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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어르신들 병원 입원의 치명적 단점

라이프케어 김동우 2022. 8. 1. 13:38

 

고령의 어르신들 병원 입원의 치명적 단점

 

개인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입원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환자가 입원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의사가 입원을 좋아하지 않는다니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있겠는가. 안 아프고 병원 입원할 일 없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다.

 

하지만 암환자가 되면 좀 달라진다. 처음 외래에 오자 마자 입원부터 시켜달라고 하는 환자들도 많고, 외래에서 30분이면 끝나는 항암치료를 입원해서 맞을 수 있도록 사정하는 경우도 많다. 급성기 문제가 생겨서 입원을 한 후 급성기 문제가 해결되면 퇴원을 해야하는데, 퇴원하라고 해도 퇴원을 안 하려는 분들도 있다. 집으로 가는 대신 요양병원으로 가겠다고 하는 보호자가 있다. 특히 고령의 암환자들을 둔 보호자들이 이런 요구를 많이 한다.

 

이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자식들이 맞벌이어서 집에서 돌봐 줄 사람이 없다. 근처 요양병원이 시설이 잘 되어있다. 부모님이 집에 계시는 것을 불안해하고 병원을 좋아하신다. 자식들이 바쁘다, 누가 그러는데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더라, 병원에 모시면 자식들이 편하다, 요양 전문이니 집보다는 낫지 않겠느냐 등등…

 

하지만 팔순의 노인 특히 팔십 중반의 노인들이 요양차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입원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빠지는 일이 허다하다.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면, 병원에 입원함으로써 명을 재촉해서 돌아가시는 일도 허다하다. 이유는 이러하다.

병원에 입원하면 우선 공간이 제한된다. 집에 계시면 그래도 살살 집밖에도 나가보고, 거실도 왔다 갔다 하고 쇼파에도 앉아 계시고, 화장실도 다니시고, 전화 통화도 하고, 식사하러 부엌까지 오는 등 소소한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을 하면 아무리 1인실이라고 하더라도 공간 여유가 없다. 특히 다인실이면 공간이 침대로 국한되니, 침대에 누워있는 일 밖에 딱히 할 일이 없게 된다. 노인 분들은 본래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못하게 되다보니 병원내에서 복도를 걸으며 산책하는 일도 잘 안하려 한다. 공간이 활동을 제약한다.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할 일도 없고 심심하다. 가족이나 친구들도 만나지도 못하니 우울하게 된다. 누워만 있으니 소화도 안 되어서 입맛도 떨어지고 식사량도 자연스레 줄어들게 된다.

딱히 할 일이 없이 그냥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다리에 근육이 빠지게 된다. 원래 보통의 젊은 사람들도 침대에 2주만 꼼짝 않고 누워있으면 다리 근육이 다 빠져서 못 일어나게 된다. 노인들은 근육 빠지는 속도가 빠르고, 한번 빠진 근육을 다시 만들기가 무척 힘들다. 병원에서 지내는 노인분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대부분 종아리가 팔처럼 가늘고 흐느적거린다.

 

근육이 빠지면 모든 측면에서 무조건 다 나쁘다. 균형잡는 능력도 떨어지고 우리 몸의 신진대사 능력도 다 떨어진다. 일어나는 것도 천천히 일어나게 되고, 걸을 때 휘청하게 된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다가 (특히 밤에) 침대에서 낙상을 한다. 병원에서 낙상을 하면 환자 안전 문제 때문에 병원이 곤란해진다. 그러면 당장 간호사가 와서 낙상위험이 높으니 침대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한다.

침대에 꼼짝 않고 누워서만 지내면 낙상은 안하겠지만 대소변을 침대에서 봐야 하게 된다. 졸지에 화장실도 못 가게 되고 사람들이 와서 소변줄을 꽂고 기저귀를 채워놓고 가버린다. 기저귀를 차고 침대에 누워서 대변을 보는 일은 참 곤혹스러운 일이다.

 

대변을 보려면 배에 힘을 주어 복압을 올려서 대변을 밀어내야 하는데, 누워서 대변보려면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누워서 대변보기는 쉽지 않다. (이 말이 의심스러우면 배변패드를 밑에 깔고 누워서 대변을 한번 봐보시라) 대변을 치워야 하는 간병인에게도 참 미안한 일이다.

 

특히 설사를 하면 난감해진다. 내 똥구멍을 누군가에게 들이 밀고 내가 싼 똥을 누군가에게 물티슈로 닦도록 하는 시키는 일은 여간 자존감이 떨어지는 일이 아니다. 내가 완전히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지고, 간병하는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된다. 아무리 자식이라해도 그런 일을 시키긴 정말 어렵다.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진다.

대변을 치워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하루 이틀만 지나면 지치게 된다. 아무리 베테랑 간병인에게 수고비를 넉넉히 주어도 일주일 지나면 못하겠다고 다들 가버린다. 세상에 남의 똥 치우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자기 부모여도 선뜻 똥치우는 일은 쉽지 않다. 자식들도 못한다.

