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결핍에 시달리는 암환자들
많은 경우 암에 걸리게 되면 몸무게가 빠진다. 특히 말기에 가까워질수록 체중감소는 심해지게 되고, 말기 암환자들 중에서 뚱뚱한 암환자는 거의 없다. 암에 걸리고 나서 입맛이 없게 되고, 입맛이 없으니 잘 안 먹게 되고, 그러다보니 영양결핍이 되면서 점점 몸무게가 빠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암환자의 식욕부진과 영양’이란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미국 뉴욕의대 전후근교수님은 암환자의 영양실조 발생률이 63%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췌장암과 위암 환자는 83% 이상이 영양실조였고 전체 암환자의 20%가 영양부족으로 사망한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89년10월부터 1995년 2월까지 강남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환자 911명의 증상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환자의 37.7%가 식욕감퇴를 호소한 바 있다.
보통 사람들도 영양실조에 걸리고 몸무게가 갑자기 빠지면 힘이 들게 마련인데, 암환자들이 영양실조에 체중감소까지 겪게 되면 얼마나 힘이 들까…
암환자들에게 무척 중요한 영양보충
지금도 항간에 떠도는 속설로 암환자에게 영양공급이 잘되면 암세포도 잘 자라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있었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상식이다. 뚱뚱한 암환자가 없는 것을 보더라도 암환자에게서 영양보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단순한 영양결핍에 비해 암에 의한 영양결핍은 암세포가 자라나면서 신진대사활동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몸에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다. 즉 영양분을 암세포가 가로채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기에 암이 진행할수록 암환자들은 영양상태가 나빠지며 체력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암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니다. 암환자에게 영양보충은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인지 우리나라 현실에서 억지로 음식을 먹이려고 강요 하거나, 몸에 좋다는 다른 건강보조식품을 이용하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보릿고개 시절을 기억하시는 어르신들은 ‘먹어야산다’는 강박관념이 머리 깊숙히 남아있는데다가, 우리나라에는 보약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다 보니 병실에서는 ‘더 먹어라’, ‘안 먹겠다’, ‘이게 얼마나 비싸고 몸에 좋은 건지 알고서 그러느냐’, ‘내가 안 먹겠다는데 왜 자꾸 그러냐’ 하며 보호자와 환자분이 옥신각신하는 일을 매일 접하게 된다. 사실 이런 류의 실랑이는 보호자도 환자도 무척 힘들게 만드는 일이다.
암 환자에게 음식을 강요하는 것은 금물
하지만 암환자에게 영양보충이 중요하다고 해서 음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억지로 음식을 먹을 경우 환자 본인이 더욱 괴로울 수 있고, 환자 스스로가 음식을 섭취하고자 하는 의욕을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몸이 힘든데, 옆에서 억지로 음식을 먹으라고 강권하게 되면 누구나 짜증이 나게 되어있는 법이다.
오히려 환자가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 위주로 입맛을 회복할 수 있게끔 식단을 짜고, 소화되기 쉬운 것을 위주로 소량씩 자주 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아주 몸이 힘들고 입맛이 없을 때 간장게장이나 창란젓에 밥을 비벼 먹으면 입맛이 돌아오곤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음식은 있다. 그런 음식 위주로 식단을 짜서 입맛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선생님, 환자분이 컵라면 먹고 싶다고 하는데, 라면 먹어도 되요?”
만일 당신이 의사이고 보호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해보자. 뭐라고 대답해 줄 것인가?
상식적인 생각에 환자가 라면을 먹어서 좋을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평소에 라면을 너무 너무 좋아했던 환자였고, 라면만 먹으면 입맛이 돌아올 것 같다면? 그래도 라면은 안 된다고 대답해 줘야 할까?
정답은 없겠지만, 이런 경우라면 나는 개인적으로 라면을 먹으라고 대답해 준다. 라면은 환자로 하여금 병에 걸리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고, 라면한끼로 인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매끼니를 라면으로 때워서는 안되겠지만 말이다.)
교정가능한 식욕저하 원인들
입맛이 없는 데에는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이 주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외에도 식욕저하를 악화 시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원인들이 함께 동반되어 있다면 얼른 찾아내어 교정해주면 도움이 된다. 식욕저하는 영어로 anorexia라고 하는데, 식욕부진을 악화 시키는 요인은 앞 글자만 따서 아래와 같다.
ANOREXIA
A Aches and pain – 통증
N Nausea – 오심 메슥거림
O Oral candidiasis - 구내염
R Reactive depression - 우울증
E Evacuation problems such as constipation – 변비와 같은 배변의 문제
X xerostomia (dry mouth) - 구강건조증
I iatrogenic (drugs, radiation…) -약인성
A acid related problems (gastritis, ulcer) – 위산분비과다
그래도 입맛이 없다면?
식단도 바꾸어 보고, 여러 방법을 다 써보아도 입맛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링거주사를 찾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링거에 관한 병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먹지 못 할 경우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는 링거 수액제에도 여러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암환자와 링거 수액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 하도록 하자)
이에 따라 최근 암 환자의 떨어진 식욕을 촉진시켜주는 의약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약이 메게이스(megace, megetrerol)이라는 약이다.
메게이스는 일종의 합성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원래는 자궁내막암과 유방암의 치료를 위해서 개발되었는데, 임상시험 과정에서 암에 대한 효과보다 식욕개선과 체중 증가 효과가 보이면서, 요즘에는 식욕부진 치료제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이다. 흰색의 우유빛 나는 뿌연 현탁액인데, 하루에 한번 먹으면 금새 입맛이 돌아오고, 실제로 써보면 효과가 좋은 편이다.
2005년 9월 이전까지는 호스피스 암 환자를 대상으로 1일 10ml까지만 보험이 적용되었으나 현재는 재발성· 전이성 암 환자에 대해서 보험이 적용되는 상황으로 확대되었다. 예전에는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었지만, 요즘에는 보험 적용이 되면 하루 700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말기 암환자가 입맛이 없어서 고생한다면 한번쯤 추천해 볼 만하다.
(특정 약품을 광고하는 것 같아서 조금 그렇긴 하지만, 필자는 메게이스 만드는 제약회사와 전혀 무관함을 밝혀둡니다)
결국 중요한 점은
1) 암환자들에게서 영양결핍이 심각한 문제라는 점,
2) 억지로 음식을 강권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
3) 환자들이 스스로 입맛을 회복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와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료출처: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님의 블로거
'암환자의 식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암-서울대학교 암병원 [ (0) | 2016.04.16 |
---|---|
폐암 치료 및 치료 후 식단 (0) | 2016.04.16 |
긴 야간공복, 유방암 재발 줄여 (0) | 2016.04.04 |
디카페인 포함 커피 매일 2.5잔 이상 마시면 대장암 50% 예방 (0) | 2016.04.04 |
생강, 암환자 구토 막는다 (0) | 2016.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