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조광현 교수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원천기술 개발… "새로운 암치료 기술 서막 열였다"
메트로신문 한용수 기자 ㅣ2020-01-12 11: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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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조광현 교수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원천기술 개발… "새로운 암치료 기술 서막 열였다"
"항암치료 부작용·내성 최소화" [메트로신문]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미국암학회 출간 국제저널 '분자암연구' 표지
KAIST(총장 신성철)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대장암세포를 일반적인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초기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현재 항암치료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항암 화학요법은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를 공격해 죽임으로써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신체 내 정상적으로 분열하는 세포들까지도 함께 사멸시켜 구토, 설사, 탈모, 골수 기능 장애, 무기력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또 암세포들은 항암제에 본질적인 내성을 갖거나 새로운 내성을 갖게 돼 약물에 높은 저항성을 갖는 암세포로 진화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항암치료는 내성을 보이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정상 세포의 사멸을 감수해야만 하는 문제를 갖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암세포만을 특이적으로 없애는 표적 항암요법과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한 면역 항암요법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효과와 적용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며 장기치료 시 여전히 내성 발생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 개발된 항암요법들은 암세포를 죽여야 하는 공통적인 조건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KAIST 조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변환하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전략을 제안했다. 암세포가 정상 세포로 변환되는 현상은 20세기초부터 간혹 관찰됐지만, 그 원리가 연구되지 않았고 이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기술도 연구된 바 없었다.
1907년 스위스 병리학자 막스 아스카나지가 난소의 기형종(테라토마)이 정상 세포로 분화되는 현상을 발견한 이래로 다양한 암종에서 정상 세포로 변화되는 현상들이 산발적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런 보고에서는 암세포가 돌연변이를 지닌 상태에서 주변 미세환경의 변화나 특정 자극 때문에 정상 세포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현상만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시스템생물학 연구방법을 통해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세포로 변환할 수 있는 핵심조절인자를 탐구했고, 그 결과 다섯 개의 핵심 전사인자와 이들의 전사 활성도를 억제하고 있는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인 'SETDB1'을 발견했다.
이어 SETDB1을 억제함으로써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정상 세포로 변환할 수 있음을 분자세포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대장암세포에서 SETDB1을 억제했을 때 세포가 분열을 중지하고 정상 대장 세포의 유전자 발현패턴을 회복하는 것을 확인했다.
암세포에서는 암 특이적으로 활성화된 후성유전학적 조절자인 SETDB1이 정상 세포의 핵심전사인자를 억제해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변환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SETDB1을 조절함으로써 다시 원래의 정상 세포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조 교수 연구팀은 서울삼성병원과 협동 연구를 통해 SETDB1이 높게 발현되는 대장암세포를 가진 환자들에게서 더 안 좋은 예후가 나타남을 확인했고, 환자 유래 대장암 오가노이드(3차원으로 배양한 장기유사체)에서 SETDB1의 발현을 억제했을 때 다시 정상 세포와 같은 형태로 변화함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에서 찾아낸 타깃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저분자화합물은 아직 개발된 바 없으며 추후 신약개발과 전임상실험을 통해 암세포의 정상 세포화라는 새로운 치료 기술이 본격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치료전략이 적용되면 현재 항암치료의 많은 부작용과 내성 발생을 모두 최소화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완화해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 교수는 "그동안 암은 유전자 변이 축적에 의한 현상이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여겨졌으나 이를 되돌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번 연구는 암을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으로서 잘 관리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항암치료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KAIST 그랜드 챌린지30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에는 KAIST 이수범 연구원, 황채영·김동산 박사, 한영현 박사과정과 서울삼성병원 이찬수 박사, 홍성노 교수, 김석형 교수 등이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미국암학회(AACR)가 출간하는 국제저널 '분자암연구(Molecular Cancer Research)'(1월2일자) 표지논문과 하이라이트 특집 기사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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