 

그러다보면 대변 보는 것이 눈치보여 대변을 참게 되고, 변비가 생기게 된다. 변비로 아랫배가 더부록하니 식사량이 줄어들게 되고 식사량이 줄어 수분 섭취가 안되니 대변은 돌덩이처럼 딱딱해져 더 안 나오게 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온몸의 근육이 다 빠져버리기에 꿀꺽 삼키는 근육도 기능이 떨어져 식사 할 때 사레가 걸리게 된다. 그러면 폐렴 생기게 되고, 앞으로는 입으로 먹으면 안 된다고 하며 이제는 사람들이 와서 콧줄을 꽂고 가버린다. 콧줄을 꽂는 일은 고역스럽고 유지하는 일은 고통스럽다.

 

콧줄이 들어와서 목을 계속 자극하니 목이 답답하고 아프다. 그러니 자다가 무의식 적으로 콧줄을 잡아 빼게 된다. 그러면 의사가 와서 또 콧줄 뺐냐고 타박을 하고, 콧줄을 다시 꽂으면서 이번에는 콧줄을 못 빼도록 손을 묶어 놓는다.

졸지에 소변줄, 콧줄, 기저귀를 찬 채 사지를 결박당하면, 정신이 온전해 질 리 없다. 그러면 나 좀 풀어달라고 소리를 지르게 되고, 사람들이 와서 노인네가 섬망 증상이 생겼다고 하면서 섬망약을 준다. 섬망약을 먹으면 사람이 기운없고 가라지고 축 쳐저서 잠만 잔다. 정말로 헛게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누워지내면 욕창이 생긴다. 욕창이 생기면 세균 들어가면 안된다고 항생제를 쓴다. 항생제를 쓰면 장내 세균이 손상되어 설사를 한다. 그러면 기저귀에 설사를 지리게 되고 간병인들이 또 한숨을 쉰다.

그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다가 드러눕기 시작하면 한두달을 못 버티고 돌아가신다. 특히 팔순 중반의 노인분들은 아무리 잘 케어를 해도 어떤 이유에서든 한번 드러눕기 시작하면 대부분 한두달 못버티신다. 듣기 불편하고 끔찍하게 들릴 수 있어도 현실이 그러하다. 그나마 중환자실 안 가면 다행이다.

이 모든 사달의 발단은 입원이다.

병원에만 입원하지 않았어도 그럭 저럭 지냈을 분들을 요양차 병원에 입원해서 누워있음으로 인해서 명을 재촉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고, 가족들도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어르신은 돌아가셨다.

 

그런데 이게 과연 의료이고 이게 과연 효도인가?

 

가족들은 이야기한다. 한달전 만해도 멀쩡하셨다고..

당연하다. 한달전까지만 해도 노쇠하긴 해도 집에서 그럭 저럭 지내셨다. 그런데 병원에 입원하시더니 순식간에 이렇게 되었다. 의료진과 가족은 최선을 다했지만...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고, 병원마다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다르니 병원마다 차이가 있다. 섣불리 일반화해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안 그런 경우도 많다. 병원에서 잘 해주고 모두가 어르신들을 잘 돌봐서 병원에서 오래 잘 지내시는 분도 많다. 위에서 든 사례가 조금 과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주 보는 일이다. 의료진들도 가족들도 이런 악결과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장례식장에서도 상주들은 한달전 까지 멀쩡 하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슬프다고 하고, 문상객들은 86세 고령이면 가족들이 고생 많았겠다고 한달 고생하신 거면 그래도 오래 고생하진 않으셨으니 이만하면 호상아니겠냐고 하고 만다. 신문 부고란에는 노환으로 돌아가셨다고만 나온다. 현실이 그렇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대안이 뭐냐고 하면 할말은 없다. 질병이나 노쇠함으로 인해 정말 집에서는 돌볼 수 가 없어서 입원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무턱대고 입원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일 또한 현명하진 않다. 다만 병원이라고 마냥 좋은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결국 최대한 스스로의 일상 생활을 유지해야한다. 적어도 먹고 씻고 용변 보는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유지를 해야 한다. 정말 쇠약해 지면서 어쩔 수 없이 스스로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순간이 오면 그때는 병원 입원도 고민해봐야겠지만, 이제는 노인분과 작별할 순간이 오고 있다는 것도 염두해 두고 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존엄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해 의료진과 미리 상의를 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콧줄은 안 할 겁니다. 우리 가족은 중환자실은 안 갈겁니다. 피검사는 안 할 겁니다. 이런 것을 미리 정해 놔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의료진들이 뭐라 한다. 병원에 오면서 치료를 안 받는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병원은 치료를 하는 곳이다, 그럴 거면 다시 집으로 모시고 가라 이런 이야기도 듣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는 가족이 환자를 포기하는 가족이 아니라 정말 환자를 위하는 가족이다.

 

팔순 중반의 어르신들은 최대한 병원에 입원하지 않으시도록 집에서 자꾸 부축해서 걷는 연습시키고 천천히 꼭꼭 씹어서 식사 드실 수 있도록 하고 대소변 잘 보시는지 체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르신들이 스스로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도와드려야 한다. 병원입원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자료출처: 진료실에서 못다한 항암 치료 이야기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

https://blog.naver.com/bhum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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