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경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는 1966년생으로 올해 51세다. 2007년 12월 유방암 확진 판정을 받고, 다음해 1월 수술로 암을 떼어냈다. 낫지 않는 감기 탓에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다 암을 발견한 것. CT상 폐 여러 군데에 점이 보여 이미 전이가 이뤄진 암이라고 예상했고, 추적 검사 끝에 유방암인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수술 중 유방암 말기가 아닌 2기인 게 드러났다. 2013년 1월 완치 판정을 받고, 현재는 2년에 한 번씩 종합 검진과 주기적인 재발 검사를 받고 있다.
기자가 본 이유경 교수의 첫인상은 ‘밝음’ 그 자체였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선 힘이 묻어났고, 끊이지 않는 미소에서는 행복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이런 그이지만, <헬스조선>이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망설이기도 했다.
<헬스조선>의 인터뷰 제안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가장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게 암을 경험한 사람들이 직접 말해주는 자신의 이야기였어요. 그들의 극복 사례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건강히 살 수 있는 날이 오겠구나’ 하는 희망을 봤거든요. 저도 다른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얼굴이 건강해 보입니다. 요즘 컨디션은 어떠세요? 아주 좋아요. 암을 겪기 전보다 더 나아졌죠. 운동하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면서 몸 관리를 철저히 하니까 감기도 잘 안 걸리고요. 건강해진 걸 몸소 체험하는 중이에요.
암은 어떻게 발견하게 됐습니까? 2007년 목디스크 수술을 받았어요. 이후 감기에 걸렸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낫지 않더라고요. 목디스크 수술 후 상태 확인을 위해 CT 촬영을 하러 간 김에 기관지염이나 폐렴은 아닌지 확인해보려고 조금 아래쪽까지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폐 여러 군데에서 뭔지 모를 점들이 발견됐고, 암이 전이된 것으로 보였어요. 어디서 전이됐을까 생각하다 여성에게 흔한 유방암을 의심해 다음날 바로 유방 초음파검사를 받았죠. 그때 유방암을 발견했어요. 당시 초음파검사를 해주던 선생님이 제 스승인데, 검사 중에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유방암이 맞구나’ 직감했어요.
의심 증상은 없었나봐요? 특별한 증상은 없었어요. 당시 40대 초반이어서 유방암이 유방암이 잘 생기는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해 면밀하게 혼자 진찰해보지도 않았고요. 유방에서 덩어리가 만져진 적도 없었어요. 흉부 CT에서 원인 모를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시간이 더 흘러 병이 심각해졌겠죠. 어찌 보면 우연히 암을 발견한 거니까 천만 다행이죠.
흉부 CT에 나타난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간유리음영(GGO)이라는 거였어요. 아직도 이게 뭔지 정확히 몰라요. 영상 진단 기술이 좋아지면서 그전엔 모르고 지나쳤을 부분이 발견된 거라고 해요. 희귀한 건 아니래요. 여러 의사도 이게 뭔지 몰랐고, 원인이 될 만한 것을 역추적하다 유방암을 발견한 거죠.
그런데 GGO를 전이된 암으로 판단하기에는 근원이 되는 유방암 덩어리가 크지 않았어요. 이 때문에 전이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적인 말을 해주는 주변 분들이 많았어요. 암이 전이된 상태에서는 먼저 화학요법으로 암을 어느 정도 줄이고 수술하는 경우가 많은데, 용기 있게 수술부터 해보기로 한 것도 이런 희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죠. 수술을 빨리 해야 병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치료에 돌입할 수 있다는 지인의 말도 크게 와 닿았고요.
수술 후 말기 암이 아닌 게 드러나 안도하셨겠어요. 한쪽 가슴 유방 상피조직 밑으로 암세포가 1cm 정도 침습해 있었어요. 주변 림프절까지 암세포가 퍼졌지만 멀리 가지 않은 상태였고요. 암이 크게 덩어리진 게 아니고, 소보루처럼 겉에 쭉 퍼져 있었대요. 그래서 유방조직 안으로 1cm 정도 깊이에서 가슴 전체를 들어낸 거죠. 그 정도만으로도 너무 감사했어요. 치료 과정은 힘들지만, 살 수 있잖아요. 복원수술은 중요하지도 않았어요. 근육을 떼어내 어느 정도 형태를 만들어놨지만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상처를 볼 때마다 저 스스로를 일깨우게 되는 계기가 돼요. 다시는 이런 아픔을 반복하지 않도록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요(웃음).
수술은 어디서 받았습니까?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계신 제 스승께 수술받았어요. 이민혁 교수님이요. 제가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직접 근무한 적도 있고요. 의사들은 자신이 확신하는 병원에 가요. 부천병원에서는 같이 일하는 동료한테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동료가 선뜻 “나한테 네 몸을 맡기기엔 좀 창피하게 느낄 수도 있으니, 나보다는 다른 분에게 빨리 수술부터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고마웠어요. 뛰어난 실력은 물론이고, 진정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스승님께 몸을 맡긴다는 점에서 안정감도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