치료가 힘들어지거나 더욱 복잡한 치료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암 치료 후에는 언제나 재발 및 전이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혹시 모를 재발 치료를 위해 건강생활습관을 지키면서 몸을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3) 생활습관은 이차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암환자에게 원발암이 아닌 다른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이차암(<’이차암’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참조)이라고 하는데, 생활습관이 건강하지 않으면 이차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생활습관 유지는 곧 이차암을 예방하는 보약인 셈입니다.
암과 관련한 건강생활습관의 의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암 재발 및 전이 그리고 암 관련 사망 자체를 줄이는 등 암 자체의 경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둘째,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전이 또는 재발의 치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들어 줍니다.
셋째, 건강생활습관 유지를 통해 이차암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3. 건강생활습관
그렇다면 암 치료 후 지켜야 할 건강생활습관은 무엇일까요?
언론에서 많이 강조한 만큼,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암환자가 지켜야 할 5대 건강생활습관은 바로 금연, 절주, 운동, 균형잡힌 식사, 건강몸무게 유지입니다.
▲ 5대 건강생활습관
▲ 335 캠페인 연계 가능
물론 치료한 암종에 따라 5대 건강생활습관 중에서도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간암으로 치료를 받았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폐암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이라면 금연이 가장 중요하겠지요.일반적으로는 5대 생활습관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금연과 운동을 꼽습니다. 세계적인 보건학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를 피우는 경우와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에 사망 위험이 각각 57%, 28% 증가하며, 전세계적으로 매년 510만명이 흡연으로 인해 530만명이 운동 부족으로 인해 사망한다고 합니다.
▲ 금연과 신체활동의 중요성
1)금연과 절주
암 경험자에게는 5대 건강생활습관 중에서 금연과 절주가 가장 중요합니다. 담배는 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술을 자제하지 않고서는 금연에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즉, 술을 함께 끊으면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지요.간혹 술을 마셔야 잠을 잘 잔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교묘한 자기 속임수입니다. 술을 마시면 잠들게 하는 수면유도는 잘 될 수 있지만, 수면의 유지가 어렵습니다. 오랜 시간을 자더라도 수면의 질이 떨어져 낮 시간에 피곤을 느끼게 됩니다. 과음 후 코를 골며 뒤척이는 경험을 해보신 분이라면 수면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실 겁니다.
한편, 하루 한두 잔의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들은 소량의 음주에도 암 재발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급적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은 건강생활습관입니다.
2) 규칙적인 운동
운동을 하면 체중 감량 이외에도 여러 가지 건강에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암경험자를 위해서는 유산소운동 30분씩 주
5회(즉, 주당 150분)와 근력운동 주 2회 이상을 권해드립니다. 즉,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운동의 강도는 땀이 날 정도의, 중간 이상이 바람직합니다. 걷기 등은 기분 전환에 좋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강도의 운동은 아닙니다. 운동의 암 치료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신나게 조깅을 하거나, 완만한 산을 오르거나 땀이 날 정도로 자전거를 타시기 바랍니다.
3) 균형잡힌 영양과 건강체중
암환자들이 많이 찾는 건강 식품 중에 야채가 있는데요, 하루에 다섯 가지 이상의 야채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색색의 야채는 자연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 한국인이 자주 먹는 김치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김치가 건강식품이긴 하지만, 끼니마다 김치 반찬이 빠지지 않는 식문화로 인해 김치만 많이 먹고 야채를 충분히 섭취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균형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이 두 가지를 꾸준히 지키면 대개 건강체중이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건강체중을 유지하면 암환자의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꾸준히 관리해야 하겠습니다.
4) 건강생활습관 지키기
암환자들은 이 5대 건강습관을 얼마나 잘 지킬까요? 여러분은 5가지 중 몇 가지를 지키고 있나요? 혹시 준수 항목이 적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암경험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5대 건강생활습관을 유지하는 비율은 겨우 5%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개는 금연은 하지만 운동을 안 하거나, 금연 및 균형잡힌 식사는 하되 운동은 못 하거나, 금연 및 운동은 하면서 균형잡힌 식사를 하지 못하는 식이었습니다. 암 치료를 우선으로 하느라 생활습관은 뒷전으로 밀어 놓기도 했겠지만, 의사들 역시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건강 생활습관은 또 하나의 항암 치료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건강생활 습관은 힘든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또는 호르몬 치료 등의 여러 치료와 같은 목적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항암 치료를 지금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실천할 수 있는 건강생활습관, 지금 바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끝맺으며
물은 100도가 되면 끓기 시작합니다. 암세포도 어느 순간 한계를 넘어서면 증식하기 시작합니다. 한계를 넘어 질병상태로 접어들면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노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암경험자는 암 치료가 신체에 미친 영향으로 인해 쉽게 100도에 도달해 물이 끓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생활습관을 평생 복용하는 약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자만은 금물입니다. 암이 치유되었더라도 언제 다시 건강이 나빠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을 가지십시오.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암이 생기기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습니다.암 환자를 위한 기본적인 건강생활습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금연: 지금 당장 담배를 끊으세요.
- 절주: 음주는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불가피한 경우 한 번에 한 두잔 이내로 제한하십시오.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인 식사를 합니다.
건강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과식하지 않고 필요한 양만 먹도록 합니다.
하루 다섯 가지의 신선한 야채의 섭취를 권장합니다.
가공된 육류제품은 가급적 적게 먹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일상생활에 복귀해서 활동을 시작하세요.
유산소 운동은 30분씩 주 5회(또는 주 150분) 이상, 근력 운동은 주 2회 이상
건강체중(자세한 내용은 이후 연재될 글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체중(BMI<18.5), 비만체중(BMI>25)이 되지 않도록 합니다.
가능하면 건강체중(BMI(Body Mass Index, 체질량지수)
출처 : 암싸사의 현경아빠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의 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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